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간들2] 학문의 즐거움 NO 당구의 즐거움 YES

테마가 있는 글

2021.02.05

학문의 즐거움 NO
당구의 즐거움 YES

글. 사진. 안윤수 사무관(광주고등법원)

TV를 통해 스리 쿠션 당구 대회를 접했지만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차에 법원장님과 국장님이 당구(대대, 3구)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당구(대대, 3구)의 매력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당구의 즐거움!

당구를 처음 접한 건 대학교 때 동기들과 어울리면서부터다. 대충 자세를 잡고 알려주는 대로 쳤었는데, 법원에 입사한 이후에는 가끔 회식을 하고 당구(중대, 4구)를 쳤던 것이 전부였다.

입사할 때 내 당구 실력은 4구 기준 150점 정도(당구는 숫자가 높을수록 잘 친다고 생각하면 된다)였다. 그냥 어느 정도 치는 정도였다. 4구는 4구대로 재미가 있었지만, 3구를 알고부터 4구는 기초적인(?) 스킬만 필요로 하는 것 같아 3구보다 흥미가 떨어지게 되었다.
3구는 스킬의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당구대에서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게 흥미를 배가시켰다. 3구는 프로 경기의 경우에도 아마추어보다 실수가 적거나 정확성이 높다는 것뿐이지 무한정 완벽한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스리 쿠션을 접하면서 ‘당구는 대체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에서 잠깐 당구의 기원과 유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당구는 ‘칠 당(撞)’에 ‘공 구(球)’, 즉 ‘공을 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4~15세기경 옥외 스포츠로 출발, 근대로 오면서 실내경기로 개량되어 유럽 각지에서 발달한 것으로 간주된다. 일반적으로 1571년 프랑스 종교 전쟁 무렵 찰스 9세의 왕실 예술가였던 드비니가 고안해 간단한 규칙을 만들었다고 하는 ‘프랑스 기원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구의 원형은 지상에 2개의 둥근 공 – king(킹)이라고 하는 원추형의 물건을 놓고 maces(메스)라고 하는 구부러진 막대기의 한쪽 끝을 어깨에 얹고 다른 한쪽 끝을 쥐고 돌을 쳐서 굴리는 옥외 경기였다.
그 후 유럽에서 실내경기로 발전해 일정한 형태를 가진 틀이 있는 테이블 위에서 공과 공을 부딪쳐 득점을 내는 현재의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초였던 1910년경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 때 처음 들어온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현대로 접어들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민 스포츠로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순종이 당구 큐대를 잡고 공을 어떻게 쳤을지 상상이 잘 안 된다.

스리 쿠션은 적색 공 1개와 백색 공 2개 총 3개의 공으로 치는데, 2개의 표적 구를 맞히기 전 내 공이 3회 이상 쿠션에 닿아야만 득점이 인정되는 방식이다.
스리 쿠션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 때쯤 당구(3구, 스리 쿠션) 레슨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고수(?)의 길에 입문하게 되었다. 전에도 당구를 친 경험도 있어서 스리 쿠션도 한두 번 레슨을 받으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당구도 자세와 정렬이 필요하며 팔과 손으로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큐 무게로 정확하게 당점을 일직선으로 찌르는 것이 포인트였다. 좋은 스트로크임에도 불구하고 힘으로만 공을 치다 보니 공의 정확한 지점을 타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세가 높고 중심이 앞으로 쏠린다.”
“샷 할 때 큐가 비틀린다(회전 주는 쪽으로).”
“스트로크(큐로 당구공을 치는 동작을 말하며, 우리말의 타구를 뜻함)할 때 큐가 흔들린다.”
“겨냥점과 타격점이 달라진다.”
“그립을 잡는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간다.”
“스트로크를 끊어서 타격한다.”

레슨을 받으면서 지적받은 사항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세 불량’.
당구를 그리 자주 치지는 않았지만, 자세가 이 정도로 엉망일 줄은 몰랐다.
“고점자들의 공이 부드럽게 치는 것 같아도 마지막까지 힘 있게 구르는 이유는 강한 타구가 바탕이 된 것이 아니고, 부드럽지만 큐 선의 길이를 길게 밀어치는 타격 없는 스트로크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드러운 롱 스트로크가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 부드럽게 치려고 하지만, 칠 때마다 끊어서 타격을 하기 때문에 힘도 실리지 않고 공에 회전 또한 실리지 않게 된다.

자세와 스트로크만 몇 주 정도 교정하다 조금씩 흥미를 잃을 때쯤 드디어 본격적인 스리 쿠션 득점 시스템을 배우게 되었다. 당구는 요령만 알면 쉽게 득점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의 오산이었다.
당구대에서 시스템을 적용해야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시스템을 알려주는 것이다. 덧셈, 뺄셈, 곱셈이 필요로 하는 수학 공식들을 새롭게 익혔다. 여기에다 입사각, 반사각, 분리각, 예각, 둔각 등 익숙하지 않은 각도까지 계산해서 공을 쳐야 고수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수학이 어려워 이과를 지원하지 않고 문과로 갔는데, 스리 쿠션을 배우면서 다시 수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당연히(^^) 수학 공식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다.

주입식 교육을 통해 얻은 ‘고수의 비법 이론’을 조금 공유해 본다.

“제각 돌리기에서 득점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ball 시스템을 먼저 배우고 익혀야 하며 공의 모양에 따라 당점과 회전 선택이 아주 중요하며 스트로크의 강약 선택 또한 중요하다.”
“뒤돌려 치기에서 득점률을 높이는 비결은 얇게 치는 기술과 스쿼트에 대한 이해를 숙지해야 된다.”
“앞 돌려치기에서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겨냥점과 스트로크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Five & Half System, Plus System 등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용해서 사용해야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

이론을 실전에 접목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레슨을 받을 때는 이해가 되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어느 시스템을 적용해야 할지 막막하고, 숫자 계산을 하다 시간이 지체되어 대충 내 공을 치고 만다.

자세가 아무리 좋아도 생각하는 부분에서 에러가 나면 득점에 성공하기 어렵고, 생각이 아무리 좋아도 자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또한 득점에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스리 쿠션인 것 같다. 또한 자세를 잡고 당구대에서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더라도 자신감이 결여되면 원하는 공을 칠 수 없고 득점 확률 또한 현저히 줄어든다. 결국 이런 모든 합이 제대로 맞아야 고수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당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이 한 테이블에서 함께 즐기는 스포츠다. 상대에 따라 심리적인 영향 및 공의 배치에 따라 득점 확률에 현저한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당구의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직원들과 당구 한 게임하고 치맥 한잔하는 날을 기대한다. 그때 진정한 스리 쿠션 고수의 실력을 보여주겠노라.^^

한국인과 결혼해 당구로 인생 역전을 한 캄보디아인 ‘스롱 피아비’가 생각하는 당구의 매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당구는 재미보다 멋있는 스포츠다.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나를 표현할 도구가 된다. 당구를 배우면서 생활 태도와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여러 나라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사람들의 다양한 사고와 매력을 느끼면서 세상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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