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2015년 11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부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먼저 민사판결입니다.
2012다114776호, 원고 ○○○ 외 네 사람, 피고 목동제일시장재건축정비사업조합.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7조에 따라 토지 등의 소유자에 대해서 현금청산을 할 때 그 소유자가 이미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를 다 해 주었고 다만 근저당권설정등기만을 말소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 재건축조합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할 때까지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청산금의 범위가 청산금 전액인지 아니면 그 일부인지에 관한 사항입니다.
토지 등 소유자가 재건축건물을 분양받지 아니하여서 구 도시정비법 제47조에 따라 그가 제공한 토지 등을 현금으로 청산하는 경우에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조합의 청산금 지급의무와 토지 등 소유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고, 이때 토지 등의 소유자는 저당권 등의 권리제한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이전해야 합니다.
다만 토지 등의 소유자가 이미 소유권이전등기와 인도를 모두 마쳤고 다만 근저당권설정등기만을 말소하지 아니한 경우에 현금청산을 하는 재건축조합이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와의 동시이행을 주장하여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청산금의 범위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되는 근거가 공평의 관념에 있음을 비추어서 그 취지에 부합하도록 신의칙에 따라서 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구 도시정비법 제47조는 재건축조합의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일정한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해서는 그 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재건축조합과 사이에 토지 등을 현금으로 청산받아야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토지 등 소유자는 통상적인 계약체결과정과는 달리 재건축조합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그 근저당권을 재건축조합에 인수시키는 내용으로 계약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의무를 부담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반면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인도까지 받은 재건축조합은 이를 이용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이익을 누릴 수 있고 근저당권의 채권최고 범위 내에서 확정된 피담보채권을 변제하고 근저당권 소멸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언제까지라도 청산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아도 좋다고 보는 것은 현금청산에 기한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합니다.
나아가서 재건축조합은 사업수행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청산금 중에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토지소유자에게 지급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와 인도를 구함으로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토지 등 소유자가 소유권이전등기와 인도까지 마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만을 말소하지 아니한 경우에 재건축조합은 말소되지 아니한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나 그 범위 내에서 확정된 피담보채무액에 해당하는 청산금에 대해서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동시이행의 이념인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부합한다고 보입니다.
이와는 달리 이와 같은 경우에 재건축조합이 청산금 전부에 대해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9년 9월 10일 선고 2009다32850호, 32867호 판결은 오늘의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합니다.
이 사건은 구 도시정비법 47조에 따른 현금청산 대상자인 원고들이 사업시행자인 피고에 대해서 청산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하자 피고가 원고들 소유의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와의 동시이행을 주장하며 청산금 전액의 지급을 거절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될 때까지 피고가 청산금 전부에 대해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고 청산금 전부의 지급과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와의 동시이행을 명하는 한편 원고들의 지연손해금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에 동시이행을 주장하여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청산금의 액수는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또는 그 범위 내에서 확정된 피담보채무액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구 도시정비법 47조에 따른 현금청산관계에서 동시이행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합니다. 이 판결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습니다.
다음 특별사건 판결입니다.
2015두295 영업시간제한등처분취소, 원고, 피상고인, 롯데쇼핑 주식회사 외 다섯 명, 피고, 상고인,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청장 외 한 사람.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피고가 대규모점포 등을 운영하는 원고들에게 내린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이 위법한 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원심은 이 사건 처분에 여러 가지 위법 사유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개별적인 쟁점을 사유별로 나누어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먼저 피고들이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그 처분 근거인 구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정한 처분 대상을 오인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서 시장·군수·구청장이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의 규제를 할 수 있는 대상은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 등으로 제한됩니다. 그리고 구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서 모든 대규모점포는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등 여러 유형 중 하나로 개설 등록한 후에 영업하게 되는데 이러한 규정의 내용과 체계 등을 보면 이 사건 조항은 이와 같이 등록된 유형 구분을 전제로 해서 상품판매 장소와 용역제공 장소의 구분이 없이 대형마트로 등록된 점포를 일체로서 규제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대규모점포의 개설 등록은 행정처분으로서 해당 대규모점포가 어떠한 유형인지에 관하여도 그 효력을 미치게 되고 그 등록 내용이 변경되지 않는 이상 대규모점포 개설자에게 법률상 구속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어떤 영업장이 일단 대형마트로 개설 등록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개설 등록된 형식에 따라 대규모점포가 일체로서 이 사건 조항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지 그 대규모점포를 구성하는 개별 점포의 실질이 대형마트의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다시 살펴서 이 사건 조항의 규제 대상이 되는지를 가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 운영의 이 사건 대규모점포들은 그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으므로 그에 속한 개별 점포의 실질이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인지 여부 등을 따 살필 것 없이 모두 이 사건 조항에 정한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대규모점포의 개설 등록된 매장 전체, 즉 상품을 판매하는 장소와 용역을 제공하는 장소 모두를 대상으로 한 이 사건 처분에는 처분 대상을 오인한 위법이 없습니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조항의 규제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다음으로 피고들이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대규모점포 내의 임대매장의 임차인들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한지에 관해서도 보겠습니다.
