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간들2]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건 행복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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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6

고양이와 함께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건 행복한 일이야~

글. 사진. 장정우 조사관(창원지방법원)
감수. 정혜경 참여관(창원지방법원)

이것은 한 평범한 법원 계장과 새끼 길냥이의 묘연(猫緣)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참 무더웠던 2021년 7월 하순,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되어 눈도 제대로 못 뜬 한 아깽이(아기 고양이)가 발견되었다.
어미 고양이는 어디로 갔는지, 출산 후 이소 중에 탈락한 것인지 며칠째 굶주린 채 울고 있는 아깽이를 보고 주민들 모두 안타까워하였고, 혹시나 사람 손을 타면 어미에게 버림받을지도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캣맘 입주민이 아깽이를 임시로 보호하기 시작하였고, 나는 이 소식을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를 통하여 접하게 되었다.
나는 이때만 해도 고양이와 우리 가족의 묘연이 이어지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고로 새끼 고양이를 구조할 때에는 어미가 잠시 먹이를 구하러 간 것일 수 있으니 1, 2일은 기다려 보아야 하고, 사람의 냄새가 배면 어미 고양이로부터 버림받을 수도 있으므로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분유를 떼고 이유식을 할 수 있게 된 분리수거장 아깽이를 입양해갈 사람을 찾는다는 글이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 올라왔고, 평소 반려동물을 한번 키워 볼까 고민하던 나는 이 글을 본 직후 가족회의를 소집하였다.

한 생명을 거두어들인다는 것의 무게를 잘 알기에 손석희의 100분 토론 뺨치는 난상 토론이 수 시간 이어졌고, 결국 나와 아내, 초등학교 2학년 잼민이인 둘째 딸은 찬성의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아들은 결사반대하였다
몇 달 전 3년간 애지중지 키우던 햄스터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는데, 그때 큰 아들이 1주일간 식음을 전폐하고 밤마다 울었던 기억 때문인 것 같았다. (아직도 큰 아들은 가끔 하굣길에 햄스터의 빈소에 들렀다 오곤 한다.)
작은 딸은 “먹이 주고, 똥 치우는 일은 내가 다하고, 앞으로 오빠에게 무조건 양보할게”라며 울고불고하며 매달렸고, 나도 “생은 유한한 것이고,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루하루 인연을 소중히 하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더 단단해 진다”고 큰 아들을 설득하였다.
이러한 가족들의 설득에 큰 아들이 마지못해 승낙하여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다. (현재 고양이 똥을 치우는 일은 나의 몫이 되어있고, 가장 반대하던 큰 아들이 고양이의 수발을 제일 열심히 들고 있으며, 무조건 오빠에게 양보한다는 딸의 약속은 안드로메다로 갔는지 두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고양이 육아 문제, 리모컨, 테블릿 등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
입양 결정 이후 이틀간 우리 가족은 고양이 입양준비로 분주하였다.
우선 고양이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그동안 키우던 수많은 식물들은 단지 내 화단에 몰래 옮겨 심었고, 빈 화분정리대에는 캣닙, 밀, 귀리 등 캣그라스 씨앗을 심어 올려놓았다. 그리고 우리 집은 캣타워, 숨숨하우스, 화장실, 급수대 등 각종 고양이 관련 물품들로 점점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고양이와 함께

드디어 분리수거장 아깽이의 실물을 영접하던 날, 아이들은 그 좋아하던 휴대폰 게임도 손에서 놓은 채 몇 시간 동안 어린 고양이를 어떻게 안을지도 몰라 조심스럽게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리고 고양이 이름은 역시 “나비”가 국룰이라는 가장의 의견은 가볍게 무시된 체 털이 황색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작은 딸의 의견에 따라 “망고”로 이름 지어졌고, 그렇게 새로운 가족 “망고”와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2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망고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흥이 많이 사라졌는지, 아이들은 다시 휴대폰 게임에 몰입하기 시작하였지만, 망고는 생각보다 많은 행복감을 우리 가족에게 가져다주었다.

필자는 맞벌이어서 낮 시간 동안은 집을 비우는데, 망고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고, 호기심 많고 활발한 망고는 우리 가족들에게 많은 웃음과 대화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비록 망고가 개냥이는 아니어서 도도한 성격이지만, 가끔 기분 좋을 때 옆으로 다가와 부비부비를 할 때면 40대 중년의 메마른 가슴을 심쿵하게 만든다.
또한 고양이는 기분이 좋을 때 평균 24헤르츠의 저주파 진동을 일으키며 갸릉갸릉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는데(일명 골골송), 이는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최고의 ASMR이라고 할 만하다. 뉴스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고양이의 골골송은 사람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며 뇌졸중이나 심장병의 위험도 낮춘다고 한다.

무엇보다 내가 제일로 꼽는 망고의 힐링 포인트는 핑크젤리 같은 발바닥이다. 연한 핑크빛의 망고의 따뜻한 발바닥 젤리를 쪼물쪼물 만지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을 다 내려놓고 유아기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인간의 속세적인 모든 속박과 생로병사의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되는 상태 즉 해탈(vimoka)과 열반(nirvana)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고양이집 캣타워

망고의 BTS급의 선한 영향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망고를 실물로 영접한 지인들은 고양이 유튜브를 구독하고, 유기묘 분양카페를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으며, 실제로 필자의 동기인 정혜경 계장은 위 분양카페에서 유기묘를 입양하기로 결정하여 고귀한 한 생명을 책임지게 되었다.
반려묘의 입양은 입양 희망자의 직업, 건강 상태, 재산상태, 심리상태 등에 대한 법원 가사조사에 준하는 면밀한 조사와 가정방문까지 거쳐서 결정된다고 하는데, 2020년 2021년 코로나 시국 동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였고, 그만큼 유기되거나 학대 받는 반려동물도 늘었다고 하니 위와 같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응 수긍이 가기도 한다.

많은 분들께서 반려동물의 입양을 고민하실 텐데,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거나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우선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포식자에게 자신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모래를 파서 용변을 본 후 다시 모래를 덮는데, 따로 배변훈련이 필요 없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고양이는 영역동물로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으며, 정적인 동물로 소리 내어 우는 일도 많지 않아 공동주택에서 키우기에도 적합한 듯하다.

혹여 고양이 입양을 고려하신다면 드리고 싶은 정보는 고양이에게는 심장병, 관절염 등 다양한 유전병이 존재하는데, 길냥이(코숏-코리안숏헤어)에게는 현재까지 발견된 유전질환이 없다는 것이다. 품종묘 중에는 러시안 블루가 개냥이과로 사람에게 친근하고 유전병이 없다고 하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이렇듯 고양이를 키우기가 어렵지 않은 반면 고양이와 함께 사는 행복은 크므로 필자와 같은 고양이 집사의 길에 동참하는 것을 숙고해 보시기를 바란다. 어쩔 수 없는 운명 또는 타의(유기)로 힘든 길생활을 하고 있다가 구조된 길냥이를 입양한다면 고양이를 키우면서 얻는 기쁨에 더불어 한 생명에게 힘든 길 생활을 청산해주고 안락한 삶을 선물했다는 뿌듯함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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