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2017년 3월 23일 대법원 전원합의부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먼저 2015다248342호, 주주총회결의 취소.
원고, 상고인, ○○○, 피고, 피상고인, 신일산업 주식회사, 피고보조참가인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에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상법은 주주명부제도를 두어서 회사가 주식을 발행할 때 주주명부에 주주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하도록 하고, 주식의 이전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하지 아니하면 회사에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법이 주주명부제도를 둔 이유는 주식회사에서는 주식의 발행 및 양도에 따라 주주가 계속 변동하므로 회사가 다수의 주주와 관련된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형식적이고도 획일적인 기준에 의하여 처리하게 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의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려는 자가 타인의 이름을 빌려서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도하고 그 타인 이름으로 주주명부에 등재한다 해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주주명부상의 주주만이 주주로서 의결권 등 주주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가 있습니다. 주주명부상의 주주만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는 주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 때문에 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에 기재된 자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하거나 주주명부에 기재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상법은 회사가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주주명부에 주주의 성명과 주소 등을 기재한 후에 이를 회사의 본점에 비치하여 주주와 회사 채권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에 관해서 주주권을 행사할 자를 확정하여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하여 비치·열람함으로써 해당 주주는 물론이고 회사 스스로도 이에 구속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주식양도일 경우에는 회사 스스로 주주명부의 기재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주명부의 명의개서에 대항력을 인정함으로써 주식양도에 있어서도 일관되게 회사에 대한 구속력을 인정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상법 제3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대항력에는 회사도 주주명부에의 기재에 구속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만일 회사가 실체적인 권리관계를 들어서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하고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사람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도 있다고 보게 된다면 주주권 행사자를 획일적으로 확정하고자 하는 상법상 주주명부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고,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와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주식인수인이나 양수인 중에 누구에게 권리행사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 선택권을 가지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상 주주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인수인이나 양수인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으며,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탁결제원에 예탁된 상장주식 등에 관하여 작성된 실질주주명부에의 기재는 주주명부에의 기재와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이 경우 실질주주명부상 주주는 주주명부상 주주와 동일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가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타인의 이름을 빌려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고 그 대금을 납입한 경우에 그 타인 명의로 주주명부에 기재까지 마쳐도 실질상의 주주인 명의차용인만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75. 9. 23. 선고 74다804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합니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증권회사에 개설된 원고 명의의 증권계좌를 이용하여 피고가 발행한 주식을 장내매수한 후에 실질주주명부에의 기재까지 마친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법리에 의하면은 설령 □□□가 원고의 승낙을 얻어서 원고 명의로 피고 발행이 주식을 매수하고 실제로 그 주식대금을 모두 부담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주주명부상 주주인 원고는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권한을 가지므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주주총회결의 무효확인, 부존재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자격이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 명의 주식의 취득자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로서 원고에게 독자적으로 피고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주주명부상 주주의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박병대, 김소영, 권순일,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병대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별개의견의 요지는 원고는 주주명부상 주주로서 유가증권에서 상장증권인 피고 회사의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매수하였는데 상장회사의 발행주식을 취득하려는 자는 증권회사에 금융실명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서 매매거래계좌를 개설하고 증권매매거래를 위탁하여야 하고, 증권회사가 증권시장에서 거래소를 통하여 매수한 주식은 계좌명의인의 매매거래계좌에 입고되어 위탁자인 고객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그 주식의 취득자금을 제공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매매거래계좌 명의인인 원고가 주주가 되고 피고는 원고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다는 취지로서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과 파기의견의 결론을 같이 하기는 하지만 그 논리를 달리한다는 것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해서 주문과 같이 판결합니다.
다음 2016다251215호, 이사 및 감사 지위 확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신일산업 주식회사.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주식회사에서 이사 또는 감사의 지위 취득에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피선임자의 동의 외에 별도로 임용계약의 체결이 필요한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상법은 주주총회 권한에 관해서 주주총회는 본법 또는 정관에 관한 사항에 한하여 결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이사·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법 규정의 취지는 주주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유일한 통로인 주주총회에 이사·감사의 선임권한을 전속적으로 부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사·감사의 지위가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와 별도로 대표이사와 사이에 임용계약이 체결되어야만 비로소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이사·감사의 선임을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으로 규정하여 주주들의 단체적 의사결정사항으로 정한 상법의 취지에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사나 감사의 지위는 단체법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이사나 감사로 선임된 사람과 대표이사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에 기초한 것은 아닙니다. 상법상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며 회사의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기는 하지만 대표이사의 권한에 이사나 감사의 선임권한이 포함되지 않고 있음은 법문상 분명합니다.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결의는 주주들이 경영진을 교체하는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사선임결의에도 불구하고 퇴임하는 대표이사가 임용계약의 청약을 하지 아니한 이상 이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보게 되면 주주로서는 효과적인 구제책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한 주주총회의 감사선임결의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가 임용계약의 청약을 하지 아니하여 감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하면 상법이 감사선임에 관하여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취지가 몰각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이사나 감사를 선임하는 경우에 그 선임결의와 피선임자의 승낙만 있으면 피선임자는 대표이사와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사나 감사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와는 달리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에 따라 회사의 대표기관이 임용계약의 청약을 하고 피선임자가 이에 승낙을 함으로써 비로소 피선임자가 이사나 감사의 지위에 취임하여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의 종래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1440 판결 등은 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합니다.
원심판결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주주총회에서 ◇◇◇를 사내이사로, 원고를 감사로 선임하기로 하는 결의를 하였고, ◇◇◇와 원고는 피고 회사에게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이사 또는 감사 임용계약의 체결을 요구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법리에 의하면 피고의 주주총회에서 ◇◇◇와 원고를 피고의 사내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있었고, ◇◇◇와 원고가 피고에게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사내이사 또는 감사 임용계약의 체결을 요구함으로써 피고의 사내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되는 데에 승낙하였음이 분명한 이상 그들은 피고의 대표이사와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의 사내이사나 감사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의 주주총회에서 원고를 감사로 선임하는 결의만 있었을 뿐 피고와의 사이에 아직 임용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피고의 감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주식회사 감사의 지위취득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해서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 바입니다.
이상으로 오늘 판결선고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