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2015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부의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먼저 조세 사건에 관한 판결입니다.
2014두5514호 원고, 상고인, ○○○, 피고, 피상고인, 남양주세무서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형법상 뇌물과 같은 위법한 소득에 대하여는 비록 뇌물을 받은 자가 그 소득을 종국적으로 보유할 권리를 갖지 못하지만, 조세정의나 조세공평의 차원에서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영원히 누리게 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일단 과세대상으로 하고 사후에 그 위법소득이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환수됨으로써 현실적으로 그 경제적 이익이 상실되면 그때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서 이를 조정하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뇌물을 받은 자가 사후에 형사재판을 받아서 그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그때는 위법소득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상실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해서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한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납세의무 전제가 소멸된 이상 과세관청은 당초 사유를 가지고 과세처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할 것이기 때문에 다시 그러한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입니다.
과거 대법원 1998년 2월 27일 선고 97누19816호 판결 등은 이와 달리 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하여 형사사건에서 추징판결이 확정되어 집행된 경우에도 소득세법상 과세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으나 오늘 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합니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는 뇌물로 받은 8,800만 원에 대해서 그 후 형사재판에서 추징을 명하는 판결을 받고 이를 전액 납부하였습니다. 위 법리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에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는 그 전제를 잃게 되어서 더이상 과세처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가 추징금을 납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범죄행위에 대한 형벌의 결과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과세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소득세의 과세대상인 위법소득과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합니다.
다음 형사 재항고사건의 결정을 선고하겠습니다.
2011모1839, 준항고 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 준항고인 ○○○ 외 한 사람, 재항고인 검사.
주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현장에서의 저장매체 압수, 이미징 복제, 탐색·복제·출력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어느 단계까지 보장하여야 하는지 여부, 그리고 그 절차요건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그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로 옮겨서 이를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의 일환이기 때문에 그 과정 전체에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121조에서 규정하는 피압수자 측에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이미징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가 준수되어야 합니다. 만일 그 과정 중 어떤 단계에서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미리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그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서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단계의 압수·수색 처분은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혐의사실과 관련된 유관정보만을 복사·출력하였다 하더라도 적법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장에서의 저장매체 압수, 이미징, 탐색·복제 및 출력 행위 등 일련의 행위가 모두 맞추어져서 압수·수색이 종료된 이후에는 특정 단계 처분만을 취소하더라도 그 이후의 압수·수색을 저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고,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압수·수색의 결과물을 보유하도록 할 것인지만이 문제 될 따름입니다. 그러면 이런 경우에는 당해 압수·수색 과정 전체를 하나의 절차로 파악하여 그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이 압수·수색 절차 전체를 위법하게 할 정도의 중대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서 전체적으로 그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할 것인지 여부를 가려야 할 것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배임혐의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은 현장에서의 저장매체 압수, 이미징 방식으로 복제한 제1 처분, 하드디스크로 재복제한 제2 처분, 문서로 출력한 제3 처분의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제2, 3 처분은 배임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피압수자 측에 참여의 기회도 전혀 보장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현장에서의 저장매체 압수 및 제1 처분에는 별다른 위법이 없지만, 제2, 3 처분은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고 적법 절차를 위반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제2, 3 처분에 해당하는 전자정보의 복제·출력 과정은 증거물을 획득하는 압수·수색의 목적에 해당하는 중요한 과정인데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참여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점, 더구나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까지 출력한 점 등 위법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제1 처분까지의 압수·수색 과정이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이 사건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은 모두 취소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단계별로 제1·2·3 처분을 모두 취소한 원심의 판단은 비록 이유 설시에 부적절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결과에 있어서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가 있습니다. 그밖에 다른 재항고 이유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제1 처분에 관한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과 제1·2·3 처분에 관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 그리고 제1 처분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 의견이 일치되었고, 제1·2·3 처분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소영의 보충의견이 있고,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먼저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의 요지는 이 사건에서 위법한 제2·3 처분뿐만 아니라 적법한 제1 처분까지 취소한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지만 이는 다수의견처럼 제2, 3 처분의 중대한 위법으로 인하여 절차적으로 적법하였던 제1 처분까지 함께 취소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사건 영장에서 정한 압수의 목적 내지 필요성의 범위를 벗어나는 제1 처분의 결과물을 더 이상 수사기관이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유를 달리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제1·2·3 처분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의 요지는 저장매체에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이른바 유관정보와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무관정보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에 설령 절차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조치가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최종적으로 획득한 유관정보의 증거능력까지도 이를 부정할 수는 없고, 유관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부분을 취소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취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제1 처분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의 반대의견의 요지는 이 사건에서 제2 처분과 제3 처분은 압수·수색에 관한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압수·수색 절차 전체를 취소할 것은 아니고 적법하게 이루어진 제1 처분까지 소급하여 모두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1 처분은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해서 주문과 같이 결정을 합니다.
