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지금부터 대법원 2010도14328호 사건에 대해서 변론을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검사와 변호인, 그리고 참고인의 출석을 확인하겠습니다.
검사는 어느 분이 나오셨습니까?
○ 검사 이건리
이건리 검사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대검찰청 검사 이건리 검사님, 나오셨습니까?
○ 검사 이건리
네.
○ 재판장 대법원장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김용직 변호사님, 나오셨습니까?
○ 변호인 김용직
네.
○ 재판장 대법원장
한연규 변호사님, 나오셨습니까?
○ 변호인 한연규
네, 출석했습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양은경 변호사님, 나오셨습니까?
○ 변호인 양은경
네.
○ 재판장 대법원장
참고인 곽민희 교수님, 나오셨습니까?
○ 참고인 곽민희
네.
○ 재판장 대법원장
참고인 오영근 교수님, 나오셨습니까?
○ 참고인 오영근
네.
○ 재판장 대법원장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변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소송관계인과 방청인 여러분들에게 잠시 대법원의 변론에 관해서 간략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형사소송법은 대법원이 필요한 경우에 공개변론을 열고 특정한 사항에 관해서 참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사회 각층의 이해가 충돌되는 중요한 사건이나 또는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관해서 공개변론을 열어 그 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진술을 듣고 이를 판결에 반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법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공개변론을 거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조직법과 대법원규칙에 따라, 대법원은 국민의 재판절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법절차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인터넷이나 TV 방송 등을 통해서 공개변론 과정을 방송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변론을 열기로 한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또 해결하여야 할 중대한 법률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사안으로서, 공개변론과 방송중계의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는 형사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어린 자녀를 공동 양육하는 부모 중 일방이 다른 부모와 협의하지 아니하고, 또 법원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한 경우에 이러한 행위를 미성년자약취죄 또는 국외이송약취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바로 쟁점입니다.
변론순서를 말씀드리면, 먼저 검사와 변호인이 모두변론을 할 것이고, 그에 이어서 참고인들의 의견진술이 진행될 것입니다. 형사소송법상 상고심에서는 피고인 본인이 출석해서 변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참고인의 진술에 이어서 재판부에서 검사, 변호인과 참고인들에 대해서 사건의 심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해서 질문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사와 변호인의 마무리 변론이 진행될 것입니다.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방청인 여러분께서는 정숙을 유지하여 주시고 조용히 경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방송은 지금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변론과정에서는 생중계하는 것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생중계를 제외한 나머지 중계시설은 이로써 철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장내를 정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어서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생중계인 것을 소송관계인께서는 각별히 유념하셔서 주어진 시간을 잘 지켜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상고인인 검사께서 먼저 상고이유를 쟁점을 중심으로 해서 피고인이 왜 유죄로 인정되어야 하는지에 관해서 약 7분간 변론해 주시기 바랍니다.
○ 검사 이건리
존경하는 대법원장님과 대법관님께 변론의 말씀을 드립니다.
첫째, 대한민국은 법치주의의 나라입니다. 형사정책은 사회정책의 최후수단이 되어야 하며, 형사정책 중에서도 형벌은 최후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국민의 뜻을 대변하여 ‘미성년자약취’, ‘국외이송목적약취’를 형법에 범죄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이 그 적용 여부를 임의로 선택한다는 것은 곧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할 것입니다.
둘째, 오늘날 국적이 다른 남성과 여성 간의 결혼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국적의 남성과 외국 국적의 여성 간의 결혼비율이 전체 결혼부부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각종 국제적인 규범에 있어서도 세계시민을 평등하게 처우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는 국제화 시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적의 남성과 결혼한 외국 국적 출신의 여성이 출산 후 어린 자녀를 아버지의 동의나 협의 없이 아버지 몰래 데리고 출국하여 아버지의 사랑과 양육을 배제시킨 본 건과 같이 만일 우리나라에서 미국 국적 출신의 남성이 우리나라 국적의 여성과 결혼한 후 아이가 태어난 다음 그 어린아이를 어머니의 동의나 협의 없이 어머니 몰래 데리고 아버지인 나라인 미국으로 출국하여 어머니인 우리나라 국적 여성의 사랑과 양육을 배제시킨다면 우리나라 국적의 어머니인 그 여성에게 그러한 사실은 대한민국 형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만일 우리나라 국적의 남성이 외국에서 외국 국적의 여성과 결혼한 후 아이가 태어난 다음 그 어린아이를 어머니의 동의나 협의 없이 어머니 몰래 데리고 아버지의 나라인 우리나라로 출국하여 어머니의 사랑과 양육을 배제시킨다면 과연 그 외국인 어머니의 양육과 보호감독권, 그리고 그 어린아이의 복리를 침해한 부분에 관해 우리나라 국적의 남성만을 보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1세기 국제화 시대, 세계화 시대에는 법문화도 세계 시민에게 공평하고 합당하게 적용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셋째,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부부 가운데 안타깝게도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협의 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미성년자녀를 두고 있는 부부의 경우 이혼에 앞서서 미성년자녀에 대한 양육사항에 관해서 협의나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만 이혼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러한 협의나 결정이 없으면 이혼은 이루어지지 않도록 우리나라의 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미성년자녀의 복리를 위해서 미성년자녀에 대한 양육자, 양육비용, 면접교섭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해서 부모 간의 협의나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부부간의 협의가 성립되지 않거나 협의내용이 자녀의 복리에 부적정한 경우에 법원이 관여하게 되며, 법원은 양육자를 정할 때 부모 중 누가 미성년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더 적합한지, 자녀와의 유대관계는 어떠한지, 양육의 계속성이나 자녀의 의사는 어떠한지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녀에 대한 아무런 협의나 법원의 결정 없이 부모 중 일방이 다른 일방을 배제시키는 것을 우리 대한민국의 법과 사법부에서 허용한다면 가족관계에 관한 우리나라의 법질서는 그 기초부터 훼손될 것입니다.
즉, 우리나라의 실정법에 이혼과 미성년자녀의 양육에 관한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일 본 건과 같이 실력행사로 미성년자녀를 임의로 데리고 외국으로 이동하여 부모 일방의 보호감독권을 침해하고 미성년자녀에 대한 복리에도 심대한 장애를 초래한 사안을 우리 법원이 묵인하고 수용한다면 우리나라의 법질서, 특히 가족법 질서는 그 기초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고, 결국 우리 국민의 최후의 보류인 사법부의 존재 이유도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이혼과정에서 미성년자녀를 약취하는 사례가 급증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 법원이 이러한 현상을 촉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으로 심히 우려됩니다.
