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허가되지 아니한 녹음과 촬영은 여기까지 허용하겠습니다. 장내를 정리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오늘 선고할 판결은 3건입니다.
선고 순서는 민사, 형사, 특별 사건의 순서로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민사 사건입니다.
2015다45451 보증채무금 사건입니다.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우진기전
피고, 상고인 대우산업개발 주식회사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원고는 甲에게 30억 원을 대여하면서 피고 대표이사로부터 甲이 이를 변제하지 못하면 피고가 이를 대위변제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받았습니다. 피고의 이사회 규정에 의하면 보증 행위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확인서 작성 당시 피고 대표이사는 피고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확인서에 기한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자, 피고는 피고 대표이사가 확인서 작성 당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원고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확인서는 무효라고 다투었습니다.
제1심은 피고 대표이사가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피고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상대방인 원고가 이를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고 원고가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원심 역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하였습니다.
상고심의 주요 쟁점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고 거래한 경우 거래 상대방인 제3자가 어떠한 범위에서 보호되는지 여부입니다.
결론적으로, 대표권에 대한 제한에 대하여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한 상법 제209조 제2항의 문언과 위 규정이 상법 제389조 제3항에 따라 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준용되는 점, 상법 제393조 제1항에 의한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과 회사 정관 등에 의한 내부적 제한을 구별하지 않았던 기존 판례의 취지 등을 종합하면,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 정관 등 내부 규정에 위반하여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상법 제393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도 거래 상대방은 상법 제209조 제2항에 따라 보호되고, 다만 거래 상대방에게 중과실이 있다면 그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없으므로 거래행위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의견입니다.
상법은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에 대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고, 대표권의 제한을 알지 못하는 제3자는 대표이사의 행위를 회사의 대표행위라고 믿는 것이 당연하며 이러한 신뢰는 보호되어야 합니다. 이사회 결의는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절차에 불과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회사 대표자가 거래에 필요한 회사의 내부절차는 거쳤을 것으로 신뢰하였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 등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제한한 경우에도 선의의 제3자는 상법 제209조 제2항에 따라 보호되고, 다만 제3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없으므로 거래행위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합니다.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은 법률 규정에 따라 제한될 수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는 상법 제393조 제1항입니다. 위 조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정함으로써,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권한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률의 부지나 법적 평가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그 적용을 피할 수는 없으므로, 이 조항에 따른 제한은 내부적 제한과 달리 볼 수도 있지만,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상법 제393조 제1항에 정한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에 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거래를 한 경우에도 그 효력에 관해서는 내부적 제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떠한 거래행위가 상법 제393조 제1항에서 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법률전문가조차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영역으로 결코 명백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는 근거가 상법 제393조 제1항인지 아니면 정관 등 내부 규정인지에 따라 상대방을 보호하는 기준을 달리한다면 법률관계가 불분명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배인이나 표현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과실이 있더라도 중과실이 아닌 한 보호받는다는 판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진정한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을 덜 보호하는 것은 형평의 관점에서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대표이사가 필요한 내부절차를 밟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신뢰는 이사회의 결의를 필요로 하는 근거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상법 제393조 제1항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단순한 내부적 제한에 해당하는 행위인지에 따라 거래 상대방이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의 정도를 달리 본다면, 상대방으로서는 회사의 내부적 사정까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회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기존 판례가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경우와 정관 등 내부 규정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거래행위의 효력을 판단해 온 것도, 양자를 완전히 구별하여 다루기보다는 개별 사건에서 사안에 따라 거래 상대방의 선의, 과실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할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하여 이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거래 상대방인 제3자가 보호받기 위해서는 선의 이외에 무과실이 필요하다고 본 대법원 78다389 판결 및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합니다.
이상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 봅니다.
원고가 피고 대표이사로부터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받을 때에 피고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음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고, 이를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확인서에 기한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합니다. 여기에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의사표시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은 없습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이 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그 중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모두 대표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상법 제209조 제2항이 전면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합니다. 주식회사는 회사의 의사결정 및 업무집행의 권한분배 및 기능 등에서 합명회사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합명회사의 대표 사원에 관한 규정인 상법 제209조 제2항이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 준용되는 범위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특히 합명회사에 존재하지 않는 대표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법률상 제한에 대하여는 그대로 준용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다수의견과 같이 거래 상대방을 보호하는 기준을 ‘선의·무과실’에서 ‘선의·무중과실’로 변경하는 것은 거래안전 보호만을 중시하여 회사법의 다른 보호가치를 도외시하는 것일 뿐더러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결과가 되어 개별 사건을 해결할 때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타당성을 기하기 어렵습니다. 즉, 구체적 타당성과 쌍방의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판례가 더 우월하기 때문에 판례변경의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1.02.18.(목) 아래 사건의 판결선고를 실시하였습니다. 본 동영상은 이 사건의 판결선고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입니다.
▶ 대법원 2015다45451 보증채무금 (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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