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간들3] 코로나 시대의 직장생활

테마가 있는 글

2021.12.06

코로나시대직장생활

코로나 시대의 직장생활

글. 조아영 실무관(서울북부지방법원)

처음 법원에 입사했을 때는 법원 내의 가족적인 분위기에 적잖이 놀랐다. 야근하는 중에도 갑자기 재판부 계장님의 삼겹살 번개에 불려가기도 하고, 퇴근 무렵에 삼삼오오 무리 지어 법원 정문 앞 닭발 집으로 숯불 닭발에 막걸리, 뜨끈한 어묵탕을 먹으면서 심심한 농담을 주고받던 추억이 있었다. 그럼 다음 날 또 힘을 내서 일하기도 하고, 직원들 간에 서로 데면데면한 분위기가 누그러지기도 한 기억이 있다. 저녁에 술 한잔을 기울이며 재판부 구성원들 간에 작은 요청사항도 술잔에 같이 너스레를 떨며 부탁을 하면 토닥여주며 서로 달랐던 입장에 대해 이해를 하는 시간이 됐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늘 본인 주량 이상을 마시고선 “내 다음부턴 절대 이렇게 안 마신다”라고 다짐하면서도 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저녁 회식을 하거나, 같은 직렬 동기들과의 회식이 있으면 내숭은 잠시 내려놓고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고 택시 타고 귀가하던 기억이 허다하다. 20대 때의 직장생활을 떠올리면 왜인지 일을 할 땐 일을 했지만, 퇴근 후의 시간들이 더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 돌아보면 가족들보다도 더 직원들과 많은 시간을 대면하고 늘 접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시간들이 또 돌아오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장문화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회식에 대한 인식, 복도를 지나다닐 때 마스크를 써서 서로 간단한 눈인사나 목례 정도만 하는 직장 에티켓 등 불과 10여년 만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한 시대가 시작되었구나 할 정도로 직장의 풍토가 바뀌었는데, 곰곰이 생각을 하고 보면 새로운 세대의 유입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직장 환경의 분위기가 더 급속도로 변화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약속을 잡으려다가도 두 번, 세 번 고민하게 되고 배달앱을 이용해서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를 주문하거나, 구내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하고 단 30분이나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잠시 외식의 욕구를 참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에 휩싸인다. 법원의 특성상 민원인들이 드나드는 기관이고 법정에 참석해야 하는 직렬이다 보니 전염적인 특성이 강한 코로나의 전염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은 가졌던 재판부 회식도 한동안 기약 없이 미루어졌다가 이제야 슬슬 조심스레 재개되는 분위기이다. 매년 인사이동 시즌마다 반복된 환송회와 환영회 등 전체 회식에 참석한 지가 2년이 넘어간다. 일하던 중에 잠시 로비에 있는 벤치에 모여앉아 커피 마시면서 스몰토크를 나누던 풍경도 마주한 지 오래이다. 일을 하다가 지치면 잠시 스스로 커피를 타 마시거나, 뻐근한 눈을 마사지하고 굳은 몸을 스트레칭하다가 다시 자판을 치는 일의 연속이다. 마스크가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는 환경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건 흡사 얼굴 없이 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일명 코로나 시대의 직장생활이라고 스스로 명명했다.

코로나 시대의 직장생활은 예전의 직장생활과는 변화가 있었다. 내심 직장에서도 무리에 휩쓸리기보다는 개인으로서의 행동반경의 영역이 조금은 확보되었다는 생각에 숨통이 트이는 일면도 있다. MZ세대들은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다시 재개될 저녁회식이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회식을 친목의 장으로 볼 것인지 빡빡한 업무의 연장선으로 볼 것인지는 개인 견해의 차이이긴 하나 저녁 회식을 점심회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좀 더 담백하게 다가오긴 한다.

다수의 의견이나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생각의 방향을 틀어서 조금 다른 방향의 대안을 제시하거나, 해당 무리에서 벗어나 남는 잉여 시간에 소확행을 만끽하려다가 일명 “꼽”을 당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생활 속에서 존재할 것이다. 사람은 사회로 나오는 순간 스스로 보이고 싶어 하는 일면의 페르소나의 가면을 쓰고 있다지만, 이렇게 “꼽”을 당하는 경험이 한 겹 두 겹 겹겹이 쌓이게 되면 의식의 흐름이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다수 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흐르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은 우리에게 매사 “좋은 게 좋은 거지이~~”하는 관념을 심어주게 되고 그것이 제일 최선의 방향이라고 믿게 된다. 소수의견을 가진 개인이나 아싸의 기질이 다소 있는 사람들은 직장 내에서 다소 섞이지 못한다는 선입견에 되도록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 혹은 그냥 귀찮아서 “좋은 게 좋은 거지이~~”를 학습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 다수의 선택을 관성적으로 받아들이는 선택보다는 개인의 의견에서도 더 나은 차선책을 발견할 수 있는 선택과 그 선택을 귀 기울여 듣는 자세에서 어떤 혜안이 발견될 기회도 있고 삶의 질과 업무 능력이 더 향상되는 측면도 있다. 한 개인과 개인의 사고가 존중되는 경험, 때로는 개인의 의견과 다수의 의견이 어우러져 조율되는 사례가 차곡차곡 축적될 때 장기적으로 집단에는 화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마스크를 쓰는 일상생활은 그간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에서 피로함을 느꼈다는 걸 자각하게 했고, 무리 지어 다니는 일상, 늘 소속을 요구하는 일상에서 놀랍게도 직장에서 개인이 독립된 행동양식을 취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일부분은 자연스레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혼밥을 하는 직원을 보면 “저 직원 왜 밥을 혼자 먹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 무리에서 개인행동을 하지”라는 의구심을 갖지도 않는다. 그냥 코로나 감염이 염려되어 혼밥을 하나보지 라고 간편하게 생각한다.

한편, 나는 8월 중 대부분의 기간을 필치 못하게 밀접접촉자로 분류가 되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자녀들의 확진으로 인해 병원과 자택의 자가격리 지침에 따라 정부의 보건정책상 거의 한 달이라는 기간을 출근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갑작스러운 격리기간 통지에 심난한 마음도 있었고, 법원 휴정기간은 끝났는데 장기간 출근을 못하게 되어 업무분담이 어떻게 될지 혼란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층에 근무하는 선배 동료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신속하게 업무분담에 대한 논의를 하고, 대직자로 업무를 담당해주면서 무탈하게 코로나의 여파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곧 볼 수 있기를 바라준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부장판사님과 판사님들께도 졸아붙은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자가격리로 인해 장기간 출근이 힘들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아이들의 건강 상태와 안위를 걱정하는 물음 앞에 앰뷸런스를 타기 위해 병원 입원을 앞두고 짐을 챙기며 경직된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는 경험을 했다. 입사 초기부터 알게 된 실무관님으로부터도 걱정과 안부의 메시지를 받았고,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 동안 답답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던 선배 언니의 걱정 어린 격려를 받았다. 예전만큼 타인과의 소통을 만끽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사회와의 느슨한 연결 속에서 안온함을 실감한 경험이었다. 코로나19는 지루하게도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상 곳곳에 뿌리내렸다. 일상 회복 단계로 접어든 시점에서 우리 앞에 도래할 일상의 새로운 변화들과 직장생활의 변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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