특히 어렵게, 참으로 어렵게 국제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어 살아가던 중 본 건과 같이 갑작스럽게 자기의 목숨과 같은 어린아이를 빼앗긴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은 어디에서 하소연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마지막으로 넷째, 범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는 엄정하게 처리하되, 형의 선고에 관하여는 범행 전후의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처리하심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미 제출한 검찰의 상고이유서와 변론요지서 내용과 같이 피고인의 행위는 아버지의 양육과 보호감독권, 그리고 자의 정당한 양육을 받을 권리 등 복리에 관한 제반권리를 완전히 침해한 것으로 그 행위에 대한 어떠한 정당한 요소도 발견할 수 없는 사안으로서 국외이송약취죄 및 피약취자국외이송죄가 성립한다 하겠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자신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약취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에 터 잡은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다른 보호감독자인 아버지의 감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는 있으나 그로 인하여 미성년자인 피해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였는바, 이를 바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변론 시에 추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수고하셨습니다.
이어서 변호인 측에서 쟁점을 중점으로 해서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무죄선고가 왜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관해서 약 7분 안의 범위에서 변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변호인 김용직
우선 이렇게 구두변론의 기회를 주신 대법원장님과 대법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목차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저희가 네 가지 점에 대해서 준비를 했습니다마는, 시간관계상 1번, 2번, 4번은 생략하고, 세 번째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또 위법성이 있는지, 책임을 져야 될 만한 행위인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구성요건 해당성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구성요건 해당성과 관련해서는 어머니가 아이를 약취한 것이 되어서 부모가 이 사건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한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지금 제대로 부모 노릇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도 저희가 부모도 이 사건 행위의 주체가 된다는 데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서도 2008년도에 선고한 2007도80125 판결에서 한정 적극의 의견을 판시하고 계십니다. 그것은 특별한 요건이 있을 때는 부모도 범죄의 주체가 된다는 말씀인데, 그것을 읽어보면 이송자를 보호·감독하는 자라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감호권을 침해하거나 자기의 감호권을 남용해서 보호받는 미성년자의 이익을 해하면 범죄의 주체가 된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자기의 감호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고, 다른 일방의 감호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내용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은 미성년자의 이익을 해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13개월 된 아이를 놔두고 가면 그 아이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 아이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 그 시기는 말씀드린 대로 13개월짜리 아이이고 또 어느 때보다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냥 놔두고 가면 아버지가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돌볼 수가 없는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런저런 사정에 따라서 갔기 때문에 이것은 미성년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면 대법원에서 말씀하시는 그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겠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 피고인은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사람입니다.
행위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행위는 약취행위가 있어야 유죄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약취행위는 유형력의 행사를 해야 되는데, 대법원에서는 판결에 따라서 유형력의 행사에다가 사실상의 힘에 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거기에 아울러서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료, 피해자 의사를 종합해서 약취행위를 판단하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약취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은 폭행·협박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의 힘에 있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는 그런 사안입니다. 오히려 사실상의 힘이라기보다는 고이 잘 모셔서 자기 친정으로 잘 데려간 그런 행위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사실상의 힘에도 해당이 안 되는 것이고, 가사 사실상의 힘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행태에 비추어서, 그리고 피해자가 13개월 된 아이지만 그 아이의 추정적 의사를 생각한다면 약취행위에 해당한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행위도 약취에 해당하지 않고, 주체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구성요건 해당성의 문제에서도 이것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원심판결도 이와 마찬가지의 취지로 판시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까 주체에 관해서 말씀드릴 때는 피해법익과도 관계가 되고, 행위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가치판단이 함께 되기 때문에 그것이 위법성이나 책임의 문제에서 다루어져야 될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위법성의 문제와 책임의 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마는, 거기에서 살펴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약취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닙니다.
위법성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위법성에 관해서는 형법 20조에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는 벌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사회상규의 요건에 관해서는 판례·학설이 일치해서 한 다섯 가지 정도의 요건을 말씀하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 요건에 따라서 저희가 이 사건에 한번 대입해 보겠습니다.
첫째로 이 사건은 부부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아이를 데리고 간 것으로서, 친정으로 데리고 간 동기나 목적에 있어서 정당합니다. 그리고 전업 주부로 출생부터 양육하고 있었고, 남편이나 시부모에게 양육을 맡길 형편이 안 된 상태에서 행한 행위로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안전이 침해된 바가 없고, 영아의 이익에도 부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사안입니다. 사후에 아버지가 부정을 또 생각해서 아이를 잘 양육하기 위해서 피고인을 양육자로 지정하는데 동의까지 했습니다. 이런 제반상황을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모성의 발현으로 인한 것으로서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것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위법성이 없는 사안입니다.
그리고 책임에 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책임에 관해서 살펴보면 비난 가능성이나 기대 가능성이 있어야 되는데, 이 사건은 스무 살 남짓한 어린 여자가 시집온 것입니다. 시집와서 1년 만에 애를 낳고, 그래 봤자 우리나라 대학생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남편이 나가라고 하고, 또 평소에 사서 왔다는 그런 모욕적인 이야기도 들으면서 어디에 기댈 데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집을 나가라고 하였을 때 이웃집에라도 가서 몸을 의탁할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친정밖에는 어디 몸을 맡길 데가 없는데 거기에 애를 데리고 간 것이 달리 기대 가능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것은 본인의 입장에서 보거나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어느 면에서 보거나 죄책을 물을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변론을 마치겠습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수고하셨습니다.
양쪽 검사와 변호인의 모두 변론을 들었습니다. 이제 참고인의 진술을 듣기로 하겠습니다.
