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현재와 미래

트렌드에 주목하라

DMZ의 현재와 미래

2018.08.02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북한관련 뉴스는 늘 DMZ 일원에서 생활하며 조사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남북문제가 발생하면 연구소 홈페이지의 사진부터 점검을 하였다. 혹시 문제가 될 만한 사진은 없는지 공연히 불안해져 그동안의 궤적을 자기검열하며 이유 없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최근에 남북한의 정상회담과 북미회담으로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기로에 있다. 한반도의 DMZ는 현대사적인 관점에서 충돌의 완충 지점이자 동북아시아의 평화의 뇌관처럼 작용하는데, 왜 하필이면 우리가 고단한 사상적 갈등을 스스로 자임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DMZ의 생태는 스스로 전쟁의 공포와 분단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만큼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분단의 역사에서 변곡점이 될지 모를 지금 이 시점, DMZ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해본다.

자연 원형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지닌 DMZ

DMZ은 공교롭게도 동서의 긴 띠를 이루고 있어 비슷한 위도에 해발고도의 다양함이 생물 서식지의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 다양한 서식지가 다양한 생물의 생존공간의 결과로 종다양성의 대표적인 지역이 되었다. 남북생물권의 공동의 공간으로 북방계생물과 남방계생물이 혼재하는 점이지대(transitional zone)의 특성을 갖고 있어 한반도의 중심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분단비용과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려 지금 막 움직이기 시작한다.

서부DMZ 일원의 다양한 습지들이 발달되어 평야지를 중심으로 자연하천은 남북으로 이어지는 물길로 오염원이 거의 없어 수중생태계 또한 온전한 복원의 모습을 갖고 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이어지는 생태축은 남북한이 공유하는 중립국지대를 품고 있으며, 동북아시아 철새들의 이동통로로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남북한이 동시에 람사르습지로 등재하여 UN등 국제기구를 통한 남북한 협력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중부내륙지역은 철원을 중심으로 한 평야지대가 발달하여 겨울이면 재두루미들이 2017년 겨울엔 약 4,000여 마리가 월동을 하고, 임진강을 큰 줄기로 역곡천 ·한탄강· 남대천 등이 남북을 잇는 생태통로로 자연하천의 원형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지녔다. 산지와 평야의 혼재로 다양한 생물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추가령 구조곡은 한반도 지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고, 산둥반도까지 연결된 지층은 지구의 과거를 규명해준다.

중동부 산악지역의 전술도로 주변에는 희귀종인 솔나리와 왜솜다리를 비롯한 한국 특산종과 희귀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생태계의 보고로 손색이 없으며, 반달가슴곰과 사향노루 등이 서식하고, 한북정맥은 임진강 유역과 북한강 유역을 나누는 분수령으로 인북천은 돌상어, 어름치, 금강모치 등의 희귀어류가 서식한다.

대암산 국내최대 고층습원 용늪은 람사르습지 1호로 지정되었으며 4,500년 자연의 역사를 알려주는 이탄층이 평균 1~1.8m 정도 쌓이게 되어 다양한 생물들을 살게 하여, 조름나물, 비로용담, 칼잎용담, 끈끈이주걱, 물이끼, 북통발, 금강초롱꽃, 제비동자꽃, 기생꽃 등 총 190종의 희귀식물과 곤충 등 생태적 자산을 많이 갖게 하였다.

백두대간의 동쪽으로 동부산악DMZ는 건봉산, 향로봉, 대암산, 대우산, 백석산, 백암산 등 1,000m 이상의 고산 봉우리 사이를 소양강(인북천), 수입천, 북한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남강습지, 건봉산 계곡습지, 북한강상류습지, 인북천습지, 수입천습지 등 기수생태계의 서부DMZ와는 다른 유형의 습지가 발달하였으며, 산간계곡의 소규모 곡저평야, 계곡습지는 다양한 생태를 보여주는 구조로 천연기념물 제247호인 향로봉·건봉산 천연보호구역으로 향로봉산림유전자원보호림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가장 동쪽인 동부해안DMZ의 생태권역에는 식물상 598종, 조류 69종, 포유류 17종, 양서·파충류 15종, 육상곤충 525종, 담수어류 38종, 저서무척추동물 153종 등이 서식하고 있고,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2종(Ⅰ급 3종, Ⅱ급 19종)천연기념물은 8종, 한반도 고유종은 60종이 확인되었다. 또한 이곳은 2001년 남북강원도협력사업으로 안변에 연어부화장을 건설, 북강원도 고성군 남강의 지류인 후천강에서 남북공동 ‘통일연어’ 방류행사를 한 지역으로 향후에도 남북한 생물교류사업을 할 중요한 지점으로 판단된다.

갈등과 분쟁 속에서 자연이 피워낸 화해의 풍경

DMZ는 우리가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소수는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분단되어 70여 년이 흘렀다. 일제강점기 35년의 2배 기간 동안이나 분단으로 현국현대사를 지배한 괴물로 지금도 살아서 움직이지만, 북방계와 남방계 생물상이 혼재하는 다양한 동·식물의 핵심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어 생태학적 보호 가치가 높아 그나마도 숨 쉴 틈이 생겼다.

남한면적의 약 1.6%밖에 되지 않는 DMZ에는 어류의 경우 한국의 멸종위기종이 11종으로 약 44%가 비무장지대와 그 생태권역에서 서식을 한다. 양서파충류는

6종으로 85.7%되는 멸종위기종들이 이곳에서 살고, 조류의 경우는 43종으로 70.5%를 포함하여 한반도 멸종위기종의 약 41%인 246종가 비무장지대와 인근에서 산다.

한반도의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에 의해 휴전됨으로써 생겨난 DMZ. 한국전쟁이 종전(終戰) 아닌 정전(停戰)으로 마무리되고 육상의 군사분계선인 MDL(Military Demarcation Line)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각 2㎞씩 양국의 군대를 후퇴시키기로 약속하면서 만들어진 지역을 이젠, 현재 한반도 DMZ와 그 일대는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지금, 종전을 향하여 어렵고 큰 변화를 시작했다.

그래서 DMZ는 분단 이후 오랫동안 농업 이외에 다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최근에 와서 대규모의 자본이 투자되는 인삼밭의 증가가 이런 생태계에 가장 큰 위협으로 DMZ 생태파괴의 시한폭탄 시계가 작동되고 있다. 남북화해의 시대에 가장 가슴 졸이며 걱정하는 것은 이들의 서식지에 대한 고려없이 경협이 진행되는 것에 있다. 세밀한 사전준비와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DMZ의 생태의 평화를 먼저 고려하여야 하며, 올여름 한강, 임진강 합수머리에서 중립국지대를 보며 남북이 공동으로 습지를 놓고 공존을 이야기하고, 용늪에 가서 억년의 생태계 신비를 체험하며, 남북이 어렵게 화해를 시도하는 것처럼 생태와 인간의 화해를 이뤄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김승호(DMZ생태연구소 소장)

"트렌드에 주목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