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대법원장
2017년 2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부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2015도16014호, 의료법위반, 피고인 ○○○, 상고인은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료법의 위임 없이 대통령령인 의료법시행령만으로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자격과 수를 규정하는 경우에 그 시행령이 정한 배치기준을 준수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법률의 시행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모법인 법률의 위임 없이 개인의 권리 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고, 특히 형사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법률의 명시적 위임 범위를 벗어나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효라고 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90조에서 41조에 위반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지도 아니합니다. 그런데도 의료법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 등의 배치기준을 임의로 규정하여 이를 위반하면 의료법 90조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되도록 형사처벌의 대상을 신설 또는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의료법시행령 제18조 1항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입니다. 원심의 판단은 이러한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습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이상훈, 김용덕의 별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별개의견의 요지는 의료법시행령 제18조 1항은 당직의료인 제도를 시행하거나 집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침이나 준칙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그 시행령 조항을 무효라고 단정할 것까지는 없고, 다만 의료법시행령 18조 1항이 의료법의 구체적 위임을 받지 아니한 이상 의료법 제41조와 결합하여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될 수는 없어 이를 위반하였다 하여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결론은 다수의견과 동일하다는 취지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해서 주문과 같이 판결합니다.
다음 2016도13362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 상고인은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기죄는 피기망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따른 처분행위로 재산이 이전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피고인이 토지소유자인 피해자들에게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거짓말하여 그 내용을 모르는 피해자들로부터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을 받은 후에 이를 이용해서 타인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는 경우에 사기죄에서 말하는 피해자들의 처분행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종래 대법원은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라고 하는 것은 주관적으로 피기망자에게 처분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 처분의사에는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 피기망자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닌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 행위 등은 처분행위가 될 수가 없으니 이 점에서 처분의사는 처분행위의 주관적 요소라고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처분행위의 법적 의미나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피기망자의 주관적 인식과 실제로 초래되는 결과가 일치되지 않은 것은 사기죄의 본질적 속성상 오히려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기죄의 처분의사에는 반드시 그 행위가 가지고 오는 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요한다고 볼 것은 아닙니다.
사기죄의 성립요소로써 착오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은 인식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처분행위의 동기에 관한 것이든 처분행위 자체에 관한 것이든 제한이 없습니다. 따라서 피기망자가 기망 당한 결과 자신의 행위가 초래하는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착오 상태에서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 행위를 하기에 이르렀다면 피기망자의 처분행위가 그에 상응하는 처분의사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사기죄에서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갖는 기능은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존재한다는 객관적 측면에 상응하여 이를 주관적 측면에서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처분행위라고 평가되는 어떤 행위를 피해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사기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고, 반드시 그 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사기죄에서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7년 10월 26일 선고 87도1042호 판결 등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합니다.
이와 같은 법리에 의하면 피기망자가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날인 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 자체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고 할 것입니다.
원심판결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피고인 등의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결과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인 것으로 잘못 알고 처분문서인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 행위를 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 기망에 의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할 것입니다.
원심은 피해자들에게 그 소유 토지에 관해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서 피해자들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이 부분 사기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이상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이상훈, 김용덕,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의 반대의견이 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병대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창석, 권순일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신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 박상옥의 보충의견,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이 각 있습니다.
그중에서 반대의견의 요지는 절도죄와 구분되는 사기죄의 본질에 비추어서 처분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이 사건과 같이 처분문서에 대한 서명을 사취한 경우에는 피기망자에게 그와 같은 내용의 문서를 작성한다는 내심의 의사가 전혀 없어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으므로 처분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으로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해서 주문과 같이 판결합니다.
이상 오늘 판결선고를 전부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