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선미 기록연구관(법원도서관)
법원사 업무는 <법원사자료 수집ㆍ관리 및 법원사 편찬에 관한 내규>에 근거하여 추진합니다. 말 그대로 법원사자료를 수집하고 잘 관리하여 법원사를 전시하고 편찬하는 업무입니다. 이를 추진할 때 여러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매년 말 법원사자료선정위원회를 개최합니다. 위원회는 법원도서관장을 위원장으로 법원 내외 위원 15인 이내로 구성됩니다. 법원 내부 위원은 도서관 당연직 위원과 법원사 또는 자료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위원, 자료 상설전시실(법원전시관, 사법역사문화전시실, 가인 김병로 전시실)을 운영, 관리하고 있는 부서장입니다. 외부 위원은 법학, 역사학, 기록학 등 전문가입니다. 이 위원회에서는 한 해 동안 수집한 자료 가운데 법원사자료 보존 대상과 전시 교체대상 등을 심의합니다. 또 향후 수집 대상 자료나 자료관리에 고려할 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눕니다. 12월 9일 법원사자료선정위원회에서 심의할 올해 수집자료를 공유할까 합니다.
법원사팀에서는 주기적으로 수집대상 자료를 목록화합니다. 공보관실의 보도자료를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또 코트넷에 게시되는 법원행정처 주요 행사일정과 각급법원에서 보내온 사법일지를 대상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목록을 작성합니다. 이를 기초로 다음 해 초 각급법원에 주요사안으로 예시하여 법원사자료 송부요청을 합니다. 올해 초에도 각급법원에 공문을 시행하여 수집한 바 있습니다. 이를 정기수집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수집된 자료 중 사법연수원의 연수생 앨범과 수첩 등이 특기할 만합니다. 작년 김용철 대법원장님 구술총서를 발간하면서 고인의 유품을 수집하였는데 그 가운데 연수생 앨범이 있어서 이를 기수별로 모두 수집해 보자는 의견에 따라 올해 본격적으로 수집하고자 하였습니다. 법원도서관장을 역임한 윤승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앨범을 수증하던 차에 사법연수원장의 결단으로 연수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앨범 등을 수령하게 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11회 사법고시 합격자는 사법대학원에 입학하여 1년간 수학하고 2년 차에 사법연수원 연수생 신분으로 실무를 수습한 연수원 1기인데 이 기수와 43기는 앨범을 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수원 2기의 경우 앨범 실물은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전자파일이 있어서 향후 앨범을 수집해 볼 만하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수학ㆍ성기문 변호사, 지영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각각 연수원 9기, 14기, 22기 앨범을 기증하였습니다.
법원사팀에서는 법원 청사를 방문하여 자료를 수집하기도 합니다. 이는 항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자가 우선순위를 두고 살펴볼 여유가 없는, ‘창고’라고 불리는 공간을 둘러보고 생산시기가 ‘최초’, ‘최고(最古)’로 고려할 만한 자료나 업무의 변화추이를 보여줄 만한 자료를 위주로 수집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청사 부근 지역 문화원 등에도 방문합니다. 이는 각급법원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옛 자료를 수집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2014년 광역등기소를 신축하면서 철거 예정이던 영등포등기소를 방문하여 자료를 보고 청사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자료로 남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5년 법원사자료선정위원회에서 청사방문 자료수집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보라는 제안이 있었고 이에 따라 2016년부터 2023년까지 1980년 이전 신축된 법원 청사를 직접 방문하여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청사 개편이나 이전 등으로 변모하는 곳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예산ㆍ예천ㆍ순창 등기소를 방문하여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잠깐, 2014년 영등포등기소 청사 방문 시 영등포등기소 청사의 역사를 정리한 그때의 기억에 떠올려봅니다. 영등포등기소는 1962년부터 1973년까지 법원영구보존문서 중앙관리소로 역할을 하였습니다.1) 그래서 등기부 창고 한 편에 옛 지명으로 정리된 폐쇄등기부가 많이 있었습니다. 1969년 동산토건에서 낙찰받아 즉결심판소의 기능을 갖는 청사로 영등포등기소 청사를 신축하였고2) 1971년 당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등기소로 평가받으며3) 즉결재판소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4) 이런 맥락에서 영등포등기소를 구석구석 돌아보며 의미 있는 자료를 찾고자 애썼습니다. 등기부 열람 신청 시 등기부책 실물을 신청자에게 내주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되 등기부 훼손을 막기 위해 사용한 열람대가 있어서 수집하였습니다. 