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법 문화에 관심이 많은 동·서남아시아 8개국의 마약 관계관들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및 법원전시관을 찾았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모국과 한국의 사법체계를 비교하며 진중한 자세로 견학에 임한 세계 마약관계관들의 견학 여정을 소개한다.
통일의 염원을 담은 대법원이 전한 감동
법원전시관 로비에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서남아시아 8개국에서 온 20명의 마약관계관들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대외무상원조사업(ODA)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마약 통제 역량 강화를 위한 지식 전수’ 연수 프로그램에서 대법원 및 법원전시관 견학 일정이 마련되면서 방문하게 된 것이다.
학예사님을 따라 법원전시관 관람에 나선 마약관계관들은 우리나라 법의 역사부터 법의 의미, 법의 날 등 우리나라 법에 대해 차근차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학예사님의 설명은 함께 방문한 통역 담당자를 통해 이들에게 전달됐다. 마약관계관들은 처음 접하는 법원전시관의 모습을 두 눈에만 담기 아쉬운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노트에 필기하는 열의까지 보였다.
이어서 방문한 곳은 대법정 중앙홀. 이들은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흉상과 역대 대법원장의 초상화, 우리나라 정의의 여신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해 들었다. 특히 자신들이 그동안 알고 있던 정의의 여신상과 달리 눈을 뜨고 있는 우리나라 정의의 여신상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소법정으로 자리를 옮긴 마약관계관들은 소법정과 대법정, 삼심제 등 우리나라 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싱그러운 배움으로 일렁인 하루
어느새 마약관계관들이 손꼽아 기다린 판사와의 대화 시간이 다가왔다. 법정체험실에 둘러앉은 마약관계관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큰 박수로 양석용 판사를 맞았다. 양석용 판사의 환영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질문들이 이어졌다.
‘판사가 되는 데 연령제한이 있나요?’, ‘한국 형사소송 절차는 기간이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 형사소송절차와 관련된 법은 몇 가지 정도가 되나요?’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지자 양석용 판사는 모든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양석용 판사의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에 마약관계자들은 만족스러웠는지, 박수를 치거나 미소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정을 모두 마친 마약관계관들은 이날의 견학이 인상 깊었다며 입을 모았다. 미얀마에서 방문한 한 마약관계관은 “눈을 뜨고 있는 한국의 정의의 여신상이 매우 신선했고, 대법정 앞에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돌과 법대가 의미하는 통일에 대한 염원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온 한 마약관계관은 “오늘 견학을 통해 한국의 법치주의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관을 마련한 것을 보고 대법원이 정말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날의 대법원 및 법원전시관 견학이 각 나라로 돌아가 모국의 치안과 안녕을 책임질 마약관계관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길 기대해본다.
취재. 이지현 _ 사진. 김인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