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법관 제도 본격 시행

법원 핫이슈

양성평등법관 제도 본격 시행

2017.05.02

법원 내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안심하고 상담, 절차안내 및 구제까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국 법원 및 지원에서는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성차별·성희롱 사건에서 비공식적 처리절차를 주재하는 양성평등담당법관을 선정했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도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제도 개선이 많이 이뤄져 왔으나 이번 시행으로 양성평등 문화가 더 확고히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법원, 양성평등 법원문화 정착에 메스를 들다
성역(性域)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양성평등 문화의 정착은 필수 요건이 아닐까. 사법부에서도 최근 몇 년간 여성 법관과 공무원이 크게 늘어난 만큼 양성평등에 관한 법원문화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어왔다.
이에 따라 대법원 젠더법연구회(회장 민유숙)는 2015년 11월 법원행정처에 연구반을 구성해서 다양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건의했고, 이것이 양성평등담당법관 제도 시행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 후 법원행정처는 2016년 3월 연구반장을 포함, 총 14명으로 구성한 ‘양성평등연구반’을 조직해 2017년 1월까지 개선방안을 연구·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법관연수 중 성인지(性認知) 교육 강화, 법관 등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북 마련, 성차별·성희롱 사건 발생 시 처리절차 개선, 양성평등담당법관 제도 연구 및 도입 등이 그것이다.

양성평등담당법관의 역할과 기대 효과
전국 70여 개 법원 및 지원은 지난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양성평등담당법관을 선정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선임된 담당법관들은 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고법판사, 단독·배석 판사 등으로 다양하며, 남성 법관도 포함됐다. 성인지적(性認知的) 감수성, 성평등 관련 이슈에 관한 전문성 등을 갖추고 법관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사람들이 동료 법관들의 추천 또는 선출을 거쳐 양성평등담당법관으로 선정되었다.
양성평등담당법관은 성차별, 성희롱 피해자를 위한 법원 내 조력자이자 비공식적 처리절차의 주재자 역할을 한다. 즉, 성차별·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양성평등담당법관이 피해자 상담 및 행위자 면담 등을 거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당사자들의 의사를 확인한다. 만일 관련 당사자들이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등에 의한 해결을 원하는 경우 양성평등담당법관은 그와 같은 비공식적인 절차에 따른 사건처리를 주재하고, 사실관계·처리방향 등에 관하여 관련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하여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자에게 보고하여 이후 징계 등 공식적 처리절차로 사건을 인계한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이상 사건 내용에 관하여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고, 법원장에 대한 보고의무도 면제된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양성평등담당법관이 앞으로 사법부 내 양성평등 문화·제도를 정착시키고 이를 확산시키는 주요한 인적 네트워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만간 양성평등담당법관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열어 제도 도입 배경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강의 등을 통해 제도에 대한 이해,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유의사항 등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_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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