외형적으로는 결코 아름답지도 않지만 오늘날 등기부를 온라인으로 열람하는 환경에 비춰볼 때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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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여러 분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기증해 주셨습니다. 고 노익래 변호사의 광복 후 첫 판사복과 변호사복 및 착용 사진을 수증하였습니다. 기증대상에 포함되어 있던 보성전문학교 졸업가운은 고려대학교 박물관으로 연계해서 그곳에서 수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 안기영 변호사의 광복 후 첫 변호사복과 착용사진 그리고 1953년 변호사명부 등록 공문이나 사건 관련 메모 등 1960년대 문서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광복 후 첫 판사복, 변호사복은 더 이상 수증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보유량이 늘었습니다. 또, 이홍훈 대법관의 생애가 담긴 사진 슬라이드 파일을 수증하였습니다. 그리고 법원공무원교육원의 정상진 행정관이 교육생복과 착용사진을 기증하였는데 이는 아마도 모든 교육생이 항시 착용하기보다 땅굴 등 보안 필요 시설을 방문할 때 착용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더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11월 6일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전범 특별재판소(ECCC) 재판관을 역임한 정창호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송우)와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전범 특별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한 백강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재판관 법복 기증식이 있었습니다. 이는 2016년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을 역임한 권오곤 변호사의 재판관 법복 기증식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국제사법교류의 자료로 보존할 것이고 여러 종류의 법복을 확보하게 되면 그 법복에 담긴 의미를 비교하는 전시를 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1월 27일에는 고 한기택 고등 부장판사의 자료 기증식이 있었습니다. 한기택 부장님은 1986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하여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재임하시다 2005년 작고하셨습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1988년 세칭 제2차 사법파동의 근간이 된 성명서 ‘새로운 대법원 구성에 즈음한 우리의 견해’를 기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7월 서거 20주기를 맞았는데 그에 앞서 2월에 부인이 돌아가셔서 자제분들이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하며 1988년 성명서 발표 당시 메모가 담긴 노트 등의 자료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홍철 변호사님이 보관하고 있던 성명서 원본과 서명명부도 수증하였습니다. 이홍철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게이트)는 해당 자료를 보관하게 된 배경과 1988년 서울민사지방법원 배석판사로서 성명서에 동의하는 서명을 받고 기자실에서 성명서와 함께 서명원부를 발표한 당시의 상황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 주기도 하여서 당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자료는 12월 9일 개최되는 법원사자료선정위원회에서 보존대상으로 선별되고 공개여부 등 적절한 관리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될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초 법원사자료전산관리시스템에 등록되어 e법원역사관 사이트(history.scourt.go.kr)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1) 「법원영구보존문서 중앙관리소 규칙」(제정 1962. 9. 21. 대법원규칙 제147호, 시행 1962. 9. 21.)
「법원보존문서 관리규칙」(제정 1973. 12. 12. 대법원규칙 제546호, 시행 1974. 1. 1.)
2) 동산토건에 낙찰 영등포등기소 공사(매일경제, 1969. 6. 17.)
3) 사법부는 피곤하다(경향신문, 1971. 8. 6.)
4) 마구잡이 ‘속결’로 짓밟히는 인권 탈선 즉심(동아일보, 1971. 11. 11.)
해마다 5, 60만 건씩 회부되는 서울의 즉심청구사건을 69년까지 서울형사지법 산하 단 1개소의 즉결재판소(서대문)에서 1명의 판사가 처리해왔고 작년부터야 뚝섬과 영등포에 각각 한 군데씩 즉결재판소가 더 늘어 3명의 판사가 분담하고 있으나 법관 1명당 연간업무량은 무려 20만 건을 상회, 즉심은 초 속결로 마구잡이 처리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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