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이슈]유통시장 뒤흔든 작은 거인 세포마켓

트렌드에 주목하라

2019.03.06

SNS나 영상 채널 플랫폼 등을 통해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른바 세포마켓이 뜨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찾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운영자들이 공유하는 일상과 스토리에 공감하는 방식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셀슈머가 운영하는 세포마켓

20~30대의 젊은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백화점이나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 이들이 세포마켓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세포마켓(Cell Market)은 SNS나 유튜브 등의 1인 미디어를 활용해 물건을 사고 파는 ‘1인 마켓’이다. 세포마켓이란 말은 유통이 세포 단위로 분화하고 있다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2019년을 이끌 10개의 키워드 중 하나로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김난도 교수는 세포마켓을 운영하는 이들을 셀슈머(Sell-sumer)라고 불렀는데,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된다는 앨빈 토플러의 ‘프로슈머(Pro-sumer)’ 개념에서 빌려왔다.

일상을 공유하고 취향을 팔다

대표적인 세포마켓은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다. 판매자, 즉 셀슈머들은 이들 채널에서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지만 상품을 파는 ‘단순 판매원’과는 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과 생각, 취향 등을 공유하며 방문자이자 소비자인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제품 구매를 유도한다. 예를 들어 패션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셀슈머라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노출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상 속 소품과 패션 아이템을 드러내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팔로워가 많은 세포마켓일수록 거래가 왕성하게 이뤄지며, 최근에는 세포마켓을 한데 모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유튜브 같은 영상채널 플랫폼을 이용한 개인방송도 세포마켓에 속한다. 개인방송을 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셀슈머가 되는데, 이들은 음악, 게임, 요리 등 자신의 전문 콘텐츠를 방문자들과 공유한다. 이들은 제품을 팔기보다는 주로 영상에 붙는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다. 방송 구독자가 많을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상채널 플랫폼은 10~20대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30~40대는 물론 50대 이상의 연령층도 이들을 소비한다. 개인방송이 큰 시장을 형성하면서 연예인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처럼 1인 크리에이터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도 등장했다. 다중채널네트워크(MCN, Multi Channel Network)라 불리는 이들 매니지먼트 회사는 국내에만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마켓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이들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전통적인 대형 유통채널들도 세포마켓에 손을 내밀고 있다. 백화점들이 유명 셀슈머들의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거나 컬러버레이션 등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가성비 ‘甲’ 세포마켓의 명암

세포마켓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SNS나 유튜브 계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주문량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면 되기 때문에 재고 관리도 수월하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상시 소통하는 구조라 제품의 불만사항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세포마켓이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SNS 기반이라 불법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카드 결제보다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판매자가 교환이나 판매를 거부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세포마켓은 화제성이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폭력성이 도를 넘기도 한다.

세포마켓은 플랫폼과 결제 기술의 발달, 취업난과 고용 불안, 가성비 높은 투자가 중요시되는 경제 상황 등과 맞물려 탄생한 새로운 유통 구조다.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들만 적절하게 마련된다면 소비자들은 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제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세포마켓으로 몰려들 것이다. 물론 그 소비자 무리 중에는 우리도 끼어있을 것이다.

글. 이경석(조선일보 행복플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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