곽민희 교수님, 출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지금 어느 학교의 어떤 부서에서 근무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인 곽민희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알겠습니다. 앉으시고, 이 사건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오셨는데, 주요 쟁점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7분 안에 요약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인 곽민희
이 사건에 대한 참고인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쟁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마는, 저는 크게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부모 중에 일방, 즉 공동친권자 혹은 공동양육권자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고 자를 국외로 이송하는 행위의 불법성과 이러한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고, 두 번째로는 실제로 피고인의 행위가 현행 형법상 국외이송목적 약취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첫 번째 점에 관해서 말씀을 드리면, 본 건 사안과 같이 국제결혼이나 이혼이 증가함에 따라서 부모에 의해서 불법하게 아동이 국외로 이송되거나 유치되는, 소위 아동탈취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1980년에 아동탈취 민사적 측면에 관한 헤이그협약이 제정되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가입을 하였고, 올해 3월 1일부터 협약이 발효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협약이 본 사안에 직접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부모 일방에 의한, 즉 공동친권자나 공동양육권자가 상대방 양육권자의 양육권을 침해해서 국제적으로 아동탈취 행위를 한 경우가 협약은 불법하다고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불법성을 규율하는 것은 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의 대부분의 해석의 태도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아동의 불법한 국외이동이 있는 경우에 ‘여러 가지 구제수단이 있을 텐데 꼭 형사처벌을 통해서 이런 부모의 행위를 규제해야 되는가’라는 지적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고 제한하기 위해서는 가사소송법상의 이행명령이나 민사집행법상의 강제집행을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후적 구제수단은 아동이 이미 탈취된 후에 아동을 반환하라는 식의 명령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이런 아동탈취 행위를 한 양육권자가 이에 불응하게 된다면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사전적 구제수단의 하나로서 최근에 프랑스 민법이 규율한 방법 중에 하나인데, 아동의 여권을 단독으로 신청할 수 없도록 하거나 아동의 여권에 ‘이러이러한 양육권 분쟁이 있기 때문에 이 아동이 출입국 하는 것을 제한한다’라고 하는 취지를 기재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기본적으로 아동에 관한 양육권의 본안 결정이 따른 경우로서 이혼청구나 양육권 분쟁이 현실화된 경우에 실제로 법관의 결정에 의해서 여권에 기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예컨대 사실상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든지, 별거상태라든지, 아니면 평온한 혼인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에 일방이 혼인관계를 깨트리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경우에는 이러한 결정을 미리 신청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구제수단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형법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다른 구제수단이 인정되지 않을 때 가장 최후의 보충적인 구제수단이 되어야 하고 비상적인 수단이 되어야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 비추어서 민사적·행정적 구제수단이 거의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면 형사적 구금 또는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국제아동탈취에 있어서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가 일단 국외로 아동이 탈취가 되게 되면 더 이상 아동의 소재를 발견해 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서로 부모 간에 연락을 안 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형사 절차를 통해서 피해자를 구금하고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 같은 경우에는 특별법을 제정해서, 이게 연방 차원에서 규율하기 위해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인데요, 부모에 의한 국제적 아동탈취 행위를 형법상의 범죄로서 처벌하고 있고요. 프랑스나 독일, 그리고 일본 같은 경우에는 우리 형법상에 국외이송약취죄와 유사한 형법 규정이 해석을 통해서 직접 범죄로서 처벌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다른 대부분의 나라가 이와 같은 부모의 국제적 아동탈취 행위를 불법으로 인정하고 있고, 또 형법의 해석으로도 범죄로서 처벌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본 사건 피고인의 행위를 실제로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 현행 헌법의 해석상으로 이러한 행위가 국외이송약취죄에 실제 해당하는가’라고 하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쟁점과 관련되어서는 먼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외이송약취죄의 보호법익은 크게 두 가지로 대법원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자유안전’이라고 하는 것과 두 번째가 ‘부모의 양육권’이라고 하는 것이 약취죄의 중요한 보호법익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후자인 ‘부모의 양육권 침해가 있었느냐’라고 하는 것을 판단을 해보면, 사실 ‘부모의 양육권’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 보호 하에서 아이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고, 또 내가 데리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내 아이가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고, 또 그 아이의 안전과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보호받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확인할 수 있는 의무적인 성격이 강한 부모의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처럼 부모 일방이라고 할지라도 상대방이 이러한 양육권을 동의 없이 침해하는 경우에, 특히 이렇게 국외로 아동을 탈취해서 연락도 제대로 취해주지 않고, 그 소재를 발견하기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에는 양육권 침해가 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탈취한 양육권자의 양육권이 적절히 행사되고 있는지 여부를 부의 입장에서는 전혀 감독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었고, 더군다나 국내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행위가 상대방의 양육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행위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문제 되는 것이 ‘모의 행위가 자의 자유와 안전을 침해했느냐’라고 하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원심은 영유아기의 자와 모와의 관계의 특수성, 즉 아이가 굉장히 어리기 때문에 자와의 친밀성이나 의존성을 감안해서 모에게 양육의 기회 측면에서 유리한 점을 인정하고 있고, 모가 떨어져서 외가에서만 홀로 키우는 경우에도 이러한 이익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 건 사안에 비추어서는 이러한 원심의 고려나 배려가 타당하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원심의 논리대로 하면 ‘상대방 양육권자의 동의 없이 모가 자신의 모국으로 자를 데리고 가는 행위는 자의 안전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할 수 있기 위해서는 비록 외국이라고 할지라도 그 나라에 익숙한 모가 자신의 모국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를 그 생소한 환경에서 곁에서 돌봐주고 또 안전하게 보호하고 감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한 장소이고 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를 보면, 피고인은 13개월 된 피해자를 베트남에 놔두고 2주 뒤에 바로 한국으로 입국을 한 상태이고, 그로부터 2년 지나서 별건 절도죄로 체포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베트남에 돌아간 사실이 없습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피고인이 탈취행위 당시에 피해자를 직접 양육할 생각이 없었다고 볼 수가 있고요. 더군다나 부와 모 모두가 현재 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고, 아이만 베트남에서 떨어져 있는 이러한 상황을 야기한 것이 과연 ‘아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고, 모의 친족이 맡아서 기르고 있으니까 괜찮다’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의문입니다.
