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객 2] 타지에서 모인 실무관들의 타지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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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3

이우상 실무관(43기) 낭만필객Ⅱ

타지에서 모인 실무관들의 타지 적응기

글 이우상 실무관(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이우상(43기)님이 조서윤(46기)님을 초대했습니다.
이우상(43기)님이 남대훈(47기)님을 초대했습니다.
이우상(43기)님이 박정원(48기)님을 초대했습니다.
이우상(43기)님이 마주희(49기)님을 초대했습니다.

이우상(43기)
하이! 하이! 다들 맛점함?? 법원사람들 실무관 이야기 해보려고 초대했어요^^ 타지에서 포항으로 모인 실무관들, 타지 적응기로 하려고 하는데 다들 어때요? 발령받기 전에 혹시 포항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조서윤(46기)
저는 너무나 익숙한 포항인데요. 대구 근교로 바람 쐴만한 곳이나 가볍게 여행 가기 좋은 곳은 검색만 해도 연관 검색어에 항상 ‘포항’이라는 곳이 뜰 만큼 대구 사람에게는 친근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놀러 왔던 경험도 많고요.

조서윤 실무관(46기) 박정원(48기)
제 머릿속 포항은 드라마 주인공이 가족을 떠나 멀리 도망가는 지역이라는 이미지였어요. 포항 법원은 구룡포 같은 곳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와서 보니 포항법원 근처에 이야 커피전문점도 있고, 아이스크림 가게 베스도 있는 것을 보고 안심했어요. ㅎㅎ

이우상(43기)
서울 토박이였음?? 후덜덜.

마주희(49기)
생각보다 인프라가 좋아서 놀람.

남대훈(47기)
경상북도 사람인 저로서는 포항을 모를 수가 없어요. 포항 호미곶이 너무 유명해서 어릴 때부터 해돋이 보러 자주 가기도 했고, 20세 이후로는 친구들과 한 번씩 바다를 보러 온 적도 많아서 익숙합니다. 특히 저는 과메기를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또 포항이 과메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ㅎㅎ

남대훈 실무관(47기) 마주희(49기)
포항을 처음 가본 건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포항이 고향인 친구를 따라 놀러 왔었어요. 그때 처음 영일대의 야경과 바다를 보고 이 친구가 참 좋은 곳에서 산다고 생각하고 부러웠어요. 그리고 문득 여기서 한 번쯤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우상(43기)
아 그랬음? 다들 처음 포항지원에 발령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박정원(48기)
053으로 전화가 오는데 스팸 전화이길 바랐던 거 같아요. (본능적으로 발령 전화라는 느낌이 들었음.) 대구지방법원~ 이렇게 말씀하시더니 몇 분 뒤 054로 전화가 왔어요. 멘붕이 왔었죠ㅋㅋ 전국 발령인 것을 알면서도 보통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잖아요. 전화를 끊고 한동안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울었어요. 다시는 서울로 못 돌아올 것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면서요.ㅎㅎ발령 일주일 전에 전화를 받았는데 그 일주일을 내내 술과 눈물로 보낸 것 같아요. ㅠㅠ

박정원 실무관(48기) 마주희(49기) 054…. 느낌 아니까~
발령받고 엄청 많이 당황했죠. 전국 발령 인건 알고 있었지만 인사발령이 발표될 때쯤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이 기억나요. 고향은 김해인데 대구에서 잠시 살았던 기억이 좋아 대구고등법원을 1지망으로 적었어요. 당연히 대구지방법원으로 갈 줄 알았죠. 합격하고 나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어서인가, 발령도 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줄 알았나 봐요. 하지만 막상 인사발령 전화 때는 포항이어서 역시 현실은 냉정하구나 싶었어요^^. 출근 날짜도 빠듯했어요. 그다음 날 바로 포항에 가서 자취방을 바로 구하고 법원에 잠시 들려서 인사드렸어요. 시간은 부족했지만 포항이 운명인 것처럼 포항살이의 시작은 순탄하게 진행됐어요.

남대훈(47기)
대구 미녀들이 많다던데…. 하하하하

조서윤(46기)
어허! 나 대구 사람이잖아.

이우상(43기)
다른 법원에 있다가 포항지원에 지원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주희 실무관(49기) 조서윤(46기)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너무나 익숙한 포항이지만 또 한 번 포항지원에서 일해 보겠다며 지원을 한 이유는요. 그저 일회성으로 놀러 왔던 여행 때마다 아쉬움이 컸었던 저였기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포항에서 살면서 일도 하고 놀아보고 싶단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여름엔 바다 서핑도 하고, 겨울엔 또 과메기도 실컷 먹고 싶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때마침 지원 근무 순번에 포항에 실무관 자리가 비었고 그 자리를 냉큼 운 좋게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우상(43기)
다들 타지에서 와서 포항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타지에서 적응하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조서윤(46기)
저는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에 간단한 술한잔 하는 것을 일과 후 낙으로 삼고 있는데요. 오자마자부터 포항 맛집을 찾고 방문하면서 포항 생활의 즐거움을 한몫 더 하고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저만이 알고 있는 포항 로컬 맛집을 몇 군데 소개하고 싶은데 다들 괜찮으실까요?ㅎㅎ 포항에 온 만큼 가장 먼저 바다 냄새를 맡고 싶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회막썰어해물포차’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흔한 해물찜이 아닌 신선한 해물들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데요. 어떤 양념도 하지 않았지만 그 해산물 고유의 향과 맛이 풍미를 살려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조개와 전복, 게 등 해산물에 닭까지 들어가 있어 해산물을 못 먹는 사람들은 그 국물에 닭만 촉촉이 적셔 먹어도 좋을 거 같아요. 이 국물에 소주 한 잔 안 할 수 없겠죠?

