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제출한 디지털 증거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 이유는?

최신판례

2018.02.22

[대법원 2017도13263]

▣ 사안의 내용

⊙ 피고인들에 대한 쟁점 공소사실[각주1] 요지

■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12.부터 2014.까지 이 사건 유흥주점을 운영하면서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함

⊙ 원심의 판단

■ 피고인➀(경리부장): 징역 2년 6월, 벌금 90억 원

■ 피고인➁(운영자): 징역 3년, 벌금 90억 원

■ 피고인➂(관리이사):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

▣ 상고심의 주된 쟁점 및 원심의 판단 내용 등

⊙ 압수․수색의 경위와 검사가 유죄 입증을 위하여 제출한 증거

■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는 압수방법의 제한과 관련하여,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이 완료된 후에는 피압수자 등에게 압수 대상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주의사항을 명시하고 있음

■ 수사기관은 집행현장에서 경리직원 이OO이 사용하던 이 사건 USB에서 조세포탈 장부가 담긴 파일로 추정되는 엑셀파일이나 문서파일들을 선별한 뒤 이미징 작업을 한 후 이 사건 이미지 파일을 압수함

■ 검사는 제1심에서 피고인들의 포탈세액을 특정하기 위한 증거자료로 ‘판매심사파일’ 등이 들어 있는 이 사건 CD와 그 출력물을 증거로 제출함

⊙ 주된 쟁점

■ 검사가 제출한 이 사건 CD 내 ‘판매심사파일’과 그 출력물을 유죄 인정을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 원심의 구체적 판단 내용 ☞ 증거능력 긍정

■ [위법수집증거인지 여부] 수사기관의 이 사건 USB에 대한 압수 및 이후 출력․복사과정에 피의자 등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는 등의 절차상 위법이 없음

■ [원본과의 동일성 여부] 이 사건 USB 내 원본 파일 내용과 증거로 제출된 ‘판매심사파일’ 및 그 출력물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음

▣ 대법원의 판단

⊙ 원본과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1)대법원의 법리 설시 내용

표
전자문서를 수록한 파일 등의 경우에는, 그 성질상 작성자의 서명 혹은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성자·관리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그 내용이 편집·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원본임이 증명되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증거로 제출된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이 복사·출력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출력한 것이라는 사실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값의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4도990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

(2) 대법원의 구체적 판단

■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판매심사파일’ 및 그 출력물과 이 사건 USB 내 원본 파일 내용의 동일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음에도 원심은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잘못 판단함

●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이 사건 CD 내 들어 있는 개별 파일들은 수사기관이 영장 집행현장에서 압수한 이 사건 이미지 파일이 아니고, 이 사건 이미지 파일이 어떠한 경위를 거쳐 이 사건 CD 내 들어 있는 개별 파일들로 변환․복제된 것인지도 알 수 없음

● 이 사건 CD 내에 저장되어 있는 OOO.html 파일(이하 ‘이 사건 목록 파일’)에는 4,508개의 파일별 해시값 등이 저장되어 있는데, 위 해시값과 이 사건 CD 내 저장되어 있는 개별 파일들에 대한 원심 감정을 통해 추출한 해시값을 비교했을 때 20개 파일의 해시값이 동일하지 않는 등 이 사건 목록 파일이 이 사건 압수 집행 당시가 아닌 그 이후에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음

● 이OO의 제1심 증언 내용을 살피더라도, 원본 동일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음

● 제1심 법정에서는 이 사건 CD 내 ‘판매심사 파일’과 그 출력물만을 상호비교하였을 뿐 원본 파일과의 비교가 이루어진 바도 없음

⊙ 기타 쟁점에 관한 판단

■ 참여권 미보장의 위법이 있는지 여부 ☞ 부정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정보 중에서 키워드 또는 확장자 검색 등을 통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를 선별한 다음 이미징을 한 후 이미지 파일을 제출받아 압수하였다면 이로써 압수의 목적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는 종료된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위와 같이 압수된 이미지 파일을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도 피의자 등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는 것은 아님

■ 압수한 전자정보의 상세목록 교부 관련 절차 위법이 있는지 여부 ☞ 부정

압수된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피의자 등에게 교부할 것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 이러한 목록이 반드시 서면으로 교부될 필요는 없고, 전자파일 형태로 복사해 주거나 이메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도 할 수 있음

▣ 판결의 의의

■ 디지털 증거의 원본 동일성에 대하여 검사에게 주장․증명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하고, 나아가 이러한 증명은 자유로운 증명으로 족하나,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증명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한 첫 사례임

■ 수사기관이 영장 집행 현장에서 범죄혐의 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선별한 다음 이미징을 한 후 선별 이미지 파일을 압수한 경우, 이후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위 이미지 파일을 탐색․출력․복제할 때까지 피의자 등에게 참여권이 있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최초의 법리 설시임 ☞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현장에서 혐의 관련 정보만을 실제로 선별하였는지 여부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음

■ 압수․수색영장 기재 주의사항으로 압수된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피의자 등에게 교부할 것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 이러한 목록이 반드시 서면으로 교부될 필요는 없고, 전자파일 형태로 복사해 주거나 이메일로 전송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는 최초의 법리 설시임

[각주1] 쟁점이 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만 정리함

"최신판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