부와 모가 한국에 있을 상황이라면, 적어도 모가 적법한 절차에서 양육권을 주장한다면 충분히 본인이 양육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또 부와 공동으로 상의와 협의를 하면서 아이를 함께 양육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국외로 빼돌리고 본인만 나와서 부에게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이의 추정적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자의 외가라고 할지라도 상대방 양육권자의 양육권을 심하게 침해하고 있고, 모의 이런 행위가 과연 정말 자의 이익에 맞고 안전이 보장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적어도 미성년자에 대한 국외이송약취죄의 보호법익 모두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처벌이 가능한 행위라고 판단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참고인 진술을 마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오영근 교수님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오 교수님, 소속 학교와 근무 부서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인 오영근 교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법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앉으시고,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서 7분 안에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인 오영근
시간이 매우 제한되어 있으므로 바로 제가 서면으로 작성해온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 제287조와 제289조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사건을 해결할 때는 형법의 보충성 원칙, 형법 해석의 엄격성 원칙을 따르면서 이 법에서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목적론적 해석을 적용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미성년자 약취죄의 1차적 보호법익은 미성년자의 자유이고, 부차적 보호법익은 보호감독자의 감호권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복수의 보호법익이 있는 경우에 어느 하나의 보호법익만 침해하면 범죄가 성립한다고 하는 것은 범죄의 성립범위를 너무 넓게 인정해서 형법 해석의 엄격성 원칙에 반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1차적 보호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부차적 보호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나 위태화가 없다고 보아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태아의 생명신체안전을 위해 임부의 신체를 상해하거나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타인 소유의 일반물건에 방화한 경우, 부차적 보호법익의 침해는 있지만 1차적 보호법익의 침해는 없으므로 낙태죄나 방화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되고 상해죄나 손괴죄의 성립만을 인정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서 피고인이 1차적 보호법익, 즉 영아의 자유와 안전을 침해하였는지가 문제될 수 있지만 이것은 부정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헤어지기로 한 경우 영아는 부 또는 모 일방의 감호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 모두의 감호를 받는 상태와 모 일방의 보호를 받는 상태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부 또는 모 일방의 감호를 받는 상태와 모 일방의 감호를 받는 상태를 비교하여 보호법익의 침해 내지 악화가 있는지를 따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을 따른다면 이 사건에서 1차적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나 위태화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피고인이 침해한 부차적 보호법익은 남편의 공동 감호권입니다. 재산범죄에서와 달리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서는 법익 주체 중 일부의 법익을 침해하였다 하더라도 바로 범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복수의 거주자 중 일부의 동의만을 얻고 주거에 들어와 다른 거주자의 법익을 침해하였다 하더라도 무조건 주거침입죄를 인정해서는 안 되고, 이러한 행위들 중 상당 부분은 민사상의 불법행위나 손해배상의 문제로 해결하는 것이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맞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남편의 공동 감호권을 침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범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되고, 감호권의 성질과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피고인이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점유나 재산 개념에서 보듯이 형법상의 개념은 민법상의 개념에 비해 사실상의 상태를 중요시합니다. 약취죄의 주체를 결정할 때에도 누가 민법상의 감호권자인가가 아니라 누가 영아를 사실상 감호하는 자인가를 중시해야 합니다. 판례가 인정하는 것과 같이 민법상 감호권자도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민법상 감호권이 없는 사람의 감호상태를 침해하는 경우에도 약취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영아를 사실상 주로 감호·양육하고 있었으므로 약취죄의 주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약취행위에 대해 판례는 폭행·협박 또는 사실상의 힘의 행사를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약취죄가 체포감금죄와 강간죄 사이에 규정되어 있다는 형법체계를 고려할 때 약취죄에서는 사실상 힘의 행사는 폭행·협박 감금행위나 그에 준하는 유형력 혹은 무형력의 행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영아나 남편에 대해 이러한 힘의 행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이미 영아를 감호·양육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의 사실상 지배는 배제하였는지 모르지만 자기 또는 제3자의 새로운 실력적 지배를 만들어 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판례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약취행위의 판단 기준에 의할 때에도 이 행위는 약취행위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주관적 구성요건인 고의나 목적과 관련해서 피고인의 행위는 영아의 자유와 감호를 위한 것이므로 약취의 고의가 부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법정형을 고려할 때 형법 제288조, 특히 제289조는 인신매매성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규정이므로 이렇게 객관적으로 보이는 이 규정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사건에 제289조를 적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 위법성과 관련해서 아까 이미 변호인이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여러 가지 판례가 제시하는 기준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이 영아를 방치하고 베트남으로 갔다면 그 행위가 오히려 비난받을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임문제와 관련해서 보면 피고인에게 법률의 착오가 있었지만 판례가 제시하는 것과 같이 자기행위의 위법성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계기가 주어졌다고 볼 수 없고, 설사 주어졌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을 인식할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기대가능성에 관한 종전의 판례와 비추어 볼 때, 유흥업소에서 대학교 3학년생 34명 전부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적법한 행위를 할 것에 대한 기대가능성은 오히려 더 낮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우선 모성애를 무시한 판결로서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반할 것입니다. 제가 여러 형법 교수들에게 문의한 결과 역시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니냐’라고 하는 데에 의견이 일치되었습니다. 외국인과 결혼해서 유사한 행위를 한 한국 여성들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 셋째, 국내적으로도 부부싸움 후 아이를 친정으로 데리고 가거나, 부부가 명백히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을 위해 자녀를 외국으로 데리고 가거나, 기러기 아빠의 귀국요구에 불응할 때와 같은 경우에 이혼의 수단으로 이 약취죄를 고소로 활용될 그런 가능성이 많고, 이는 민사문제의 형사화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할 때 이 사건에 대해서 무죄판결을 하시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훌륭한 변론과 의견진술을 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서 재판부에서 지금 말씀해주신 부분에 대해서 질의를 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한두 가지 질의를 하겠습니다. 검사님께 질의하겠습니다.
아까 세계 각국의 예를 말씀하셨는데, 혹시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결혼하여 외국에서 살다가 가정에 불화가 생겨서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입국한 다음에 외국에서 그것이 문제가 되어 범죄인 인도를 구하거나 하는 사례가 혹시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를 하였는지, 앞으로 그런 일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검사 이건리
대법원장님께서 질문하시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외국에서 우리나라 여성에 대해서 형사처벌과 관련해서 법적 조치를 요구한 사례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법무부에서 담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서 자세한 내용을 답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잘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의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서 절차에 따라 조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미 언론보도에서 보셨겠지만, 중국인 유창 피고인에 대해서 일본과 중국 간에 어떤 분쟁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관해서도 우리 대한민국 법원에서 적절하게 재판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알겠습니다. 변호인께 하나만 묻겠습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 법률, 특히 형법이 어느 정도 개입해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상반된 두 가지 시각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첫 번째 시각은 ‘가정이라는 것은 혈연과 정으로서 맺어진 그런 조직이기 때문에 형법이 개입하는 것은 극히 제한해야 된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 아니면 개입을 안 하는 것이 옳다' 이런 시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런 사건에 관해서도 형법이 개입하는 것은 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결론이 있을 수가 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요즘 가정 내라고 하더라도 끔찍한 폭력사건도 일어나고 형법이 개입하지 않아서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그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까 형법이 개입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은 봉건적인 가부장제 생각 아니냐' 하는 비난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건도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 아이가 외국에 가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전혀 가지지 못할 위험에 빠뜨린 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제때 개입을 해야 된다’ 하는 식의 결론으로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의 시선에 관해서 변호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변호인 김용직
기본적으로 깊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법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아주 흉포화되고, 인간으로서의 인간다운 노릇을 하지 않는 그런 모습도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거기까지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처럼 초기에 문제가 되면, 사건화되었을 때 그것을 조정할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을 우선 구속부터 해 놓고 본다든가, 그러면 모든 사건이 형사화되는 결과를 가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에 고소·고발이 남발하는 시점에서 만약에 이 사건 같은 경우에 유죄가 된다면 너도나도 고소부터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있을 수 없는 것 같고, 특히 인륜적인 문제라든지, 가정사의 그러한 것들은 최대한 자제해야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본모습을 벗어난 행위까지 그냥 놔두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알겠습니다.
