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보석상자] 사법등기서비스 최전방을 책임지는 우리들의 목소리 사법서비스의 빈틈을 메워주는 두 기둥 등기UHD와 사법UHD

人사이드인터뷰

2022.10.06

단체사진

조미애 실장, 이시연 팀장, 임수란 팀장, 이명주 부팀장, 김경환 품질팀장

내 마음의 보석상자

글과 진행 이재영 사진 안테나스튜디오

사법등기서비스 최전방을 책임지는 우리들의 목소리
사법서비스의 빈틈을 메워주는 두 기둥
등기UHD와 사법UHD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창호라고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공간이라도 바람이 새면 금방 낡고 삭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문은 단순히 안과 밖의 풍경을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품위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법원 내외부 고객들에게 법원 시스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안내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등기UHD와 사법UHD는 사법이란 공간에서 필요한 서비스의 빈틈을 메워주고 있다. 같으면서 다른 일을 하는 두 센터의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두 센터의 공통점과 차이점
이명주-처음 뵙겠습니다. 각자 근무지도 다르고 분야도 달라서 서로 만날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뵙게 돼 반갑습니다.
이시연-사법UHD 이시연 팀장입니다. 얘기 나누기 전에 독자들을 위해서 각 센터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임수란-그게 좋겠네요. 안녕하세요, 저도 사법UHD 임수란 팀장입니다.
김경환-반갑습니다. 등기콜센터 김경환 팀장입니다. 사법UHD 먼저 하실까요?
조미애-저는 사법UHD 조미애 실장입니다. 저희 사법UHD는 법원 직원과 일반 국민에게 다양한 사법서비스 이용법과 시스템 이용에 대한 전반적인 콜센터 업무를 하고 있어요.
이명주-저희는 일반 국민 대상으로 하는 사용자지원센터와 등기 절차와 등기 민원 서비스를 상담하는 등기 콜센터로 나뉘어요. 사용자지원센터는 전국 등기소에서 사용하는 등기시스템 상담, 집행관시스템 업무처리 상담 등을 하고 있고요.
조미애-콜센터 상담 업무라는 것만 같고 나머지는 다 다르네요. 일반 국민과 법원 직원분들이 고객이 되는 건 같고요. 사실 여기서 저만 상담 업무를 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저는 법원 공문 작성 및 보고, 법원과 약속된 센터 SLA 지표 운영 실적에 대해 달성 및 미달성 원인 분석 및 통계 보고를 맡고 있거든요.
김경환-그럼 관리자로 입사하신 건가요?
조미애-네, 입사 6년 차고요. 전에는 대기업 비서실에서 비서 업무를 했어요. 다른 분들은 입사한 지 오래되셨나요?
이명주-2015년에 입사했어요. 부동산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어서 관련 업무를 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지원했어요. 지금은 법원 등기관님들 도와드리는 사용자지원센터의 부팀장을 맡고 있어요. 등기업무시스템, 인터넷 등기소, 등기와 관련된 절차와 집행관 시스템 첨부서류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데요, 등기업무에 있어서 폭넓은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시연-저도 이명주 부팀장님과 비슷한데요, 법원 직원분들 서비스 파트인 법원직원팀에 있어요. 저희 팀은 재판사무시스템이나 판결문작성관리시스템 등 법원 직원들의 업무용 시스템을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8년 차이고 팀장을 맡고 있어요.
임수란-저는 6년 차이고요. 이시연 팀장님과 또 다른 파트인 일반국민팀장이에요. 국민대상 상담업무를 하고요. 소송 수행자, 변호사, 법무법인, 일반 개인 모두를 포함해요. 전자소송, 사건 검색, 홈페이지 이용방법 등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상담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김경환-제가 막내네요. 입사한 지 3년 됐고요. 일반 국민 대상인 등기콜센터 상담 업무 하다가 부팀장 거쳐서 올해 품질관리 팀장이 됐습니다.
일동-와, 초고속 승진하셨네요.
김경환-아닙니다. 이제 2개월 차 접어들어요. 품질관리 팀장은 사용자 지원센터 상담사 분들이 품질수준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는데요. 아직도 배울 것도 공부할 것도 많습니다.
이명주-같은 센터에 있어서 아는데 김경환 팀장님 정말 성실하세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스스로 열심히 하는 분이십니다.
이시연-저희 일이 그런 마인드가 필요한 업무죠. 난이도가 높다 보니까 신입 인력이 들어와서 자리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퇴사율도 높고요.
임수란-예전에 전화 상담 업무가 여자들의 일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바뀌고 있죠. 아무래도 목소리의 톤이나 이런 것들이 작용해서인지 남자 상담사를 좀 더 신뢰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이시연-맞아요. 가끔 어떻게 해도 해결되지 않던 민원이 남자 팀장님과 한 번의 통화로 해결되는 걸 보기도 하죠. 남자분들도 많아지면 좋겠어요.
