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달갑지 않은 손님

건강칼럼

겨울철 달갑지 않은 손님 _독감

2018.02.06

희망찬 무술년 새해, 그러나 겨울철이면 우리나라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독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매년 겨울철이면 우리를

괴롭히는 독감을 예방하고 유행을 막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독감과 감기의 차이

최근 병원마다 대기실이 감기와 독감 환자들로 시끌벅적하다. 요즘은 감기와 독감이 다른 병이라는 사실 정도는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지만 아직도 감기와 독감을 혼동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진료실에선 감기가 의심되는 환자들에게는 독감예방접종을 했는데 감기가 왜 걸렸냐며 따지는가 하면, 독감이 의심되는 환자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막무가내로 감기약만 처방해달라며 독감검사를 거부하며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

감기는 200여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이다. 따라서 현재 감기에 대한 예방접종은 없으며 독감에 대한 예방접종은 매년 10월부터 12월에 걸쳐 시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달리 독감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며 3~4일 지속되는 고열, 오한과 더불어 극심한 근육통을 동반한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자 구조나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크게 A형, B형, C형 3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A형과 B형이다. A형은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데이즈(N)라는 단백질에 따라 다시 여러 종류로 나뉘며 H의 종류는 16가지, N의 종류는 9가지이다. 이들의 조합으로 A형 바이러스는 144개를 만들 수 있지만(예를 들면, H1N1, H3N2 등), 이 가운데 H1, H2, H3와 N1, N2만이 사람의 독감과 관련이 있다. B형은 최초 검출된 지역의 이름을 딴 빅토리아형과 야마가타형 2가지가 있다. 보통 12월에서 1월에 A형 독감이 유행하고 2~3월에 B형이 유행하나 올해는 초겨울부터 A형과 B형이 같이 유행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그해 북반구에 유행할 독감바이러스를 전년 겨울을 겪었던 남반구의 유행 추이를 반영하여 5월경 예상하여 발표한다. 올해 예상한 바이러스로 A형은 H1N1과 H3N2, B형은 빅토리아형이며 이를 기준으로 백신회사는 독감 예방주사를 생산한다. 올해 예방접종 시 3가 혹은 4가 백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3가 백신은 A형 두 가지(H1N1과 H3N2)와 B형에서 빅토리아형을 포함한 3가지 유형에 대한 백신이며 4가 백신은 3가 백신에 B형의 야마가타형까지 4가지 유형을 포함한 백신이다. 올해 독감이 유행한 이유가 B형의 야마가타 계열이 주로 유행하여 3가 백신을 맞은 사람은 독감 예방 효과가 미미하였다는 추측이 있다.

독감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한 행동

첫째, 독감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예방접종이 오히려 병을 부른다’라는 선정적 제목의 책들이 서점가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독감백신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안정성을 이미 입증한 약물이다. 그러나 독감백신은 누구나 손쉽게 접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그 효과를 부정하고 이를 선동하는 것이 마치 위대한 일을 하는 것으로 포장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능하면 고령, 유아, 만성질환자들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둘째, 기침 에티켓과 개인위생을 지키는 것이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상대방을 향하여 기침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기침은 옷소매 위쪽이나 휴지를 이용하여 입과 코를 가리고 해야 한다. 손으로 이용하여 입을 가리고 하는 기침은 잘못된 것이다. 기침이 나거나 열이 나면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런 기침 에티켓이 메르스 사태 당시 홍보가 많이 되어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어느새 다시 무감각한 상태로 돌아간 듯하다. 외출 후엔 자주 비누칠을 해서 손을 20초 이상 깨끗이 씻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독감에 걸린 사람은 나만 걸린 것이 억울한 듯이 행동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독감 때문에 결석한다고 학원비를 환불해 주는 것도 아닌데 돈 아까워서라도 학원을 보내겠다고 우기는 학부모들도 있다. 대기실에 독감의심 환자들에게 병원에서 구입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누어 주면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면 답답하다고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거칠게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독감유행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 독감에 걸린 사람은 주변 동료들에게 독감이 전염되지 않도록 기침 에티켓과 개인위생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또한 주변 동료들은 독감에 걸린 사림들이 마음 편히 자가 격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독감은 2~3월까지는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작지만 소중한 매너 있는 행동이 필요한 오늘이다.

글 윤창옥(윤창옥 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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