[조사심의관 코너]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로부터

조사심의관 코너

2019.06.04

안녕하세요.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남기정 판사입니다. 2월 정기인사로 부임하여 조사심의관으로 근무한 지 벌써 4개월 가까이 되어 가지만, 저는 아직도 ‘심의관’보다는 ‘판사’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신출내기 심의관입니다.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이라 하면 법원의 자료와 맞춤법에 대한 달인일 것으로만 여겨왔는데, 제가 막상 그 자리에 와 보니 실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배우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인간의 모든 업적은 유구한 시간 동안 선인들이 집적해놓은 유산 위에서 탄생한다는 뜻으로,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A dwarf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짧은 기간 제가 바라본 법원도서관의 업무는, 일선의 모든 법원가족들이 올라서서 보다 멀리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거인의 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그간 법원도서관에 집적된 전임 심의관님들을 포함한 수많은 분들의 노고의 결과물에 올라서서 서투르지만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의 업무를 뒤돌아보니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의 업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 중의 하나는 “교정”인 것 같습니다. 판례공보, 각급법원(1·2심) 판결공보, 학술지 사법 등을 비롯한 각종 책자의 발간을 위해 맞춤법 등을 체크하여 이를 바로잡는 것은 거의 매일 주어지는 업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처음 부임한 저에게, 쉴 틈 없이 쏟아지는 교정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동아줄과도 같았던 것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하 ‘국어대사전’이라 약칭합니다)과 ‘법원 맞춤법 자료집’(전정판, 2013. 2. 발행, 이하 ‘맞춤법 자료집’이라고만 합니다)이었습니다.

법원가족 여러분들도 판결문, 기타 문서들을 작성하시면서 맞춤법 등이 궁금한 경우가 많으실 거라 짐작됩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인터넷에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국어대사전(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을 활용하시면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맞춤법이 궁금한 경우뿐만 아니라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는 경우에도, 국어대사전에 어떻게 등재되어 있는 단어인지를 먼저 확인함으로써 궁금증의 일부를 해소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국제 연합’의 경우 이를 띄어서 쓰는지, 붙여서 쓰는지 의문인데, 국어대사전에는 이를 “국제 연합”으로 띄어서 쓰는 것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이 띄어서 씁니다.

국어대사전과 마찬가지로 ‘맞춤법 자료집’은 또 다른 동아줄입니다. 제 업무책상에서도 언제나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두고 수시로 찾아보면서 익히고 또 익히고 있습니다. 제게 ‘맞춤법 자료집’은 그간의 법원도서관의 맞춤법 관련 노하우가 집적된 보고(寶庫)와도 같습니다. 특히 아직 국어대사전에는 관련 내용이 없지만, 법률용어로 그 용례 등이 굳어진 많은 표현들은 ‘맞춤법 자료집’에서만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제1심판결’, ‘원심판결’ 등은 국어대사전을 통해서는 띄어쓰기 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지만, 맞춤법 자료집에서는 모두 붙여서 쓰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어대사전’과 ‘맞춤법 자료집’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는 최고의 자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각종 교정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국어대사전’과 ‘맞춤법 자료집’을 교차로 확인하여 보다 정확한 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교정업무를 처리하다보니 ‘맞춤법 자료집’의 내용 가운데 수정된 설명 또는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법원가족들이 ‘맞춤법 자료집’을 참고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계신 것을 잘 알기에, 위와 같이 수정되거나 설명이 추가되는 부분들을 정리하여 알려드리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이번 조사심의관 코너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들을 정리하여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상이 제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글을 읽으시면서 이미 느끼셨겠지만, 저는 재미있게 글을 쓰는 것에는 도통 소질이 없나 봅니다. 대학 시절에 짤막한 글쓰기를 즐기긴 하였으나, 판사로 임관한 후 줄곧 판결문만을 쓰다 보니 ‘즐겁고 쉽게 읽히면서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최대한 가볍고 즐겁게 쓴다는 것이 이 정도라, 앞으로 계속 조사심의관 코너를 쓰면서 제가 얼마나 고군분투하게 될지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저도 <법원사람들>의 ‘조사심의관 코너’의 충실한 독자였고, 그 내용을 참고하며 재미있게 챙겨보았던지라, 법원가족 여러분께 잘 읽히면서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좋은 코너로 지속될 수 있도록 내용을 정하고 재미를 보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좀 더 풍부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내용으로 더욱 알차고 재미있게 구성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법원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 남기정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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