김경환-상담 업무가 단순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CS적인 부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부분들 때문에 남자분들이 선뜻 지원하지 못하는데 다들 도전해보길 권합니다.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제2의 언어를 배우는 일
이명주-사실 남녀 가릴 것 없이 업무 숙지만 잘 된다면 보람 있는 일이죠. 저는 적응하는 데 7개월 정도 걸렸어요. 전부 외계어 같아서 처음엔 전화도 거의 못 받고 얼이 나갔죠. 선배들이 많이 버팀목이 되어 줘서 버틸 수 있었어요.
김경환-저는 좀 애국심이 남다른 편이라 장교 제대하고 이왕이면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싶었어요. 처음에 등기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죠. 그런데 상담이란 게 교육을 받아도 정말 어렵더라고요. 외워서 일방적으로 말하는 건 가능한데 실제 상황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저는 한 1년 정도 힘들었어요. 요새 품질팀장으로 신입 교육 진행하면서 이런 생생한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있죠.
이시연-정말 공감해요. 외계어. 처음엔 용어며 모든 것이 생소했어요. 저는 입시 강사였는데 아이가 셋이라 밤 근무를 하지 않는 직업을 찾아야 했어요. 상담 업무를 해봐야겠다 했는데 CS 경험이 없었지만 공공기관 상담센터는 민원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어요. 처음부터 법원 직원 상담사로 들어와서 민원에 시달릴 일은 없었는데요. 법률용어와 소송절차 익히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처음 들어와서 선임 상담사 통화 내용 듣고 1차 좌절, 교육 끝나고 한 달 지나면 여전하구나 2차 좌절, 수습까지 버텨보자 하고 3개월을 채워보는데 그래도 어려워서 3차 좌절이란 얘기가 있어요.
조미애-이시연 팀장님은 그 시절 어떻게 극복했어요?
이시연-제가 입사했던 시기가 민사신청 촉탁이 전자로 이뤄졌던 때였어요. 민사신청시스템 문의가 많은 시점에 입사해서 자연스럽게 콜을 많이 받게 됐죠. 그냥 생각할 겨를 없이 적응한 것 같아요. 조금 익숙해질 만하니까 전자독촉홈페이지가 전자소송홈페이지로 바뀌는 큰 이슈가 있어서 그 콜들을 처리하면서 경험을 쌓았고요. 이제 됐나 했는데 2015년 3월에 집행시스템이 전자화됐잖아요. 안내 콜이 6배나 증가해서 내부적으로 집행 안내 부서로 인사이동을 겪으면서 다시 대란이었어요.
이명주-사법UHD 역사의 산 증인이시네요.
이시연-시기가 어떻게 그렇게 맞았어요. 어쨌든 좀 특별한 경험을 해서 신입 분들한테 경험치가 쌓이면 반드시 체득되니까 버티라고 얘기 많이 해줘요. 우리 업무의 수습 기간은 3개월이 아니고 1년이라고 생각하라고요.
조미애-저는 상담사로 시작하지 않아서 처음엔 동료들의 업무 난이도를 체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면담 진행하면서 고충을 듣다 보니까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제2의 언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일상 생활에서 접하지 않았던 법률용어 정의부터. 그래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입사 초반 업무 숙지 향상에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주곤 해요.
임수란-저는 조금 달랐는데요. 전 직장이 축산물품질평가원 이력지원실이었어요. 축산물 이력제 정산시스템에 장애나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하는 일이었는데, 굉장히 까다롭고 복잡하거든요. 그런 업무 경험이 있어서인지 좀 참고 기다릴 수 있었죠. 그리고 소송이라는 걸 배우는 게 재밌더라고요. 살면서 접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걸 배우는 것도 재미있었고, 또 알고 나면 실생활에 도움이 되니까요. 뉴스를 들었을 때 들리기도 하고요. 신입 때는 용어가 가장 어려웠는데 포털 검색창을 띄워놓고 검색해서 일을 처리하곤 했죠. 어려워서 신입 분들이 10번 20번 물어보기도 하는 부분이에요.
이시연-임수란 팀장의 매력은 아무리 반복되는 질문에도 10번 20번 똑같이 잘 알려준다는 데 있죠.
임수란-저는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보라고 말씀드려요. 실제로 친구가 돈을 못 받아서 대신 소장 접수 해주는 분들도 계셨어요. 업무로 쌓은 지식을 쓸 일이 생긴 거죠.
이명주-그런 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알면 알수록 조심성이 커지기도 해요. 등기부 보면서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되겠다 싶고요.
조미애-그럴 수밖에요. 경우의 수가 많으니까 어쩔 수 없죠.
이명주-신입 때 가장 혼란스러운 게 고객들이 교육 받을 때 배웠던 것과 다르게 묻는다는 거죠. 결국 같은 질문인데 경험이 없으면 그걸 파악하기 힘들잖아요.
임수란-그래서 팀원들에게 항상 말해요. 우리는 명탐정 코난이다. 추리해야 한다. 이상하게 질문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고. 기본적으로 상담 업무는 센스가 있어야 해요.
조미애-그런 스킬을 빠르게 기르기 위해서 매일 스크립트를 만들잖아요. 접수된 질문 중 새로운 것들을 엑셀로 정리해서 매일 공유하고 있죠. 새롭게 숙지하고 그 안에서 빠르게 찾을 수 있게요. 김경환-저희는 상담 스크립트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데, 매일 직접 업데이트를 하시는군요. 대단하시네요.
이시연-시스템 차이죠. 등기UHD처럼 DB를 저장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으면 더 편리하긴 하겠어요.