회 막썰이 해물 포차 마주희(49기)
일할 땐 워커홀릭, 퇴근하면 소주홀릭?
ㅋㅋㅋㅋㅋㅋ

남대훈(47기)
나도 데려가 줘~~~~~~~

이우상(43기)
오! 또 다른 맛집은 없나요?

조서윤(46기)
수많은 맛집들이 있지만 우리 포항지원 계장님, 실무관님들이 자주 찾는 짬뽕 맛집을 한군데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벌교꼬막짬뽕집입니다.ㅎㅎ 법원에서 거리상으로 꽤 가까워 점심때 자주 이용들 하시는 것 같아요. 메인은 꼬막 짬뽕과 소고기 짬뽕입니다. 전날 한잔하신 분들이나 중화요리를 즐기시는 분들이 가볍게 찾아가 보셔도 나쁘지 않으실 것 같아요.

이우상(43기)
저도 그 집 가본 적 있는데 상당히 괜찮았던 집이죠.ㅎㅎ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전기자전거 박정원(48기)
저는 번개모임을 좋아하는데 포항에 와서 제일 힘든 게 주변에 급모임을 할 친구가 없다는 거였어요. ㅠㅠ 그래서 나름 회식에도 자주 참여하면서 퇴근 후에 스트레스를 풀곤 했어요. 계장님들도 타지에서 온 신규 실무관이라고 챙겨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셨어요.ㅎㅎ 게장은 밥도둑, 계장은 술 도둑이라고 계장님들께서 다들 술을 엄청 잘 드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주량이 조금 늘었어요. ㅎㅎ 그리고 취미 생활로 테니스를 배우고 있어요.
서울 같은 곳에서는 테니스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부장님, 계장님들이 공도 받아주시고 테니스 연습하는 데 최적의 환경인 것 같아요. ㅎㅎ 법원 내 테니스
동호회에서 월례회도 하면서 즐겁게 생활 하고 있습니다. 계장님들이 별명을 붙여줬는데 포항 법원 샤라포바에요.~>.<( 테니스 배우는 여자 실무관이 혼자인 건 비밀 아님) 샤라포바가 아니라 전 샤라 포항인 것 같아요. 아직 말도 안 되는 실력이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외부 테니스 대회도 참가해 보고 싶어요. 너무 적응을 잘해서 친구들이 처음 발령받았을 때 울고불고한걸 아직 놀리고 있다니까요. 이제는 포항이 저의 제2의 고향이 되었어요.

남대훈(47기)
그럼 나는 여심 도둑~?

이우상(43기)
아…. 네…. 다들 출·퇴근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박정원(48기)
10분 거리 원룸에 살고 있어서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어요.ㅎㅎ 서울에서는 이동하려면 대중교통으로 30분~1시간은 기본인데, 걸어서 출근이라니! 편한 출·퇴근에 익숙해져서 앞으로 대중교통 타고 다니는 서울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포항에서의 2023년 목표는 운전면허 취득 후 자차 마련이에요!(열심히 돈을 모아야겠지만요. ㅎ)

남대훈(47기)
대구에서 근무할 때는 도보 혹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였으나 포항은 대구보다는 조금 교통편이 불편하다 보니 보통은 도보 혹은 자전거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간간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할 때가 있는데, 재판 날 정장 입고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법원 직원분들이 보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닌 ‘정장을 휘날리며’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얼른 자차를 사서 이제 정장을 휘날리며가 아닌 오너 드라이브라는 별칭으로 바꿔야겠네요.

이우상(43기)
나 실제로 봤는데. 엄청 귀엽더라고. ㅎㅎㅎㅎㅎ

마주희(49기)
전 취업하면 당연히 차 타고 출·퇴근하고 주말엔 드라이브 다닐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첫 월급을 받고 바로 포기했죠. 처음엔 자취방에서 열심히 걸어 다녔어요. 그런데 여름이 다가오니 더위에 패배했습니다. 결국 전기자전거를 구매했고 삶의 질이 매우 상승했답니다. 엄복동의 나라여서 누가 훔쳐 갈까 봐 걱정되지만 너무 행복해요. 자전거 도둑이 훔쳐 가면 지옥끝까지 쫓아갈 예정입니다. 장점으로 말하자면 너무 많습니다. 이쁘고, 평일에 출·퇴근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고, 주말엔 영일대 해안 도로에서 타고 있어요! 배터리 충전도 한 달에 1번 하는데, 경제적으로도 참 좋았어요. 전기자전거 너무 강추 드려요.

