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제명 약칭 소개_긴 법률명을 어떻게 줄여 쓸까요?

조사심의관 코너

2018.04.03

제명약칭소개

# 급식체

여러분! ‘급식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급식을 먹는 세대, 즉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라고 해서 붙은 명칭으로서 초·중·고교생 사이에서 사용되는 은어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등록된 해설에 따르면, “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하기 방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를 들어 의미적으로는 관련이 없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연이어 쓴다거나, 초성만 사용하여 말하는 방식 따위가 있다.”라고 합니다. 그중 초성만 사용하여 말하는 방식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이제 실제 사용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급식체의 사용이 바람직한지는 별론으로 하고, 급식체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높아지셨나요? 제가 극단적인 줄임말을 표방하고 있는 급식체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이번 호에서 소개해드릴 법률명 약칭도 줄임말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 긴 법률명

현행 법률 중 가장 긴 법률명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및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으로서 자그마치 82음절에 이릅니다. 그 정도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등 긴 법률명을 반복하여 쓰기에 비효율적이고 번거로운 문제가 발생하자 각 기관들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법률명을 줄여 약칭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법률 제명 약칭 위원회

그러나 동일한 법률을 각 기관별, 언론사별로 달리 약칭하여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불편과 혼란이 가중되자 법제처는 2014. 3. 대법원, 국회, 헌법재판소, 법학계, 국어학계, 언론계 전문가를 위원으로 하는 ‘법률 제명 약칭 위원회’를 구성하게 됩니다. 대법원의 의견을 제출하는 위원으로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이 관여하기 시작하여, 저도 작년 한 해 동안 위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법률 제명 약칭 위원회’의 심의결과를 토대로 각 법률의 소관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법제처는 2014년 10음절 이상 법률 659개의 약칭을 확정하여 관계 국가기관과 언론기관 등에 권고하였고, 2015년에는 법률 36개, 2016년에는 법률 17개의 약칭을 추가하였습니다. 2017년에는 약칭 대상 법률을 ‘10음절 이상’에서 ‘8음절 이상’으로 확대하여 100여 개의 약칭을 추가하였으며, 2017. 12. 20.을 기준으로 814개 법률의 약칭이 확정되어 있습니다.

# 법률 제명 약칭 기준

법률명의 약칭을 확정할 때에는 단순히 음절을 축약하거나 두문자(頭文字)를 연결하여 만드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에 근거하여 약칭을 합니다. 몇 가지 약칭 기준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 법률명 약칭을 확인하는 방법(종합법률정보)

종합법률정보에서 법률을 검색하실 때 긴 법률 제명 옆 괄호 안에 ‘약칭’이 부기 되어 있습니다.

법원도서관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법률 제명 약칭 위원회’에서 확정한 약칭을 법제처로부터 제공받아 종합법률정보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법령을 검색하여 약칭이 있는 경우 옆장에 표시된 부분과 같은 네모창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그 네모창에는 “종합법률정보에서 제공하는 약칭은 공식적인 법률명은 아니나, 긴 법률명을 사용함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대법원, 국회, 헌법재판소, 법학계, 국어학계, 언론계 및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입니다.”라는 안내 말씀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 법률명 약칭을 확인하는 방법(법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www.law.go.kr)에 접속하여 <법령기타>항목을 클릭하고, <○법률명약칭>에 체크하면 현행 법률 중 약칭이 확정된 목록이 나열되고,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해당 검색어가 포함된 법률이 검색됩니다.

# 마무리

법률 제명 약칭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높아지셨나요? 판결문을 작성할 때 법률명뿐만 아니라 ‘이하 ~라 한다’라는 형태로 줄임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절한 줄임말은 표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좋은 수단입니다. 본말의 의미를 정확히 담아내면서도 쉽고 자연스러운 조합으로 이루어진 줄임말을 사용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줄임말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시다가 법률명의 약칭에 관한 다른 의견이나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시면, 언제든지 법원도서관으로 연락해 주시는 것, ㅇㅈ? 감사합니다.

글 서여정(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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