사법uhd

사법 uhd 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
임수란-네, 맞아요. 업데이트하고 엑셀에서 찾는 수고를 덜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는 좀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어떤 질문이 와도 재미있긴 해요. 잘한다고 해주시면 보람도 느끼고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 싶고요. 다만 민원만 빼면…… 정말 더 좋을 것 같아요. 민원은 감당할 수 없는 걸 요구하는 분들이 많아서 곤란해요.
이명주-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임수란-예를 들어 사건의 진행 단계에 따라 전자 불가한 사건이 있는데 전자로 진행이 안 되는 경우에 막무가내로 처리해달라고 하시면 일단 확인하고 연락 드리겠다고 하고 마무리를 해요. 한 번 템포를 끊는 거죠. 그런 후에 확인해봤지만 안 된다고 양해를 구해요.
조미애-약간 휴지 기간을 두면 고객도 수그러들고 이해해주시고 수긍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시연-어쨌든 최대한 노력을 해요. 예를 들어 제출기한이 정해진 문건들이 있잖아요. 기한 마지막 날 하려는데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방문 접수를 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가 불편하시죠. 무조건 안 된다만 하지 않고 해당 법원에 전화해서 팩스로 받을 수 있는지 혹시 방법은 없는지 알아봅니다. 성의를 보이는 거죠. 노력했는데도 안 된다고 하면 대부분 이해해주세요.
조미애-그런 분들은 다행인데 몇 년씩 괴롭히는 민원인분도 계시잖아요.
임수란-제가 겪었죠. 2년 동안 연락하신 분이 계셨어요. 홈페이지 구성이 마음에 안 든다, 본인이 쓰기에 기능이 불편하다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하셨어요. 상담사들과 전화하다가 관리자를 바꾸라고 하시면 저와의 통화가 시작되는 거죠. 통화를 하면 갑자기 하소연을 시작하세요.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고, 너무 힘들다고요. 소송하는 분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잖아요. 이해하지만 저도 말씀 드리죠. 저도 힘들다, 저도 좀 봐주시라. 하하.
이시연-저는 법원 직원분들이 고객이신데요. 다행인 게 법원 직원분들은 칭찬을 진짜 잘해주세요. 어려운 부분이 해결되면 칭찬게시판에 수필처럼 칭찬 글을 써서 남겨주기도 하시고요. 전국 법원에서 특산품이 올라오기도 해요. 통영 꿀빵, 고흥 유자즙, 강원도 옥수수, 제주 귤 등등. 피자도 보내시고 직접 오셔서 커피 쿠폰도 주시고요. 항상 감사히 잘 나눠 가지고 있어요.
김경환-저희도 일반 국민 전화상담 대상은 법무사, 변호사 사무실 직원분들인데 소장도 어렵지만 등기신청서 작성도 정말 어려워서 도움받으시면 선물 많이 보내주세요. 제주도에 사시는 법무사 분은 때마다 귤을 몇 박스씩 보내주기도 하고요.
이시연-감사한 일이죠. 먹을 것뿐 아니라 1월 7월 인사발령 시즌에 다른 부서로 가시면서 UHD가 생각났다고 글 남겨주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처음 와서 힘들었는데 덕분에 잘 버텼다면서요. 그럴 때 무척 감동받죠.
이명주-등기관님들도 잊지 않고 한 번씩 감사 인사 남겨주시곤 해요. 등기시스템은 좀 더 많이 알아야 하고 꼼꼼하게 처리해야 하는 까다로운 업무인데 그럴 때마다 힘이 되죠. 처음에 좀 손발이 안 맞아서 불편해하시던 분이 나중엔 해당 상담사만 찾는 경우도 있고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결국 서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시연-맞아요. 업무숙지가 덜 됐을 때 응대해서 만족할 결과를 드리지 못했던 분이 실력향상이 된 후에 고마운 표현을 해주면 스스로 성장했구나 자부심을 느껴요. 보람도 느끼고요.
임수란-신입이 끝나면 또 선임으로 적응하고 성장할 일이 있죠.
이시연-그래요. 선임도 힘들죠. 전문성은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을 배워야 하니까요. 본인 전문 스킬 외에 다른 스킬도 새롭게 익혀야 하니 멀티가 되어야 하죠. 후배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관받기도 하고요.
김경환-사실 그래야 하는데 저는 이관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어요. 민원인은 저희를 공무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처리를 제대로 해야만 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배워서 업그레이드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어요. 제 경우에는 민원인과 부딪히면서 보람을 느꼈던 것보다는, 나중에 이관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을 때 스스로 너무 기특하고 대견했어요. 그때부터 일이 재미있어졌죠.
임수란-맞아요. 일은 갈수록 재밌는데 별별 일을 다 겪긴 하죠. 술 취해서 전화하는 분도 있고, 또 공공기관이라 그런지 밑도 끝도 없이 정부 욕을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김경환-공통적이군요! 저희도 그런 분들 계세요. 욕하고 끊는.
임수란-다행히 법원에서 힘써주셔서 올 7월부터 특이민원인 대응 매뉴얼이 마련 되었고 단선 조치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서 기준에 따른 선종료가 가능해졌죠. 많이 수월해졌어요.
이명주-저희는 등기 콜센터인데 타기관 업무까지 처리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최근에는 어느 지자체 세정과에서 납세 업무할 때 어떻게 기재하느냐고 문의를 주셨어요. 자체적으로 확인하셔야 된다고 안내를 해드렸죠. 법원의 모든 문의를 처리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제일 많이 오는 문의는 무료 법률 상담에 대한 문의예요. 그건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하는 일이라고 친절하게 말씀 드리죠.
임수란-저희 쪽으로도 많이 와요.
이시연-공통적으로 제일 힘든 게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한 요청 아닌가요?

