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와 소비자의 균형, 워커벨 시대_당신도‘매너 소비자’가 될 수 있다

트렌드에 주목하라

2019.05.03

소비자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기업의 횡포로부터 보호받던 소비자가 언젠가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극강의 ‘갑’이 된 것이다. 소비자 갑질은 우리 사회에 불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매너 소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 ‘갑질’의 탄생

소비자는 기업과의 거래에서 보호해야 할 약자로 인식돼 왔다. 기업의 횡포에 피해를 보지만, 정작 그에 대한 보상이나 사과를 요구하는 데는 제대로 힘을 모으지 못했다. 그래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졌고, 소비자를 대표하는 모임들도 생겨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소비자 ‘갑질’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약자였던 소비자가 강자로 변모해 기업이나 상인들을 대상으로 횡포를 부리는 존재로 탈바꿈한 것이다. 실제로 매스컴 등을 통해 알려진 일부 소비자의 ‘갑질’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식당을 예약한 후 예약시간에 종적을 감추는 ‘노쇼’,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남용하는 ‘블랙컨슈머’는 소비자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콜센터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붓고, 점원을 성희롱하는 소비자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나 일부 회원들이 업체를 찾아가 업체 홍보를 빙자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이를 거부할 시 영업을 방해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사례도 종종 알려진다. 이러한 소비자 갑질은 기업이나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강조되는 고객 친절 서비스를 악용하면서 나타났다.

워커벨 시대의 매너 소비자

소비자 갑질은 많은 풍경을 바꿔놨다. ‘손님이 왕’이라는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얌체 고객의 출입을 막고자 1인 1음료 주문, 스터디 금지, 외부 음식 반입 금지 등의 안내문을 걸기도 한다.

이처럼 일부 소비자의 추태가 도를 넘는 상황에서 ‘매너 소비자’라는 개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2019년 트렌드를 전망하며 ‘매너 소비자’를 거론했다. 매너 소비자는 근로자의 친절에 알맞은 매너를 겸비한 소비자를 말한다. 소비자 갑질이 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리뿐 아니라 의무 역시 강조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매너 소비자 개념과 관련해 생산과 유통 현장에서 고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매너와의 균형을 도모하는 워커밸(worker-customer balance)이라는 개념도 주목 받고 있다.

매너 소비자가 되는 방법

소비자 갑질은 물론 일부 소비자의 이야기다. 이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대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이다. 소비자 갑질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소비자 권익 보장을 위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스스로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갑질하는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 권익을 보장해주는 공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은 악성 고객에 대한 명확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양측의 공식적인 절차와 규칙 준수가 지켜질 때 갑질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우리는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다. 거래하는 당사자일 뿐이다. 따라서 물건을 사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는 반드시 매너를 지켜야 한다. 매너 소비자가 되는 길은 번거롭지도, 어렵지도 않다. 한 취업사이트와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의 알바생 2,507명을 대상으로 손님에게 감동을 받는 순간(복수응답)을 묻자, ‘내가 건넨 인사를 상냥하게 받아줄 때’(47.4%), ‘나의 서비스에 감사함을 표할 때’(46.7%), ‘실수해도 이해해 주고 기다려줄 때’(36.5%), ‘힘들지 않느냐고 걱정해줄 때’(15.5%)를 꼽았다.

내가 갑질할 때 그 피해자는 내 가족이거나 친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모두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이다.

글. 이경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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