질의하실 대법관님, 질의하시기 바랍니다.
주심대법관께서 질의하시겠습니다.
○ 대법관 박보영
곽 교수님, 부모의 자녀 탈취 행위에 대해서 아까 교수님께서 인용하신 미국 연방법원 법률에 의하면 기존의 약취죄보다는 법정형이 훨씬 낮게 처벌규정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런 경우에 만약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형법상의 약취죄나 국외이송약취죄를 무리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입법을 하자는 견해도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참고인 곽민희
사실 지금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이 부모 일방이 아이를 데려간 경우인데, 어머니에게 너무 무거운 형, 만약에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또 형법의 해석상으로도 무리 없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법정형이 너무 무겁게 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각국의 입법례에 있어서도 조금 더 법정형을 가볍게는 하고 있습니다마는, 사실 양형의 관점에서 이것이 좀 무겁다는 문제와 실제로 형법상의 구성요건에 해당해서 이 행위를 약취유인죄로 처벌해야 된다는 문제는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구성요건에 해당해서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유인죄에 해당된다고 하면 약취죄로 처벌을 하되, 양형의 관점에서는 실무상으로 어떤 배려나 고려가 충분히 정황상으로 인정해서 행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형법뿐만 아니라 다른 법률들의 특별법이 난무하는 현상에 있어서 선진국인 프랑스나 일본 같은 경우에도 결국에는 기존의 형법 규정의 해석을 통해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점을 비추어서 생각을 해 보면 무리하게 특별법을 여러 개 제정해서 하는 것보다는 실제 형법 규정의 해석을 통해서 적용하는 경우와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를 한번 거르고, 적용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법정형이 좀 무거우니까 최대한 실무상의 고려나 배려가 행해질 수 있다면 적절한 조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대법관 박보영
고맙습니다.
오 교수님, 통계에 의하면 2001년도에 우리나라 총 혼인 건수 중에 9%가 국제결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점점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이 증가되면서 이 사건과 거의 비슷한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를 보자면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는 하루아침에 아들, 손자와 생이별을 하게 된 결과가 생겼고, 국가적으로 봐도 소중한 국민 한 사람을 잃어버리는 결과에 봉착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단순히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려고 데리고 갔다’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해결책이 아니냐는 견해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참고인 오영근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미 2001년도에 9% 정도의 국제결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면, 적어도 문화국가라면 이런 사건의 발생에 대해서 예측을 하고 여러 가지 민법적, 행정법적, 국제법적 어떤 방지수단을 마련해 놓고, 그 다음에 그런 것들이 안될 때에 이런 행위들을 바로 형법에 명확하게 규정을 해서 처벌을 하는 것이 소위 형법의 보충성 원칙, 혹은 최후수단성 원칙에 맞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에 사실 국제결혼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또 국제결혼을 통해서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아무런 다른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 문제가 발생하니까 바로 최후수단이 아니라 최우선수단으로 지금 형사문제를 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연 287조, 289조가 이런 사건을 예정해서 만든 규정이냐’, 저는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한다면 설사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어떤 유리한 판결이 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조치를 통해서 해결해야 되고, 역시 이런 것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명백한 입법적 활동을 통해서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양창수 대법관님 질의하세요.
○ 대법관 양창수
곽민희 참고인에게 질문을 좀 하겠습니다.
아까 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마는 지금 기소된 것이 ‘약취’라고 하는 좀 어려운 한자를 쓰는 죄입니다마는, ‘약취’의 의미에 대해서는 ‘사실상 최소한 힘의 행사가 필요하다’ 이렇게 이해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은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힘의 행사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서 부모라고 하더라도 그중의 일방이 아이를 평화롭게 잘 양육하고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다른 상대방인 다른 배우자가 끌고 간다면 그것은 힘의 행사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마는, 그렇지 않고 평화롭게 잘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그것도 13개월밖에 안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부 중 일방이 자기가 어디로 가야 되겠으니까 그 아이를 데리고 갔다, 어디로 가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마는, 혼인관계가 깨졌든지 어쨌든지 간에 같이 데리고 갔다 하는데 그것이 과연 법이 허용하지 않는 힘의 행사냐, 그 점에 대해서는 좀 논의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참고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혹시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참고할만한 외국의 선례나 논의, 국제협약 같은 것을 다 포함해서, 그런 것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으면 좀 말씀해 주세요.
○ 참고인 곽민희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약취죄’ 그러면 되게 어려운 말 같은데요. 실제로는 유괴하는 행위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인데, 사실상의 힘의 행사로 인해서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유괴하고 약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본 건 같은 경우에는 ‘부모 중에 일방이 아이를 평화롭게 데리고 있다가 갔기 때문에 이게 사실상의 힘이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느냐’라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사는 능력이 없는 영아를 이렇게 자고 있는 상황이라든지 아니면 잘해서 데리고 간다는 것이 사실상의 힘의 행사가 없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이 미성년자 약취죄의 보통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보모나 또는 실제로 양육하고 있는 제3자가 아이를 잘 데리고 있다가 아이가 웃고 잘 따라와서 아이를 데려가서 아주 잘 키워놓으면 그런 경우에는 사실상의 힘의 행사가 없으니까 약취유인죄가 성립 안 하느냐’라는 것하고 좀 비슷한 선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의사능력이 없고 아이가 아주 어린 상황에서 상대방이 보호하고 감독하고 있는 평온한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데려가는 것도 사실상 힘의 행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은 됩니다마는 여러 가지 논의는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참고할만한 판례가 외국에 하나, 일본에서 있었는데요. 일본에서는 아이가 입원해 있는 도중에 잘 간호하다가 아이를 데려간 사안이었습니다. 반대로 엄마가 잘 간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빠가 아이를 데려간 사안이었는데, 이처럼 아이가 입원해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데려간 것이 힘의 행사나 유형력의 행사라고 해서 약취죄를 인정한 사안은 있습니다. 본 건하고 비슷한 사안인지는 조금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그런 사례들이 있고요.