등기 uhd

등기uhd팀

베테랑들의 스트레스 관리법
김경환-맞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다 처리해드리고 싶은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요.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임수란-저는 작년 3월부터 민원팀장님이 민원대응을 전담하면서 그 뒤로 크게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었어요.
김경환-인력보강이 되어서 나아진 건가요?
임수란-그것도 그렇고 저는 좀 털어버리는 스타일이에요.
김경환-대단한 능력을 가지셨네요. 저는 출퇴근 거리가 좀 멀어요. 40분 정도 걸리는데 지하철에서 부대끼면서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 상태에서 시작하면 임수란 팀장님처럼 조절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노하우를 알고 싶네요.
임수란-노하우라기보다 저는 한편으로 그분들이 안쓰럽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시연-많이 지치시죠. 소송을 몇 년씩 하시는 분들이니까.
임수란-맞아요. 어디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우리한테 하소연 하는 분들이 많아요. 상담사라도 내 말을 들어달라는 게 안쓰럽죠. 물론 저도 처음엔 힘들었어요. 민원에 시달린 날은 잠도 못 잤는데 어느 날 터득했어요. 내가 힘들어해봤자 나한테 도움되는 건 없다. 잊자.
김경환-정말 좋은 마인드입니다. 사법, 등기 모든 상담사가 배워야 할 거 같아요.
이시연-그게 참 알면서도 쉽지 않은 거예요.
임수란-누군가한테 말하면서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민원 상대한 상담사는 제가 꼭 옥상 올라가서 좀 풀게 해요. 그러면서 민원인이 화내는 거는 업무적인 거니까, 원래 나와 일하는 나를 분리하라고 얘기해요.
조미애-감정에 대한 분리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업무와 분리할 수 있도록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기적인 CS교육이나 스트레스 지수 체크를 통해 현재 감정 상태를 진단해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와 같은 활동을 등기UHD도 진행하시죠?
김경환-그 업무를 제가 맡고 있죠.
이명주-악성 민원 응대 후에는 팀장님께 보고하여 공식적인 휴게 시간을 받고는 있지만, 법적으로 좀 더 보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시연-대부분 팀장에게 이관하잖아요. 팀장들이 그렇게 시키기도 하고. 신기한 건 민원인들도 팀장이 전화를 하면 누그러지는 경향이 있어요.
임수란-상담사에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란 말 하시는 분도 계시죠.
이명주-그때의 감정이 좀 겸연쩍은 거죠.
임수란-결국은 나중에 서로 좋은 말 나누면서 종료하게 되고요. 그렇게 또 다 털어지죠.
김경환-들어보니 저는 좀 반대인 거 같아요. 저는 쌓이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열심히 아웃풋 하려고 노력해요. 여자친구에게 다 얘기하고, 친구들에게도 다 털어놓고요. 담아두면 안 될 거 같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풀죠. 얘기하니까 좀 나아지더라고요.
조미애-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본인만의 방법을 가지고 결과값이 같으면 되죠.
이시연-저는 딱 집에 가면 잊어요. 장소 분리를 하는 거죠. 일과 나머지 여가 시간 분리. 그래서 주말에는 일 생각 안 하고 가족과 충분히 즐기려고 해요.
이명주-처음엔 가족들에게 힘든 것들을 토로했는데 다들 반기지 않는 눈치더라고요. 듣는 입장에서도 스트레스가 되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같이 움직여요. 딸과 함께 운동하고 유튜브 보고 스트레칭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요.
이시연-동료들끼리 서로 돕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네가 안 되면 내가 처리할게 모드로. 기댈 곳이 있다고 생각하면 든든하잖아요.
이명주-신입에게 말해요. 할 수 있는 거는 한계가 있다. 민원을 무조건 안고 가려고 하지 말아라, 관리자가 왜 있냐? 보험이라고 생각해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관리자라고요.
