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다음으로 2020도12630 주거침입사건입니다.
상고인은 검사입니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처와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피해자가 부재중에 피해자 처의 승낙을 받아 피해자와 그의 처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주거에 출입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피고인을 주거침입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제1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인 피해자의 처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상고심의 쟁점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일부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할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입니다.
결론적으로,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일부가 부재중에 현존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의견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입니다. 이는 종래 대법원이 유지해 온 입장입니다. 다음으로,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해야 하므로,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입니다.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있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다면, 설령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있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는데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83도685 판결과 이를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합니다.
이상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봅니다.
피고인은 피해자 부재중에 피해자의 처가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하여 아파트에 출입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처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아파트에 출입한 이상,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므로 침입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피고인의 출입이 피해자의 처와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부재중인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원심 결론은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습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의 각 별개의견,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그 중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헌법상 주거의 자유에 기초한 주거권이고, 주거침입죄에서 말하는 침입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등한 권한이 있는 공동거주자 중 1인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출입한 경우, 어느 한쪽의 의사나 권리를 우선시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주거침입죄는 목적범이 아니고, 혼외 성관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의 유무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좌우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침입의 의미를 직접 보호법익과 관련시켜 파악하거나 보호법익을 구성요건적 행위의 내용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는 침입의 의미를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게 하여 일반 국민 등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였는지는 물리적 평온과 심리적 평온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거주자의 의사와 관련된 심리적 평온을 더 중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달리 출입 당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물리적 평온에 치중한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공동거주자 중 1인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출입행위는 그 출입 승낙을 한 공동거주자가 통상적으로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행위 내지 이에 수반되는 행위입니다. 다른 거주자는 외부인의 출입이 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공동주거의 특성에 비추어 이를 용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1인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출입하였다면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의 평온은 법익의 귀속주체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출입 통제가 자유롭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출입 통제는 거주자의 의사 및 의사표명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주거의 침입은 종전 판례와 같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이와 달리 침입의 의미나 판단기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습니다. 공동주거의 경우에도 공동거주자 각자가 개별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공동거주자 중 부재중인 거주자도 독자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고 그에 관한 보호법익이 침해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합니다. 외부인이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부재중인 거주자가 그의 출입을 거부하였을 것이 명백하다면, 부재중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 평온이 침해된 것이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처와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아파트에 출입한 것은 부재중인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1.09.09.(목) 아래 사건의 판결선고를 실시하였습니다. 본 동영상은 이 사건의 판결선고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입니다.
▶ 대법원 2020도12630 주거침입(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안철상)
[재생시간 : 7분 42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