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심의관 코너]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조사심의관 코너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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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민(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말뜻은 변합니다. 예전에 ‘생각하다’의 뜻이었던 “사랑하다”가 이제는 그리워하거나 아끼거나 귀히 여긴다는 뜻으로 바뀐 것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우리말 사용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표준국어대사전>도 변하는 말뜻을 좇아 부지런히 바뀝니다. 1999년 초판이 발간된 후 이제는 디지털 형태로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2008년 한 차례 공식 개정을 하였고, 지금도 분기별로 심의를 거쳐 용례나 해설을 바꾸고 이를 인터넷판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6월 조사심의관 코너는 <표준국어대사전>과 한글맞춤법 개정으로 뜻이 바뀌거나 용법이 바뀐 것 몇 가지를 모아 소개드립니다.

# 2022년의 내후년은?

돌발퀴즈
2022년의 ‘내후년’은?
① 2023년 ② 2024년 ③ 2025년

올해인 2022년을 기준으로 “내후년”은 언제일까요? 많은 분들이 2023년이 “내년”, 2024년이 “내후년”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위 문제의 정답은 기준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2020년에 이 문제를 풀었다면 “내후년”은 ‘내년의 다음다음 해’, 즉 ‘올해로부터 3년 뒤의 해’를 의미하였기에 정답은 ③ 2025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2022년 현재를 기준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른 정답은 2개, ② 2024년, ③ 2025년이 됩니다.

2020년까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내후년”은 (저의 추측과 달리) ‘내년의 다음다음 해’라는 뜻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중(言衆)의 인식과 용례를 반영하여 ‘올해의 다음다음 해’라는 뜻을 추가하는 것으로 2021년 1분기 <표준국어대사전>이 수정된 것인데요, 그래서 이제는 “내후년”이라고 말하면 2년 뒤인지, 3년 뒤인지 매우 헷갈리게 되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내후년
- 내년의 다음다음 해

2021년 1분기 수정
내후년
「1」 내년의 다음다음 해
「2」 올해의 다음다음 해

# 날짜 뒤에 쓰지만 다른 품사, 자(字)와 생(生)

이번 상반기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결정일 뒤에 “자”를 띄어 쓰나요?
네, 법원도서관에서는 2021. 9. 1. 자 판례공보부터
‘대법원 2022. 1. 14. 자 2021모1586결정’과 같이 띄어 쓰고 있습니다.

1999년 발간 당시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자(字)”에는 ‘날짜’를 나타내는 뜻풀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2008년 개정으로 “자(字)”에 ‘날짜’를 나타내는 말이라는 뜻의 ‘명사’가 추가된 것인데요. 『법원 맞춤법 자료집』(전정판)은 그간의 관례를 존중하여 “자”는 결정서 작성 일자와 붙여 쓴다고 정하고 있었지만, 어문규범상 명사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므로 “자” 역시 띄어 쓰는 것이 맞습니다.
“생(生)”은 어떨까요? “생”은 간지를 나타내는 명사나 날짜를 나타내는 명사구 뒤에 붙어 ‘그때에 태어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므로 날짜에 붙여 씁니다.

# 법령 표시를 위한 홑낫표(「」)와 작은따옴표(‘ ’)
판결서 본문에서 몇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진 법령을 인용하는 경우 홑낫표(「」)나 작은따옴표(‘ ’)가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종전에 낫표는 세로쓰기에 사용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었지만,1) 2015. 1. 1.부터 개정 한글맞춤법이 시행되어 홑낫표도 법률을 나타낼 수 있는 문장 부호가 되었습니다. 한글맞춤법 ‘문장 부호’에서 ‘홑낫표’를 법률, 규정 등을 나타낼 때 쓰는 문장 부호로 정하고 ‘홑낫표 대신 작은따옴표를 쓸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이제는 법령 명칭 앞뒤에 홑낫표(「」)나 작은따옴표(‘ ’)를 사용하는 것 모두 한글맞춤법에 맞는 기재입니다.

한글맞춤법 (2015. 1. 1. 시행)
[부록] 문장 부호
14. 홑낫표(「」)와 홑화살괄호(< >)
소제목, 그림이나 노래와 같은 예술 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규정 등을 나타낼 때 쓴다.
「국어 기본법 시행령」은 「국어 기본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붙임] 홑낫표나 홑화살괄호 대신 작은따옴표를 쓸 수 있다.

1) 1989. 3. 1. 시행된 한글맞춤법의 [부록] 문장 부호에서는 “가로쓰기에는 작은따옴표, 세로쓰기에는 낫표를 쓴다.”라고 정하고, 『법원 맞춤법 자료집』(전정판) 266쪽도 그에 따른 해설입니다.

# ‘6~7개월’ vs. ‘6-7개월’
1989. 3. 1. 시행된 한글맞춤법 ‘문장 부호’에 따르면, ‘물결표(~)’에는 ‘내지’라는 뜻이 있었지만 ‘붙임표(-)’에는 그와 같은 뜻이 없었기 때문에 종전에 ‘6-7개월’은 틀린 표기였고 ‘6~7개월’이 맞는 표기였습니다.2)
그렇지만 개정 한글맞춤법(2015. 1. 1. 시행) ‘문장 부호’에서 기간이나 거리 또는 범위를 나타낼 때 ‘물결표(~)’를 쓸 수 있고, ‘물결표 대신 붙임표를 쓸 수 있다.’고 정하였으므로, 이제는 기간이나 거리 또는 범위를 나타낼 때 물결표(~)와 붙임표(-)를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지금은 ‘6~7개월’과 ‘6-7개월’ 모두 한글맞춤법에 맞는 기재입니다.

2) 『법원 맞춤법 자료집』(전정판) 246쪽도 한글맞춤법(1989. 3. 1. 시행)에 따른 해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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