구 유통산업발전법령에 따라서 대규모점포에 입점한 매장들은 일체로서 개설 등록이 되고 그 개설자에게는 대규모점포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일반적 권한이 부여됩니다. 그 규정 취지 등에 비추어볼 때 영업시간제한등처분의 대상인 대규모점포의 개설자의 직영매장 외에 임대매장이 병존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매장에 대해서 법령상 유지·관리 책임을 지는 개설자만이 처분 대상이 되고 임대매장의 임차인이 이와 별도로 처분상대방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점포 내에 임대매장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처분의 대상은 개설자인 원고들이기 때문에 의견청취 등의 절차도 원고들을 상대로 거치면 충분하고, 임차인들을 상대로 별도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이와 달리 임차인들에 대한 의견청취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위법이라고 본 원심판결에는 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들이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이 사건 관련 법령은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서 대형마트 등의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대형마트 등과 중소상인 등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와 같은 공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경제규제에 관한 입법입니다. 그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는 그 성질상 상대방인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적인 자유를 직접 제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규제는 이와 같이 서로 상반되는 공익과 사익과의 사이에 충돌을 수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의 효과는 단순히 처분상대방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종사하는 근로자, 그에 입점하여 임대매장을 운영하는 중소상인,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공·상인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대형마트를 상시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등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행정청이 다양한 공익과 사익의 요소들을 고려하였는지 여부, 규제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 증진의 실현 가능성과 규제에 따라 수반될 상대방의 불이익이 정당하고 객관적으로 비교·형량되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를 위한 경제규제 행정 영역에서는 규제의 시기를 놓쳐서 시장구조가 일단 왜곡되면 원상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중소사업자들이 중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으므로 장래의 규제효과가 불확실하다 해도 그에 대한 예측판단을 기초로 한 규제입법과 행정이 이루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 사건 조항도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가 일반적·통상적 시장상황 아래에서는 공익 목적 달성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규제입법에 해당하는 것이고, 행정청에 사실상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규제 수단의 선택재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청은 해당 지역 시장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이 사건 조항에 따른 규제가 전혀 실효성이 없다거나 불필요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은 대체로 유사한 내용의 규제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여러 사정이 있기 때문에 행정청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선택한 규제 수단의 실효성 등을 이유로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기록을 보면 피고 행정청들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앞서서 관련 이해당사자들에 대해서 의견청취 등 규제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절차를 거쳤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처분과 관련된 공익과 사익의 여러 요소들을 모두 실질적으로 고려하였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조항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서 그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할 뿐 아니라 이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도 큰 반면에 이 사건 처분의 내용상 이로 인해 원고들의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 등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규제 효과에 대한 일반적·통상적 예측판단과는 달리 특별히 피고들 관내에서만 그 선택된 규제수단이 불필요하다거나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습니다.
나아가서 원고들의 일부는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시장접근 제한금지 조항은 국가와, 조항에 이 사건 처분이 위반된다고 일부 원고는 주장하고 있습니다마는 그 조항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권리·의무를, 국가와 국가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를 설정하는 것이지 개인에 대해서 그 효력이 직접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협정위반을 이유로 사인의 개인이 처분을 취소,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협정위반이 처분의 독립된 취소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 있어 피고들이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의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거나, 해태하였거나 또 관련 이익의 비교·형량에 있어서 비례원칙을 위반하였거나 또 각 국제협정의 개별 조항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볼 사정은 없는 것으로 인정이 됩니다. 이와 달리,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이 됩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그 대형마트 내의 용역제공 장소가 이 사건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부분에 관하여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이 있고, 그 부분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이 사건 조항에 따른 규제 대상은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의 매장 중에 규제 목적과 직접 관련된 상품의 판매에 직접 제공되는 장소로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지원하는 용역제공 장소는 그 실질이 상품판매장소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은 규제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고들이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상품판매장소와 함께 이 사건 용역제공 장소까지 규제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위법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분리해서 취소해야 된다는 것이 반대의견의 요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서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합니다.
이상으로 오늘 판결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