이렇게 사실상 힘의 행사는 여기에서 인정을 안 해 버리면 제3자 미성년자 약취죄를 인정하는 경우와 형평에 맞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실상의 행사도 있지 않았나’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김소영 대법관님, 질의하시지요.
○ 대법관 김소영
검찰 측에 몇 가지 묻겠습니다.
우선 이 사건처럼 국제결혼을 해서 아이를 외국으로 데려간 경우에 성립된다는 의견이신데요. 만약 우리나라 국민 사이에서 이혼이 진행되고 있는, 파탄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어머니나 아버지 한쪽이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간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약취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신가요?
○ 검사 이건리
질문에 대해서 답변드리겠습니다.
대법관님들께서 이미 알고 계시는 내용이실 것입니다. 형법의 적용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화해서 어떤 사안이 되느냐, 안 되느냐, 지금 구체적인 케이스가 없는 상황에서 답변드리기는 조심스럽습니다마는, 미성년자 약취죄는 대한민국 내에서도 언제라도 적용을 예정하고 만든 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 대법관 김소영
적용이 된다는 의견이신 것 같은데요. 만약에 그런 의견이시라면 이혼가정에 있는 우리나라 국민 중에 상당수가 약취죄의 처벌 대상이 될 염려가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가 자녀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을 한다’ 이렇게 생각이 되고,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아까 검찰 측 의견을 들어보면 자녀의 이익보다는 한쪽 부모의 보호감독관계 배제 그 부분을 더 중점을 두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녀의 이익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평가 없이 ‘한쪽 부모의 보호감독관계가 배제되었다’ 그것을 이유로 해서 약취죄로 처벌하게 되면 지나치게 처벌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아닌가요? 그 점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검사 이건리
전적으로 대법관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구성요건 해석상 두 가지 요건이 다 충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방 보호자의 보호감독권 침해만 가지고 이 법을 다 적용한다는 것은 다른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저희 검찰의 의견 역시 상고이유서나 변론요지서에, 또 오늘 말씀드린 내용에 있어서도 결코 미성년자녀의 복리를 침해한 부분이 중점이라는 것을 다시 말씀 올립니다.
○ 대법관 김소영
그리고 아까 주심대법관님께서 참고인에게도 질문했던 사안인데요.
지금 국외이송약취죄를 자녀를 외국에 데려간 부모에게 적용하기에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으로 되어 있어서 좀 높지 않은가 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십니까?
○ 검사 이건리
거듭 질문하시니까 답변 올리겠습니다.
아시겠지만 대한민국과 베트남은 ‘범죄인 인도조약’과 ‘형사사법 공조조약’을 지난 2003년도에 체결되어서 2005년도에 발효 중에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 형법에도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 아동은 매매·유괴를 한 경우에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청하고, 해외이송의 목적인 경우에는 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무기징역까지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국민이라고 하더라도 아동의 탈취·유괴, 또 국외이송 목적, 본 건과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벌받는다는 것은 상식으로 이해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법이 더욱 엄하다, 가혹하다 그렇게 평가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연 자기 자식이 유괴되어 있는 상황인데 징역 3년을 결코 높은 형으로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 내에서도 수많은 유괴사건이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기 피붙이인 어린 자식이 회사 갔다 왔더니 갑자기 사라졌는데 그것을 징역 3년으로 엄하다고 보는 것은 조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상입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수고하셨습니다. 신영철 대법관님 질의하시지요.
○ 대법관 신영철
참고인께서는 아까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로 영아의 복지가 침해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꼭 그런지에 대해서 조금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영아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으면 우리말을 모국어로 쓰는 환경에서 길러져야 복지가 되고 상대적으로 좋은 것 아닌가요? 우리말을 전혀 쓸 수 없는 그런 상태에서 길러지게 되었다는 것만 해도 복지에 침해가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 말씀드립니다.
○ 참고인 오영근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라났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것에 비해서 복지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베트남에서 자라느냐, 한국에서 자라느냐’와 영아의 복지문제는 조금 구분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사례에서, 어차피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했으니까 아이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느냐, 아버지 밑에서 자라느냐’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그런데 13개월 된 아이에게 과연 나중에는 어떻더라도 당장의 경우에는 어머니의 양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며칠 전에 돌 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어머니에게 이 사건을 생각하면서 ‘얘 하루종일 어머니한테 붙어 있지요?’라고 하였더니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러면 과연 거기에서 아버지에게 맡기고, 사실은 이 아버지는 제가 보기에 자기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데려갔다는 데에 기분이 나쁜 것이지 ‘아이를 길러라’라고 하게 되면 별로 기를 생각은 없는 그런 경우라고 저는 생각이 됩니다.
○ 대법관 신영철
관련이 없는 것 같기는 합니다마는, 참고인 말씀은 ‘피고인이 마침 어머니이기 때문에 13개월 된 영아의 양육에 더 적합하다’ 그것을 전제로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반대로 아버지가 데려간 경우는 어떠신가요? 같은 상황에서 외국 출신 모친이 잘 데리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니까 아이를 다른 데로 옮겼다든지,
○ 참고인 오영근
그런 경우도 보면, 아버지가 정상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마 ‘영아의 자유나 복지가 침해됐다’ 이렇게 보기는 어렵겠지요.
○ 재판장 대법원장
김용덕 대법관님 질의하시지요.
○ 대법관 김용덕
조금 전에 서로 의견을 나눈 그 부분과 관련되어서 변호인께 보충해서 묻겠습니다.
