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글]수원 법원 미술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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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은 지난 2월 광교호수공원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자리 잡은 수원법원종합청사로 이전했다. 1984년 초호화 청사라는 명성을 얻으며 둥지를 틀었던 원천동 법원을 떠나 조금 아쉽긴 하지만, 역세권에 아름다운 전망과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사무실을 이용하게 되어 행복한 나날이다.
무엇보다 청사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작품들을 보자니 여기가 법원인가 미술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스트레스가 한결 덜하다. 그래서 수원법원의 자랑 법원미술관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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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정(正) · 반(反) · 합(合) - 작가 안필연

정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마주할 수 있는 대표 조형물이 「정·반·합」이다. 유리조각을 이어 붙여 세운 세 개의 직육면체는 견제와 균형을 의미하고 지면에서 들려 고착되지 않고 열린 생각을 갖자는 뜻도 있다. 저녁이 되면 빨강, 초록, 파랑의 빛을 발산하는데 자신을 태워 세상에 밝음을 선물하는 것이라 한다. 불 들어온 정·반·합은 광교호수공원의 빛 풍선과 어울려 세련된 법원의 모습을 뽐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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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 inside red-red sun,
    Blue inside blue-true blue - 작가 김지아나

1층 현관 양쪽의 높은 벽에 설치된 이 작품은 얼핏 보면 종이를 잘라서 붙인 것으로 보이지만, 흙으로 된 도자기를 하나하나 붙인 것이다. 인간의 기쁨, 아픔, 그리움, 슬픔 등의 감정을 상징하는 도자기 조각을 의미 있게 배열하여 법원에 오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태극을 상징하는 빨강과 파랑에 넣은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은 상생과 조화의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 법원에 오는 사람들에게 화합과 융화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다. 법원에 오면 현관에서 꼭 고개를 들어 이 작품을 감상해주세요. 사실 말 안하면 모르는 위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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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People 1986 - 작가 이응노
   오대산 등대봉 - 작가 민정기

3층 식당 앞에서 만날 수 있는 고암 이응노의 「People 1986」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다. 작품 하단의 ‘반핵, 반전, 반독재, 인류평화 무도장’이란 글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여 기쁨의 춤을 추고 싶다는 작가의 꿈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수원법원에도 평화가 실현되어 찾는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춤을 추고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1층 복도에 있는 민정기 작가의 「오대산 등대봉」은 오대산 비로봉에 있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에서 바라본 풍경을 그린 것이다. 산맥의 변화와 균형을 갖춘 등대봉의 모습에서 우리 법원의 뒷산과 같은 느낌이 난다. 오대산을 올랐던 분들에게는 그날의 고생과 감동이 전해질 것도 같다. 민정기 화백은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판문점 로비에 걸려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작품 ‘북한산’의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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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생명의 노래-카리브 - 작가 김병종
    Sea of my mind - 작가 오병욱

민원인들이 주로 드나드는 후문으로 들어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 김병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생명을 노래하는 화가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답게 제목도 「생명의 노래-카리브」이다. 여행을 통해 매료된 남미 카리브해의 물색을 표현한 이 작품은 다크블루와 옥색이 뒤섞여 쉼 없이 변하는 카리브해에서 여러 생명체가 노래하는 모습인 것 같다. 법원에 들어서면 보이는 첫 작품이니만큼 생동감 있는 법원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 같아 볼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후문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은 산 속에서 바다를 그리는 작가 오병욱의 「내 마음의 바다」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시 청와대 방명록 작성의 배경이 되어 유명해진 작가의 바다 시리즈는 수평적이고 옆으로 넓어지는 바닷물과 파도를 실제로 보지 않고 마음속으로 상상하여 추상화한 작품이다. 바다를 연상만 하면 파도는 보는 이의 가슴에서 출렁일 것이라는 작가의 멘트가 볼 때마다 떠오른다. 수원 법원에 오면 두 작품들을 통해 여러분이 상상하는 멋진 바다를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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➎ 화성의 가을(공심돈과 화서문) - 작가 오용길
    꽃과 당나귀 - 작가 사석원

정문에 들어서면 곧바로 마주하는 작품이 「화성의 가을」과 「꽃과 당나귀」다. 왼쪽의 화성의 가을은 수원의 상징인 화성의 공심돈과 화서문을 묘사한 것으로 여기가 수원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수묵담채화인 이 작품은 먹의 청담함과 노란 안료가 어우러져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보인다. 오른쪽의 꽃과 당나귀는 동물 그리는 화가로 잘 알려진 사석원 작가의 작품이다. 꽃을 한아름 싣고 어딘가로 가는 당나귀를 표현했다고 하는데, 짐이 꽃이어서 그런지 마냥 힘들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당나귀’는 맨날 일만 하는 법원직원들을, ‘꽃’은 휴식과 같은 선물을 각각 의미한다고 보이기도 한다(김주현 수원고등법원장님의 해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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➏ 人代操天權 無罔知競畏 - 작가 이돈흥
    봄의 나르시시즘 - 작가 박제성

정문으로 들어오면 서예의 대가 학정 이돈흥 선생의 휘호와 나비를 담은 작품도 만나게 된다. 휘호는 “사람에게 하늘의 권한을 대신하여 잡게 했으니 삼가고 두려워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다(그냥 보면 읽기도 어렵다). 매일 이 통로를 드나드는 법관들에게 하늘의 권한을 다룬다는 초심을 되새기게 하는 의미가 있는 듯하다. 봄의 나르시시즘은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상적인 형태가 가지는 절대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봄의 아름다움 때문에 보는 사람이 보고 있는 것에 포착된다는 봄의 나르시시즘(자기애)처럼 수원법원가족들 모두 자기 스스로를 건강하게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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➐ 세상이 다 보이네 - 작가 한진섭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수원법원의 마스코트가 된 귀여운 호랑이다. 「세상이 다 보이네」라는 작품명에서 보듯 담벼락에 올라 세상의 악하고 나쁜 모든 것을 미리 보고 막아 정의와 평화를 지키려하는 착한 호랑이다. 그런데 호랑이라 하기엔 너무 귀여운 표정이고(특히 밤엔 웃기까지 한다) 꼬리는 너무 통통해서 “너구리 옷을 덮어쓴 고양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리고 담벼락을 오르기 위해 걸친 팔이 너무 아플 것 같다는 감상평도 있다. 작가도 인정하듯 세상의 정의를 보기 위해 밑에서는 기를 쓰고 버티는 법원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어 재밌지만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나가다 만나면 오늘도 애쓴다고 해주세요.

지금까지 수원 법원미술관의 대표 작품들만 소개해봤다. 청사 곳곳에는 훨씬 다양한 작품들이 많다. 멋진 작품들을 보면서 지난해 좋은 작품을 배치하기 위해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애써주신 윤준 수원법원장님, 김승표 수석부장님을 비롯한 미술품선정위원회의 노고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신청사에 온 지 이제 갓 두 달이 지났지만 작품마다 이야기가 계속해서 쌓이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법원가족 여러분 수원 법원미술관에 관람 오세요!

 

글. 이정우 판사(수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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