다음 역시 재항고사건의 결정 선고를 하겠습니다.
2013모2347호, 재정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재항고인 ○○○.
주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장이나 그 재항고 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장의 제출에 대해서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에서 정한 재소자에 대한 특칙이 준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형사소송절차에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는 법원에 도달하여야 제출의 효과가 발생하며, 각종 서류의 제출에 관해서 법정기간의 준수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당연히 해당 서류가 법원에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야 합니다.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도달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이 제출한 상소장에 대하여 상소의 제기기간이나 상소의 제기기간 내에 교도소장이나 구치소장 또는 그 직무를 대리한 자에게 이를 제출하는 때에 상소의 제기기간 내에 상소한 것으로 간주하는 특칙을 두고 있습니다만 이 특칙은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적용되고 또 준용되고 있을 뿐이며, 재정신청절차에 있어서도 별도의 준용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합니다.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이 법정기간의 준수에 대해서 도달주의 원칙을 정하고 그에 대한 예외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취지는 소송절차의 명확성, 안정성 그리고 신속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며, 재정신청절차에 대해서 이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재정신청절차는 고소·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판단을 구하는 절차로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여 공판절차가 진행되는 형사재판절차와는 다르고, 또한 고소·고발인인 재정신청인은 검사에 의하여 공소가 제기되어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과는 그 지위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이와 같은 형사소송법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 재정신청절차가 형사재판절차와 구별되는 특수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재정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나 그 재항고 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 대한 법정기간의 준수 여부는 도달주의 원칙에 따라 재항고장이나 즉시항고장이 법원에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거기에 재소자에 대한 특칙은 준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합니다.
이와는 달리 재정신청인이 재정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장 제출에 대해서 재소자 특칙이 준용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1년 12월 20일자 2011모1925 결정 등은 이 결정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합니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재정신청인은 2013년 10월 18일 원심법원의 재항고 기각결정을 송달받고, 같은 달 21일 전주교도소장에게 그 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장을 제출하여 일반우편으로 발송하였으며, 그 즉시항고장이 같은 달 29일 원심법원에 도달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재항고는 법정기간과 부가기간을 포함한 재항고 제기기간이 훨씬 지나서 재항고권이 소멸된 이후에 제기되었음이 명백하기 때문에 재항고 기각사유에 해당이 됩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권순일의 반대의견이 있습니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형사소송법이 재소자에 대한 특칙을 주어서 상소장 법원 도달주의의 예외를 인정한 취지는 재소자로서 교도소나 구치소에 구금되어 행동의 자유가 박탈되어 있는 사람에게 상소제기에 관한 편의를 제공하자는데 있으므로 재소자에 대한 특칙은 재소자인 재정신청인의 재항고장 제출에도 준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하고 주문과 같이 결정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형사공판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2015도2625호, 공직선거법위반 등, 피고인, 원세훈 외 두 사람, 상고인, 피고인들과 검사.
이 사건은 이유의 요지를 먼저 말씀드린 다음에 마지막으로 주문을 선고하겠습니다.
재판은 법정에서 어떤 사실을 인정하고 그 인정된 사실에 대해서 법을 적용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모든 재판은 제1단계로서 먼저 법을 적용할 대상의 사실관계를 확정하여야 하고, 그 확정된 사실을 전제로 법을 적용하는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됩니다.