이 사건에서 사안과 관련되어 가지고 곽민희 교수님께서 맨 마지막 부분에 말씀을 하셨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아이를 두고 하루 외박을 하고 왔다가 그것이 발단이 되어서 부부싸움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서 3일 후에 부인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간 사안입니다. 가서 2주일 만에 다시 한국으로 와서, 아이는 외가에 맡겨 놓고 본인은 한국에 와서 생활을 하였고, 한국에 와서 그 이후에 있었던 기간이 약 2년 9개월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위를 놓고 보았을 때 과연 어린아이를 어머니가 키우기 위해서 데리고 나왔다고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실제로 이와 같은 결과를 놓고 보면 이 사건에서 비교해야 되는 이 아이에 대한 이익은 어머니에서 양육되는 이익이 아니라 자기가 태어나지도 않고 자라오지도 않던 베트남에 가서 자신의 감호권자도 아닌 생소한 외가에 의해서 양육되는 이익과, 2년 9개월 동안 양육했으니까요, 그렇지 않았으면 한국에서,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자기가 생활했던 환경 속에서 자기 아버지에 의해서 보호 내지는 감호·양육될 수 있는 이익, 이 두 가지를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이익이 큰 것인가를 가려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어느 것이 아이를 위한 이익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변호인 김용직
저희가 그 점에 대해서도 의논을 했었습니다. 우선 여성변호인인 양 변호사가 먼저 말씀드리고 제가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 변호인 양은경
양은경 변호사입니다.
지금 질문에 대해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피고인이 현재 아이를 데리고 있지 않고 또 한국을 나간 지 불과 2주 만에 다시 아이를 두고 들어온 점을 봤을 때는 과연 피고인에게 아이를 키울 목적이 있었느냐’라고 생각하실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피고인이 집을 나갈 당시에 아이를 키울 목적이 없었다면 과연 이렇듯 수많은 문제를 예상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갔을지 심히 의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 다시 들어온 목적도 어디까지나 아이를 키울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피고인에게 다른 목적이, 예를 들어서 아이를 볼모로 해서 국적이라든지, 금품요구라든지, 그런 목적이 있었다면 남편에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해서 그런 요구들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이와 떨어져 있는 측면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물론 상황은 다르지만 중국교포라든지, 여러 외국인들이 본국에서 아이를 몇 년씩 조부모에게 맡겨두고 한국에 들어와서 돈을 벌고 있는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과연 아이와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양육의 목적이나 의지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외조부모에게 양육을 맡겼는데, 이점에 있어서도 피고인은 피고인으로서 가장 최선의 대리양육자를 찾은 것이지, 결코 어머니로서의 양육 의무를 반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 변호인 김용직
제가 보충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피고인은 나갈 때 아버지의 양육권을 완전히 배제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 아버지가 언제든 찾아와도 좋고 아이가 크면 한국에 와서 컸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고, 수사를 받을 때도 아빠와 같이 가서 보자는 말까지 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양 변호사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인데, 거기에 들어가서 보니까 키울만한 여력이 안 되고, 비자기간도 남아있고, 그러니까 여기에서 돈을 벌어서 그렇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고, 아까 오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상대적으로 아버지는 같이 가서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과분한 탓인지 몰라도 다 찾아봐도 이 사건 이후에 베트남에 한 번이라도 갔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그 전에 아마 결혼할 때 한 번 간 것 외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양육을 누가 해야지 더 좋은지는 자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머니가 키우는 게 더 좋기는 하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대리양육자를 자기의 어머니로 세우고 들어온 것에 불과합니다.
○ 대법관 김용덕
한 가지 더 여쭈어 보겠습니다. 참고인 오영근 교수님에게 여쭤보겠습니다. 약간은 법리적인 질문이 되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헤이그협약에 가입해서 금년 3월 1일부터 발효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헤이그협약은 아동의 이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고, 거기에서는 아이가 태어나 상거소지에서 양육되고 있을 때 공동 감호권자를 배제시키고 어느 일방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행위를 위법한 행위로 보고 이것을 인도해야 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헤이그에서 고려한 것은 결국 국제적으로 이동이 되었을 경우에는 살고 있던 장소에서 벗어난다는 것과 감호권을 배제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감호권을 침해한다는 것과 아울러서 상대적으로 아이 입장에서 보면 감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게 되고, 또 장기적으로 부모인 그 상대방과 면접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잃게 되고, 그런 것을 고려해서 결국 그와 같은 행위는 자녀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아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법으로 정한 것으로 보이고, 금년 3월 1일부터는 저희가 이런 법률을 명확하게 받아들여야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사건에서도 다른 여러 가지 요소를 다 떠나서 기본적으로 국내에 있던 아이를 어머니가 아버지의 감호권을 배제시키고 일방적으로 베트남으로 데려갔다는 행위는 바로 헤이그협약에서 지적하고 있는 그와 같은 행위에 해당되어서 헤이그협약에 따르면 ‘자녀의 이익을, 아동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다’ 이렇게 평가해야 되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참고인 오영근
헤이그협약은 형사처벌을 규정한 협약이 아니고, 그러한 경우에 민사적 구제수단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국제적으로도 이러한 부모 일방이 자녀를 데리고 간 경우에 형사처벌을 해야 된다고 하는 그런 공감대까지는 형성되어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조약에 의한다라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서 한쪽에서 아이의 인도를 청구하고 다른 쪽에서는 거부할 적에 거기에 대해서는 또 새로운 결정이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그것은 뭐냐면, 그동안에 당사자들 사이에서 그런 경우를 해결할 수 있는 민사적 해결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민사적 해결수단을 마련한 것이지, 단순히 ‘그렇게 데리고 간 행위가 무조건 영아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다’라고 본 것은 아니라고 해석이 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그밖에 질의하신 대법관 계십니까?
안 계시면 질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두 분 참고인께서는 방청석으로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검찰 측과 변호인 측에서 마무리변론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검사님께서 마무리변론을 5분의 범위 내에서 해 주시기 바랍니다.
○ 검사 이건리
존경하는 대법원장님과 대법관님들께 마무리변론의 말씀을 드립니다.
첫째, 아버지의 정과 어머니의 정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작자 미상의 시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흘리는 사람이다’로 시작되는 시입니다. 그 가운데 ‘아버지는 날마다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하고 자책하는 사람이다’, ‘아들딸이 밤늦게 귀가할 때 어머니는 열 번 염려하는 말씀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넘게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두 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정과 어머니의 정의 크기를 어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는 말씀과 행동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시지만, 아버지는 마음으로 당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독거리시는 분이십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외부로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마음이 적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오늘날은 양성평등의 시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아이의 아버지가 어머니에 비하여 역차별을 감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과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헌법 제36조에 따르면 혼인과 가정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 정신은 본 재판에서도 반드시 구현되리라 확신합니다.
