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에 손해배상 판결

최신판례

2017.03.09

[대법원 2014다72234]

▣ 사안의 내용 및 소송 경과

■ 사안의 내용

● 사단법인 금융결제원(원심공동피고)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합관리하기 위하여 웹사이트를 개설하자, 원고는 위 금융앱스토어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을 다수인에게 알릴 목적으로 금융앱스토어 웹사이트 개설 당일에 유사한 문자배열의 도메인과 초기 화면구성으로 가상의 피싱사이트를 개설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자들로 하여금 열람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하였음(이하 ‘이 사건 유사사이트’ 및 ‘유사앱’이라 함)

▪ 원고가 개설한 유사사이트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9조의2 제1항의 금지행위 중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속이는 행위’에는 해당하나 이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보제공을 유인하는 행위’에는 해당하지 아니 함

[각주]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2(속이는 행위에 의한 개인정보의 수집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속이는 행위로 다른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다른 사람이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인하여서는 아니 된다.

● 금융결제원은 이 사건 유사사이트를 발견하고 2013. 4. 24. 11:46경 피고 한국인터넷진흥원에 피싱사이트로 신고하면서 차단요청을 하였으나 당시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요청이 반려되었고(1차 요청), 원고가 위 유사사이트에 추가로 유사앱을 다운로드 받아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신설하자 같은 날 16:18경 재차 차단요청을 하였으며(2차 요청), 피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차 요청을 받은 후 6시간 정도가 경과한 같은 날 21:58경 피고 에스케이텔레콤과 피고 엘지유플러스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이 사건 유사사이트 접속경로 차단요청(이하 ‘이 사건 긴급조치’라 함)을 하였음

▪ 피고 에스케이텔레콤은 차단요청을 받고 12분 뒤인 같은 날 22:10경 이 사건 유사사이트로의 접속경로를 차단하였고, 피고 엘지유플러스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차단해제 요청’이 있은 후인 2013. 4. 25. 12:03 접속경로를 차단하였음

● 피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접속경로 차단을 요청한 직후인 22:25경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다시 ‘이 사건 유사사이트에 대한 긴급조치 해제’를 ‘정정요청’의 방식으로 요청하였는데, 이에 대해 ① 피고 에스케이텔레콤은 해제요청을 받은 후 약 35시간 35분 정도가 경과한 시점에 접속경로 차단을 해제하였고, ② 피고 엘지유플러스는 해제요청을 받은 후 약 45시간이 경과한 시점이자 접속경로를 차단한 후 31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접속경로 차단을 해제하였음 → 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모두 별다른 사유 없이 해제요청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접속경로 차단을 해제한 것임

● 원고는 금융결제원 및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유사사이트는 금융앱스토어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개설되었고, 악성 애플리케이션 유포나 피싱사이트에 악용될 소지가 없음에도 피고들이 그 접속경로를 차단함에 따라, 이용자들의 접속이 차단되어 원고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함

■ 소송 경과

● 제1심 : 원고 청구 모두 기각

● 원심 : 피고들에 대하여 원고 일부 승소 → 피고들 상고

[각주]금융결제원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원심에서도 기각되었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되었음

▪ 원심은, 피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이 사건 유사사이트에 대한 접속경로 차단을 요청한 이 사건 긴급조치는 원고의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 피고는 정보제공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이 사건 긴급조치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도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음

[각주]나아가 긴급조치를 해제할 때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적시에 그 내용을 알리고, 실제로 해제 조치를 취하였는지까지 확인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음

▪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근거로는, 원고의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2 제1항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특히 이 사건 유사사이트 및 유사앱에 개인정보 불법 수집 기능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분석 작업이 비교적 간단함에도, 피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접속경로 차단 및 차단해제 요청을 한 경위가 납득하기 어려운 점(←2차 신고를 받은 후 6시간 후에 접속경로 차단을 요청하였다가 차단 요청 직후 다시 차단해제를 요청하였음) 등을 들고 있음

▪ 피고 에스케이텔레콤과 피고 엘지유플러스에 관하여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로서 이 사건 긴급조치 해제 요청이 내려졌을 때에 신속히 접속경로 차단조치를 해제하여 정보제공자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음

▣ 대법원의 판단

■ 소액사건의 상고이유

● 이 사건은 소가가 2,000만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소액사건심판법 제2조 제1항, 구 소액사건심판규칙(2016. 11. 29. 대법원규칙 제2694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1조의2 본문에서 정하는 ‘소액사건’에 해당함[각주1] →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심판결에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음

※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상고 및 재항고) 소액사건에 대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의 제2심판결이나 결정·명령에 대하여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대법원에 상고 또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

1.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2.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

● 이 사건에 대한 피고들의 상고이유 중에서 ①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2 제3항 제3호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② 원심이 이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판단을 하였는지 여부에 한하여만 상고허용사유로서 상고심에서의 심리 대상이 될 수 있음

● 그러나 원심에서는 정보통신망법 해당 조문이 헌법을 위반하는지를 판단한 바가 없고, 이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에 반대되는 해석을 하거나 반대되는 해석을 전제로 판단한 바도 없음

▪ 그 밖의 피고들의 상고이유는 법리오해 또는 채증법칙 위반을 주장하는 것으로서 상고허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함

● 한편, 소액사건에서도 해당 법령해석이 쟁점이 되어 있는 다수의 사건들이 하급심에 계속 중이고 재판부에 따라 상반되는 판단을 하는 사정이 있다면, 법령해석의 통일을 위하여 예외적으로 직권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으나 이 사건에는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도 엿보이지 아니 함

■ 판결의 결과

●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여 피고들 상고기각

▣ 판결의 의의

■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2 제3항 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긴급처분은 넓은 의미에서 침해사고에 대한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고, 그 주된 특징은 ‘긴급한 필요’에 있다고 할 것임

■ 제3호 긴급처분시 피고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의 주의의무의 내용과 정도를 일률적·단정적으로 정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일정한 범주를 설정함이 바람직하다 할 것인데, 이 사건 긴급처분의 경우 해당 사이트 등의 분석작업이 비교적 단순함에도 피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긴급조치 및 그 해제요청 경위가 납득하기 어려움

■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인 피고 에스케이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도 이 사건 긴급조치 해제 요청을 이행함에 있어 필요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있음

■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기에 앞서 이 사건은 소액사건으로서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이유 없거나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하므로 상고를 기각한 사례임

[각주1] 소액사건심판법 제2조(적용범위등) ① 이 법은 지방법원 및 지방법원지원의 관할사건 중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민사사건에 적용한다.

구 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소액사건의 범위) 법 제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소액사건은 제소한 때의 소송목적의 값이 2,000만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제1심의 민사사건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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