이 사건의 주요쟁점은 이러한 재판의 논리적 판단순서에 따라서 크게 제1단계에 속한 사항, 즉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사항과 그다음 단계, 즉 증거에 의해서 인정된 사실이 정치관여행위 또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실체에 관한 사항으로 나누어집니다.
증거능력에 관한 부분은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행한 것이라고 검사가 주장하는 인터넷 게시글, 댓글, 찬반 클릭 작성 행위, 그리고 트위터 계정을 통한 트윗글과 리트윗글 작성 행위 등 이른바 사이버 활동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실체에 관한 부분은 적법한 증거에 의해서 인정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을 대상으로 그것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거나 선거에 관련된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사이버 활동이 피고인들의 정치관여의사 또는 선거운동의 의사 아래 이루어진 것인지를 살피는 문제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실체에 관한 판단은 사실관계, 즉 심리전단 직원들이 행한 사이버 활동의 범위가 확정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먼저 증거능력에 관한 쟁점판단이 선행된 다음에 그 결과에 따라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나머지 쟁점에 대한 판단이 이어지게 되겠습니다.
먼저 증거능력에 관한 쟁점을 보겠습니다.
우선 검사와 피고인들이 증거능력에 관하여 다투는 증거들 중에 첫째, 심리전단 직원 ○○○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발견된 전자정보인 메모장 텍스트파일과 이를 기초로 취득한 증거, 둘째, ○○○으로부터 압수한 업무용 휴대전화에서 취득한 증거, 셋째, 주식회사 와이즈넛으로부터 임의제출받은 트위터 정보와 이를 기초로 취득한 증거, 넷째, 제1심 법원의 사실조회에 따라서 주식회사 다음소프트가 제출한 트위트 관련 증거에 대한 원심의 증거능력 유무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인정이 되고 거기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심리전단 직원 XXX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텍스트파일 형식의 이 사건 425지논 파일, 그리고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원심은 시큐리티 파일에 기재된 269개의 트위터 계정을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하였다고 인정한 다음에 이를 기초로 다시 422개의 트윗덱 연결계정을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계정이라고 인정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판단 하에 원심은 검사가 주장한 1,157개 트위터 계정 중에서 합계 716개 계정이 심리전단 직원들에 의해서 사용·관리된 계정이라고 판단하고 이 716개 계정에서 작성된 합계 274,800회의 트윗글과 리트윗글을 심리전단 직원들이 행한 사이버 활동 범위로 확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판단에서 알 수 있듯이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은 원심에서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트위터 계정의 수와 그에 따른 트윗글, 리트윗글의 범위에 관한 사실인정을 좌우한 핵심적인 증거로 채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파일은 형사소송법상 이른바 전문적 증거에 속하는 것입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무죄추정의 대원칙 아래에서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능력에 관해서 매우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고 그 하나로 전문증거에 대하여는 원작성자가 법정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만 증거능력을 부여하면서 예외적으로 그 증거가 형사소송법 제315조 각 호에 해당하는 문서인 때에 한하여 원진술자의 진술 없이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XXX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이 두 파일이 작성자의 진술에 의해서 진정성립이 인정되지는 않지만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 그리고 제3호에 해당하는 문서이므로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과연 이 두 파일이 그 조문에 의해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법리를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제315조는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서류에 관해서 ‘다음에 게기한 서류는 증거로 할 수 있다. 1.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 공정증서등본 기타 공무원 또는 외국공무원의 직무상 증명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작성한 문서, 2. 상업장부,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 3.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서 작성된 문서’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15조 2호에서 말하는 상업장부나 항해일지, 진료일지 또는 이와 유사한 금전출납부 등은 작성자에게 맡겨진 사무처리내역을 그때그때 계속적, 기계적, 반복적으로 기재한 문서로서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극히 적고 사무처리내역을 증명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그 문서의 성질상 고도의 신용성이 있기 때문에 그 작성자를 불러보아도 문서 자체를 제출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이러한 문서에 대해서는 당연히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취지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문서가 형사소송법 제315조 2호가 정하는 업무상 통상문서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문서가 정규적,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활동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여부, 