박정원(48기)
자전거 뒤에 타고싶다~ 출·퇴근 카풀 가능?

남복동(31세)
여심 도둑에 이어 자전거 도둑도 해볼까?

이우상(43기)
포항에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면? 그리고 본인들에게 남은 시간 동안 포항에서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 말해주세요.

조서윤(46기)
포항은 바다가 있어 캠핑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캠핑장을 가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자유로운 노지 캠핑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는 좋은데요. 저도 이가리 닻 전망대 근처에서 차박을 해본 경험이 있어요. 그 야경과 분위기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좋았습니다. 거창할 필요 없이 테이블과 의자, 몇 가지 음식만 챙겨가도 내가 앉아 있는 그곳이 최고의 캠핑장이니깐요. 앞으로 남은 포항 생활도 ‘포항’이라는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감성에 따라 움직이려 합니다. 당장 생각하고 있는 건 다가오는 여름날 포항 바다에서의 서핑 정도로 해둘까요?

마주희(49기)
내년에 같이 서핑 가요 선배님!

박정원(48기)
저는 처음 맡은 업무가 ‘가족관계등록’이었어요. 가족관계등록업무 특성상 등록관서 감사 일정이 있는데, 울릉도가 포항 관할이라 울릉도에 1박 2일로 출장을 가게 되었었어요. 울릉도에서의 1박 2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울릉도는 괜히 공기도 다른 거 같고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날씨의 선택을 받아야만 갈 수 있다는 독도에 가본 것도 정말 값진 추억이 되었어요. 독도 땅을 밟은 순간 느꼈던 짜릿함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남은 시간도 제가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며 값진 포항 생활을 하고 싶어요. 포항으로 여행도 오는데, 매일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면 좋지 않을까요?!

남대훈(47기)
나도 내년에는 가족들과 울릉도 한번 방문해 봐야겠어요.

마주희(49기)
포항에 온 지 약 9개월째인데 그중 가장 즐거웠던 건 ‘칠포재즈페스티벌’이랑 ‘오도리해수욕장 즉흥 물놀이’ 2가지인 거 같아요. 칠포재즈페스티벌은 칠포해수욕장에서 매년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개최되는데, 가수 라인업이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어요! 어반자카파와 잔나비 노래를 들었는데 정말 좋아서 내년에 또 갈려고요. 경북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오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포항의 큰 장점은 바다죠! 여름에 친구들과 오도리해수욕장에 구경을 갔는데 물이 너무 맑고, 눈앞에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걸 보고 즉흥으로 물놀이를 했어요. 해수욕장에 평상 대여가 가능하고, 민박마다 4천 원만 지불하면 온수 샤워를 하게 해줘서 당일치기로 물놀이하기 좋았어요. 내년엔 포항스틸러스 축구 관전도 가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도 더 많이 해볼 예정이에요! 포항의 내년 여름이 벌써 기다려져요.

이우상(43기)
마지막으로 전국 법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타지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위해서 한마디 하자면?

조서윤(46기)
처음에 발령받고는 서럽고 외롭고 막막한 감정들이 전부일 겁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곳에 적응하면서 살다 보면 “내가 언제 또 이런 곳에서 살아보겠어?”라는 생각으로 그 지역 특유의 매력과 감성에 푹 빠지게 될걸요? 힘들겠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그 티끌만 한 크기라도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 후회 없는 타지 생활을 하며, 내 인생에 또 다른 추억을 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그날까지 모두들 파이팅!

박정원(48기)
포항 발령은 서울 촌놈인 제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어요. 살면서 포항에 언제 살아보겠어요! 타지에서 힘내고 있을 모든 분들, 모두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는 법원 생활, 여가생활을 하며 즐겁게 지냅시다!

마주희(49기)
타지 발령이라는 것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생각하기 나름인 듯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마음가짐으로, 그 지역의 정서와 관광명소를 즐겨보는 게 어떨까요? 시간이 한참 지나 그 지역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힘들었던 기억은 자연스레 잊고 좋은 기억만 남아 그 지역이 더 애틋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첫 발령 때의 막막함보단 어느새 포항에 적응해있는 제 모습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이 더 많아져 있어요.

남대훈(47기)
지금까지 딱딱한 분위기를 조금 풀고자 농담 아닌 농담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인 만큼 진지해보자면 다들 처음에 비연고지로 발령받으면 직장에 대한 걱정, 적응하는 방법 등에 관하여 고민이 엄청 많을 겁니다. 다만 오히려 전혀 알지 못한 곳에 와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새로운 재미가 있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해요. 법원 직원들과 어울리며 생활하다 보면 타지라는 고민은 잊어버리고 법원에 녹아들어 즐기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모두들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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