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다음은 2017두45933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 사건입니다.
원고 ○○○, 피고 근로복지공단입니다.
원고의 아들은 2014. 4. 동료들과 함께 약 10분간 화물차에 짐을 싣는 일을 한 후 사무실로 걸어가다 쓰러져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로 사망하였습니다. 원고는 아들의 사망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는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처분을 하였습니다.
원심도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였습니다.
산재보험법은 2007. 전부 개정되면서 이 사건 조항인 제37호 제1항이 신설되었는데, 본문은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 사고와 질병으로 구분하면서 세부적인 인정기준을 정하고, 단서는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2007년 개정 시 신설된 이 사건 조항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의 지급 요건이 되는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피고에게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상고심의 주요 쟁점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해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피고에게 전환되었는지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조항은 그 증명책임을 피고에게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근로자에게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지우는 현재의 판례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의견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산재보험법은 제5조 제1호에서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등으로 규정하고, 36조 1항에서 요양급여 등 보험급여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법 등이 규정한 각종 보험급여는 모두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에 해당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존재를 그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 조항은 전체로서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사고와 질병을 유형별로 세분화하여 그 인정기준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조항 단서는 본문 각호의 각목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요건의 하나인 인과관계가 법적?규범적 관점의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한다는 점을 확인, 설명하는 취지일 뿐,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피고에게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2007년 개정 당시의 입법 취지나 입법 경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명확합니다. 이 사건 조항은 과거 노동부령에서 정한 복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한 다음,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여 포괄이입 논란을 해소하고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신설된 것입니다. 2007년 개정 당시의 입법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입법 경위를 살펴보더라도 증명책임을 전환함으로써 산재보험제도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도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 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따른 책임보험의 성격도 가지며,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아왔습니다. 이러한 산재보험법의 성질과 기능 등을 고려할 때, 원칙적으로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측이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전반적인 보상체계에 부합합니다. 만일 이 사건 조항 단서에 의해 증명책임이 전환된다고 본다면, 산재보험법의 진폐 등의 인정 제도는 물론, 공무원연금법, 국가유공자법, 보훈보상대상자법 등 다른 법령이 정한 전반적인 재해보상제도와도 조화되지 아니하며, 입법자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상황이 초래됩니다.
이상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봅니다.
원심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근로자 측에 있다고 판단한 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습니다. 나아가 원심의 사실인정을 전제로 하면 피고 측이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한 것이 되므로, 이 점에서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결론을 수긍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 및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각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그중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 조항에 따르면, 본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 가운데 단서에서 정한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해서는 피고가 증명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와 다른 대법원 판례는 변경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해석이 증명책임 분배에 관한 일반 원칙인 법률요건분류설에 부합합니다.
입법 자료를 보더라도 입법자의 의사는 업무상 재해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피고에게 전환하려는 것입니다. 산재보험법의 다른 규정이나 다른 개별 법률의 규정 형식은 서로 다르므로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고, 개별 규정 형식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산재보험 소송에서는 인과관계의 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 규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근로자에게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공평의 원칙과 정의 관념에 반하고, 이 사건 조항의 문헌과 정반대로 근로자의 보호를 외면하는 것입니다. 현재 판례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은 원고의 아들 사망과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1.09.09.(목) 아래 사건의 판결선고를 실시하였습니다. 본 동영상은 이 사건의 판결선고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입니다.
▶ 대법원 2017두45933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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