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끝으로 2018다287522 부당이득금 사건입니다.
원고와 피고는 모두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로서 과반수 미만의 지분을 가진 소수지분권자입니다. 피고는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이 사건 토지에 소나무를 심어 토지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피고를 상대로 소나무의 수거와 이 사건 토지의 인도 등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원고가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공유 토지에 대한 방해배제와 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고,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습니다.
상고심의 쟁점은, 공유 토지의 소수지분권자인 피고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 토지를 독점하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인 원고가 공유 토지의 인도와 방해배제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결론적으로, 소수지분권자인 원고가 보존행위로서 공유 토지의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고, 다만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의견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265조 단서가 공유자 각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하지 않고 보존행위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보존행위가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하는 것은 공유자인 피고의 이해와 충돌하여 모든 공유자에게 이익이 되는 보존행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민법 제263조에 따르면 모든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고 이는 피고도 마찬가지입니다. 피고가 공유물을 독점하는 것은 위법하지만, 피고는 적어도 자신의 지분 범위에서는 공유물을 사용·수익할 권한이 있으므로 피고의 점유는 그 지분을 초과하는 범위에서만 위법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원고의 인도 청구를 허용하면, 피고의 점유를 전부 빼앗아 피고의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수익권’까지 근거 없이 박탈하게 됩니다. 원고의 인도 청구를 허용하면 피고를 배제하고 원고가 공유물을 단독으로 점유하게 되는데, 이는 공유자 사이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판결과 집행이 달성해야 할 적법한 상태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인도 청구를 보존행위로 허용한 것은, 소수지분권자가 자의적으로 공유물을 독점하는 위법한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실효적인 구제수단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고는 방해배제 청구를 통해 이러한 위법 상태를 충분히 시정할 수 있습니다. 공유물 관리에 관한 정함이 없더라도 공유자는 공유물을 다른 공유자들과 공동으로 점유·사용할 수 있고, 피고가 이를 방해한다면 원고는 방해배제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피고가 무단으로 설치한 지상물이 있다면 원고는 그 지상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있고, 지상물이 제거되면 피고의 독점적 점유가 대부분 해소됩니다. 그 후에도 피고가 원고의 출입을 방해하는 등 공동 점유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 원고는 구체적인 방해행위를 특정하여 방해행위의 금지·제거·예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작위·부작위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으로, 대체집행이나 간접강제를 통해서 충분히 실효성 있게 집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종래와 같이 피고로부터 공유물의 점유를 빼앗아 원고에게 인도하는 방법에 의하지 않더라도, 원고는 피고의 위법한 점유와 방해 상태를 제거하고 공유물이 그 본래의 취지에 맞게 공유자 전원의 공동 사용·수익에 제공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소수지분권자를 상대로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그 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다9392, 93다9408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원고의 토지 인도 청구를 공유물의 보존행위로 받아들인 것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습니다. 원고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중 토지 인도 청구가 인용될 것을 전제로 토지 인도완료일까지 돈의 지급을 명한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합니다. 다만, 원심이 원고의 지상물 수거 청구를 공유물의 보존행위로 본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이를 받아들인 결론은 정당합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인도 청구에 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김상환, 대법원 노태악의 반대의견과 방해배제 청구에 관한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이 있으며,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의 보충의견, 다수의견 중 인도 청구에 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이 각각 있습니다.
인도 청구에 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김상환, 대법원 노태악의 반대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가 공유물을 위법하게 독점하고 있는 경우 그 위법한 상태를 시정하여 공유물을 공유자 전원이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서 방해를 제거하거나 공유물을 회수하는 것은 공유물의 보존행위에 해당합니다. 원고는 자신만을 위함이 아니라 전체 공유자를 위한 보존행위로서 공유물을 인도받는 것이므로, 인도받은 공유물을 선량하게 보관하면서 이를 모든 공유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합니다. 따라서 원고의 인도 청구를 허용하는 것이 피고의 사용·수익권을 박탈하거나, 그로 인하여 원고가 단독으로 공유물을 점유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수의견에서 말하는 공동 점유에 대한 방해금지 청구가 민법 제214조의 방해배제 청구에 포함되는지 불분명하고, 간접강제는 집행 절차가 복잡하고 피고가 자력이 없는 경우 실효성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방해금지 청구는 인도 청구를 대신하는 권리구제 수단으로 불충분합니다. 따라서 공유물의 보존행위로 인도 청구를 허용하였던 기존 대법원 판례는 타당하여 유지되어야 하고,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인도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 판단은 정당합니다.
방해배제 청구에 관한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은 공유자들의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수익권의 내용을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공유물의 사용·수익방법에 관한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공유자의 사용·수익권은 일반적·추상적 권리에 불과하고, 소로써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방해배제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공유자 중 1인이 공유물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과반수 지분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면, 다른 공유자는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을 통해 그 사용·수익으로 인한 이익을 반환받을 수 있을 뿐, 공유물의 인도는 물론 방해배제도 구할 수 없습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공유자는 언제든지 공유물분할을 청구하여 공유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주문, 원심판결 중 토지 인도 청구와 2018. 9. 21.부터 토지 인도완료일까지 기간에 대한 금원 지급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상으로 오늘의 판결 선고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 5. 21.(목) 아래 사건의 판결선고를 실시하였습니다. 본 동영상은 이 사건의 판결선고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입니다.
▶ 대법원 2018다287522 부당이득금 (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재형)
[재생시간 : 8분 11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