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심의관 코너]3 · 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며

조사심의관 코너

2019.04.03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역사를 경험하지 못한 저로서는 나라 잃은 국민의 설움이 어떠했을지, 식민지 국민으로 느꼈을 무력감과 좌절감은 또 얼마나 컸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제까지 3·1운동, 임시정부 수립은 그저 학창시절 역사교과서에서 배웠던 수많은 역사적 사건 중의 하나로 기억될 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적이 없었습니다. 올해 들어서 사회 각 분야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송과 신문에서도 연일 3·1운동과 임시정부를 주제로 한 특집 프로그램과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덕분에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의 과정과 역사적 의의,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상황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비밀스럽고 철저하게 계획된 준비과정, 독립선언식과 독립선언서의 낭독,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종교인과 학생들이 주도하였던 만세시위가 이후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 각계각층의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발전해 가는 과정,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 이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된 만세시위, 3·1운동을 계기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조직적인 독립투쟁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 등에 관해 알아가면서 당시 우리 민족이 얼마나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우리 민족의 독립에 대한 의지와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바치며 자주독립을 외친 선열들의 희생에 빚지고 있음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각 분야에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는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 민족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정책을 펴 왔는데 그중 하나가 언어 차원의 민족말살 정책입니다. 일제강점기 말기로 가면서 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폐지하고 일본어만을 가르치고, 일반인에게도 한글을 가르치는 야학 등을 통제하고 일본어 강습소를 전국에 설치하여 일본어를 가르치도록 하였습니다. 민원서류 등에도 일본어 사용을 강제하고, 한글로 된 신문과 잡지를 폐간시키는 등 일본어 사용을 강요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 35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일본이 실시한 언어 말살정책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우리말에 스며든 일본어의 잔재가 해방 후 7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말에 남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법률 분야에서는 일본의 법이 ‘의용(依用)이란 이름으로 그대로 수입되어 그와 함께 일본식 법률용어도 그대로 수입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법제정 과정에서도 하루빨리 신생 독립국의 법전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법제정을 추진하면서 내용은 물론이고 용어도 일본의 것을 거의 그대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경위로 현재 우리가 빈번하게 사용하는 법률용어와 표현 가운데에는 우리의 언어감각에 맞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일본식 용어와 표현이 상당수 남아 있습니다.

이번 조사심의관 코너에서는 법률과 판결문에서 많이 사용되는 일본어투 표현의 순화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소개드린 표현과 용어들이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을 알고 계셨나요? 한 나라의 언어와 문자는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근본이라고 합니다. 우리 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우리의 말과 글을 앞으로 더욱 올바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립선언서 전문을 읽어보았습니다.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며 독립선언서의 마지막 구절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힘으로 억누르는 시대가 가고, 도의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오는구나. 지난 수천 년 갈고닦으며 길러온 인도적 정신이 이제 새로운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 역사에 비추기 시작하는구나. 새봄이 온 세상에 다가와 모든 생명을 다시 살려 내는구나. 꽁꽁 언 얼음과 차디찬 눈보라에 숨 막혔던 한 시대가 가고, 부드러운 바람과 따뜻한 볕에 기운이 돋는 새 시대가 오는구나.

온 세상의 도리가 다시 살아나는 지금, 세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우리는 주저하거나 거리낄 것이 없다. 우리는 원래부터 지닌 자유권을 지켜서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원래부터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떨쳐 일어나는 것이다. 양심이 나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나와 함께 나아간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 수천 년 전 조상의 영혼이 안에서 우리를 돕고, 온 세계의 기운이 밖에서 우리를 지켜 주니,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저 앞의 밝은 빛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갈 뿐이다.』

글. 김규동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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