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자유분방해서 특별한 아이들이 법원전시관 앞에 모였다. 오늘 ‘법원으로의 초대’를 받은 아이들은 대안학교인 ‘오름학교’에 다니는 재학생 15명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했던 아이들이 법원을 만나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한 특별했던 하루에 <법원사람들>이 함께 했다.
조금 특별한 아이들의 오름학교
오름학교는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대안학교로 일반학교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의 특성과 재능을 개발해주는 역할을 하는 대안학교다. 특히 오름학교는 음악특성화 학교로 음악에 관심과 소양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
이번 견학에 대해 오름학교 윤영미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 중 기존 학교의 법과 규칙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재 받은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 많은데, 곧 사회에 나가 법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법을 관장하는 기관을 직접 둘러보고 체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 견학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이 착한 성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교육에서 다소 멀어지게 된 것은 자신의 생각과 뜻이 분명했기 때문”이라며 “아이들의 개성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장점이 발휘될 수 있는 길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좀 더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려와 존중이 함께한 판사와의 대화
오름학교 학생들의 대법원 견학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 달 견학은 오름학교 교사들의 신청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견학은 법원에서 직접 학생들을 초청했다. 윤영미 선생님은 “견학담당 실무관님이 ‘아이들을 다시 초청해 판사님과도 만남을 가져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주셔서 다시 한 번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크게 ‘대법정 견학’과 ‘판사와의 대화’로 구성됐던 이날 견학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크게 받았던 프로그램은 단연 ‘판사와의 대화’였다. 대화에 참여한 이영미 판사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내내 웃으며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학생들이 판사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묻자 이영미 판사는 “어떤 것이 필요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학생들이 평등, 존중, 배려, 평정심 등 다양한 대답을 내놓자 이영미 판사는 “여러분이 말한 모든 것이 중요하다”며 “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가장 어렵고 힘든 재판은 어떤 재판이냐는 질문에 이영미 판사는 “형사재판이 가장 어렵다”고 답하며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내가 과연 다른 사람을 벌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자신에게 되묻게 되면 아무래도 마음이 힘들다”고 판사로서 인간적인 고민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진로를 찾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는 “남들이 살아가는 삶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재미없고 반드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르고 그 책임의 무게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면 일단은 사회가 요구하는 삶을 안정적으로 사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으며 그런 삶을 살아가다가 원하는 꿈을 발견한다면 그때 과감히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가능성 발견한 의미 있는 하루
오름학교 3학년 조승진 양은 “판사님이라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오늘 만난 판사님은 따뜻하고 배려있는 분으로 느껴져 좋았다”고 밝혔다. 같은 3학년 추윤지 양은 “판사님의 인간적인 고민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책이나 학교를 통해 흐릿하게 알고 있던 법원에 대해 오늘 직접 보고 들으며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며 뿌듯해했다.
윤영미 선생님은 “오늘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하며 “아이들이 판사님에게 판사의 소양으로 말했던 ‘평등·배려·존중’은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진심으로 어른들에게서 받고 싶었던 것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교사로서도 아이들에게 더 많은 배려와 존중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의미 있는 하루였다”고 말했다.
취재·사진 안형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