조미애-본인만이 해결해야 하고 결과를 혼자 감수하면서 고객센터 일을 한다면 막막하고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다행히 여러분들이 다 서로 도우면서 일하셔서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런 노력으로 임수란 팀장님의 경우 2019년 대법원 전산정보관리국 우수직원 표창 수상을 하셨고, 가장 최근에는 저희 이시연 팀장님이 2022년 법원의 날 대법원장 표창을 받으셨어요.
일동-축하해요!
이시연-아이고,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표창을 받았는데 개인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모두 마스크 끼고 힘들게 일했잖아요. 숨찬데도 적은 인원으로 만족 드리려 했던 동료들의 노고를 보상받은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법원 가족이라는 자긍심
이명주-이시연 팀장님, 사법 UHD 축하드리고요. 다음 번엔 저희 등기UHD에서도 표창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곳 모두 법원 협력업체로 도움을 드리는 대법원의 얼굴이잖아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같은 업무 하시는 분들과 만나니 참 좋네요. 서로 보완하고 윈윈하는 계기도 되고, 이런 자리가 또 있었으면 해요.
임수란-아, 이 자리를 빌려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이 책을 전산실 업무팀 담당자님들이 보실텐데요. 그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세요. 민원 들어오면 공감하고 빨리 처리해주시고,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처음 봬서 좀 어색했지만 대화를 해보니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이시연-등기UHD에 대한 것들도 새롭게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저희가 법원 직원들이 할 수 없는 미세한 틈을 채우는 역할을 하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조직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조직이란 걸 알게 해주셔서 자부심도 느끼고요. 하나만 말씀드리면 2024년에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이 오픈하잖아요. 대규모로 고도화가 되는 부분이라서 무리 없이 안내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자료들이 사전에 제공됐으면 합니다.
조미애-어려운 업무지식을 배우고 습득하는데 주저함 없이 업무 열정을 가진 사법UHD 직원들 존경하고요. 당연한 업무인데 매 순간 지지 말씀해주시고 감사 인사 전해주시는 법원 가족 분들도 고맙습니다. 이런 자리 마련해주신 게 저희를 법원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해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김경환-동지를 만난 것 같아요. 꼭 오늘 대담이 아니라도 저희끼리 정기적으로 이런 자리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법원 관계자분들도 자주 찾아주시고요. 지난 번에 처장님과 국장님이 오셨었는데 직원 모두 자긍심이 높아졌어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리고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요. 114는 악성민원일 경우 바로 종료할 수 있는 버튼이 키보드에 있다고 해요. 사실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있다는 걸 알아도 머리가 새하얘져서 손이 움직이지 않거든요. 그 상황에서 바로 종료할 수 있는 버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영광이고요. 정말 자주 뵙고 이야기 나눴으면 합니다. 특히 감정 스트레스 관리에 있어서요.
이시연-진짜 있으면 좋겠어요. 오늘 얘기하고 나니까 확 다 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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