당해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일상적인 업무관행, 또는 직무상 강제되는 것인지 여부, 당해 문서에 기재된 정보가 그 취득된 즉시 또는 그 직후에 이루어져서 정확성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당해 문서의 기록이 비교적 기계적으로 행하여지는 것이어서 그 기록 과정에서 기록자의 주관적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15조 3호에서 규정한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라는 것은 같은 조 1호, 2호의 공권적 증명문서나 업무상 통상문서에 준하여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 여부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리를 전제를 두 증거가 원심설시와 같이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425지논 파일 내용을 보면, 그 내용 중에 상당 부분은 출처를 명확하게 알기도 어려운 매우 단편적이고 조악한 형태의 언론기사 일부분과 트윗글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큐리티 파일 내용 중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트위트 계정은 그 증거의 근원이나 기재경위와 정황이 불문명하고, 그러한 기재가 정보취득 당시나 또는 그 직후에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작성한 것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또한 이 두 파일이 그 작성자의 업무수행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된 것인지 알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심리전단 직원들의 이메일 계정에서는 그 두 파일과 같은 형태의 문서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정은 위 두 파일이 심리전단 활동을 위해서 관행적 또는 통상적으로 작성되는 문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 두 파일은 업무와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필요하여 수집·기재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여행, 취업 등 신변잡기적인 정보, 격언,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경조사일정 등도 포함되어 있으며, 그 양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 두 파일이 과연 업무를 위한 목적으로만 작성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그 내용도 어떤 질서가 없이 이리저리 나열되어 있을 뿐이어서 매우 애매하고 의미를 알아차리기도 어려운 그러한 방식으로 트위터 계정을 모아놓았으며, 그러한 것이 업무상 왜 필요했는지 이유나 또 그 작성자의 심리전 활동내용 등에 관한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고도의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두 파일이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 또는 제3호의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문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이를 결정적, 핵심적 증거로 삼아서 시큐리티 파일에 기재된 269개의 트위터 계정과 이를 기초로 한 422개의 트윗덱 연결계정을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이라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315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 이유 주장은 정당합니다.
그밖에 상고이유로 다투고 있는 부분, 즉 이 사건 공소사실 사이버 활동의 다른 한 축인 2,125회에 걸친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의 작성과 1,214회에 걸친 찬판 클릭 행위가 모두 심리전단 직원들에 의해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입니다. 또 트윗덱 연결계정 및 트위터피드 연결계정의 인정 여부, 그리고 트윗글 및 리트윗글에 관한 공소사실은 특정 여부, 공소장 변경의 적법 여부 등에 한 원심의 판단도 모두 정당하다고 인정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 종국적으로 판단되어야 될 사건은 공소제기된 사이버 활동이 정치관여행위나 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한 실체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에 관한 판단을 하려면 제1단계로 먼저 공소사실 기재 사이버활동 중에 심리전단 직원들이 행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이버 활동의 범위가 확정되어야 하는데 그에 관해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는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인됨으로써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이버 활동에 관한 사실인정 중에 인터넷 게시글, 댓글 및 찬반 클릭 작성 행위에 관한 부분은 남아있지만 트윗 및 리트윗에 의한 또다른 사이버 활동의 범위는 향후 검사와 피고인들의 주장과 증명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법 적용의 대상이 되는 사실은 전체적으로 아직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입니다.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심에서 확정된 사실을 전제로 법 적용의 잘잘못을 가릴 뿐 사실심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이와 같이 사실이 확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법률심인 상고심으로서는 사이버 활동이 정치관여행위 및 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실체에 관한 원심판단의 당부를 살필 수는 없고 다만 원심으로 하여금 적법한 증거에 의해서 사이버 활동의 범위를 다시 확정하여 이를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서 파기환송하는 데 그쳐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다음과 같은 주문에 의해서 판결을 선고합니다.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판결에는 관여 법관 전원의 견해가 일치하였습니다.
이상으로 오늘의 판결선고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