둘째, 존경하는 대법원장님과 대법관님들께서도 잘 아시는 솔로몬의 판결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한 집에 살고 있는 두 여성이 각각 아들을 낳았는데, 하루는 한 여성이 과오로 자신이 낳은 아들이 죽자 다른 여성이 잠자는 사이에 곁에 있던 그 여성의 아들을 데려다 자기 품에 뉘어 놓고 자기의 죽은 아들을 그 여성의 품에 뉘어 놓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자기 품에 뉘어 있는 아이가 죽은 아이이고 다른 여성의 아들임을 알게 된 여성은 솔로몬 임금에게 나아가 일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살아 있는 자기 아들을 돌려달라고 청원하였습니다. 이에 밤중에 자기의 죽은 아들을 살아 있는 아이와 자리를 바꿔놓은 그 여성도 살아 있는 아이가 자기 아들이라고 거짓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솔로몬 임금은 칼로 살아 있는 아이를 둘로 갈라 반쪽씩 두 여성에게 나누어 주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이에 살아있는 아이의 진정한 어머니인 그 여성은 자기 아들을 죽일 수 없다면서 자기 아들을 차라리 다른 여성에게 주고 제발 죽이지만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솔로몬은 살아있는 아이의 진정한 어머니를 알아보고 그 아이를 진정한 어머니에게 내어주도록 하는 올바른 판결을 하였다는 내용입니다. 솔로몬은 겉으로 나타나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진실되고 공명정대한 지혜로운 판결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미 아이를 데려다 놓은 현상 그 자체만을 존중하여 결론을 내고 판단하였다면 결코 솔로몬의 지혜로운 판결은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우리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법치주의의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부모의 일방이 다른 일방과의 협의나 법원의 결정 없이 자녀를 외국으로 데리고 나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 10. 21.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베트남에 방치되는 21세기 라이따이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법무부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 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의 부인이 한국에서 나은 아이를 베트남에 데려갔다가 혼자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외교당국에 2010년 5월 기준으로 63건 보고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가운데 당국이나 가족이 베트남 부인 또는 현지 보호자를 설득해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온 사례가 31건이었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들은 주로 결혼 생활 중 한국 남편이나 시부모와의 갈등문제로 자신이 낳은 아이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은 베트남 친정이나 지인에게 양육을 부탁한 뒤 홀로 한국에 입국해 취업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아이가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베트남에서 방치되는 실정이다.’라는 기사의 내용입니다.
이번 재판은 지난 2010년 10월 14일에 상고가 제기된 이후 2년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개최되는 재판입니다. 대법원의 보도 자료에 의하면 투명하고 열린 사법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대법원의 정책법원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는 취지에서 공개변론을 중개방송하기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계방송을 동반한 공개변론인 만큼 이번 공개변론과 중계방송을 통해 본 대법정에서는 1심과 2심 재판에서와는 달리 형사사법의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지혜로운 판결이 선고되어 우리나라에서 법치주의가 한층 더 고양되는 뜻깊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수고하셨습니다.
변호인께서 마무리 변론을 하시기 바랍니다.
○ 변호인 김용직
고교 시절 독일어 시간에 ‘엔데스 굳, 알레스 굿(Endes gud, Alles gud)‘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끝이 좋아야 만사 다 좋다’는 말로 지당한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혼의 과정을 보면 혼인 시작의 달콤할 때와는 달리 끝이 좋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더더군다나 양육문제까지 걸리면 더 어렵습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국제결혼인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이 사건은 아까 이미 변론을 통해서 말씀드린 대로 피고인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결론이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쉽게 처리하실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동안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국제결혼에 있어서 이혼 시에 양육문제와 관련해서 사회적 준칙을 마련하기 위해서 구두변론까지 허용해 주신 대법원장님과 대법관님들께 먼저 경의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저희는 이 사건 결론과 그렇게 준칙을 만든 것과 관련해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세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아까 대법원장님께서 저에게 물어보신 말씀입니다마는, 인륜과 가정사에 관한 한 사법이 소극적으로 관여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옐리네크가 ‘법이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말했습니다마는, 정말 법의 잣대를 댈 때가 있고 안 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치주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게 형식적 법치주의인지, 실질적 법치주의인지, 냉정히 한번 살펴봐야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아동탈취에 관한 헤이그조약이, 아까 오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형사 처벌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렇게 좋은 조약이라면 우리가 왜 그렇게 늦게 가입했겠습니까? 그 조약 자체는 선진국부터 먼저 가입하게 마련입니다. 상대적으로 베트남이나 지금 문제가 되고 이런 데는 아직도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방 당사자의 협의 없이 아이를 옮길 경우에 원래 있던 데로 되돌려야 된다는 것 때문에 그것이 사전적으로 제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후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또 인륜적인 문제도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조약에 의해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이 지고지순의 최고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참고는 되겠지만 그것이 최고의 방법은 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지금 더더군다나 베트남은 그 조약에 가입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더더군다나 논의할 수도 없다고 생각되고, 아까도 말씀드린 대로 형사벌은 최후로 관여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형사적인 문제와 좀 관련이 되는 문제입니다마는, 이 사건은 법적인 문제보다 사회가 먼저 소수자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대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야 되는, 그것을 갖다가 일깨워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2년간 대한변협의 인권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산하 소위원회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던 소위원회가 장애인권소위원회와 함께 이주외국인인권소위원회였습니다. 그것은 그 소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들이 열심이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분야에 문제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장애와 관련해서는 지난번에 스페셜올림픽을 통해서도 많은 인식개선이 있었습니다마는 이주외국인과 관련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이 판결을 계기로 많은 인식개선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지금까지 대법원 판결도 아까 말씀드린 판결에서도 일방 감호자가 타방 감호자의 감호권을 침해하는 경우, 이런 식으로 해서 요건을 그렇게 말씀들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양육권의 문제로서 지금 다뤄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보호법익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미성년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해야 됩니다. 이것은 양육권이 아니라 양육의무입니다. ‘누가 양육을 어떻게 잘해야 될 것인지’ 그 점에서 살펴봐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이 사건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 사건은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를 데리고 외관상으로는 친정으로 간 사건입니다. 단순히 외관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모성이 반영된 자연스럽게 행위입니다. 이 행위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한다는 것은 오히려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변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판장 대법원장
수고하셨습니다.
이상으로 오늘 정해진 절차는 모두 마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경청해 주신 검사, 변호인, 방청인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법원에서는 지금까지 제출된 모든 증거자료와 오늘 변론을 바탕으로 해서 가장 최선의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판결선고기일은 추후에 정해서 따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오늘 절차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