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 이슈] 전지적 ‘나’ 중심 시점 나나랜드

트렌드에 주목하라

2019.09.04

전지적 ‘나’ 중심 시점

나나랜드

글. 이경석(칼럼니스트)

1인 가구가 급속하게 늘면서 ‘나나랜더’가 늘고 있다. 그들은 기성품 대신 개인맞춤형 제품을 선호하고, 스몰 럭셔리 소비를 즐기며 자신만의 세상을 형성해나간다. 나나랜드에 사는 그들은 누구일까?

나나랜드의 탄생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문화 및 소비 트렌드도 변화했다. 혼밥, 혼술은 기본이고,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여(혼자 여행가기) 등 혼자 무엇인가를 하길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혼족’이 급증한 것이다. 이와 함께 ‘나나랜드’라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나나랜드란 사회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나만의 기준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트렌드를 일컫는 신조어다. 「트렌드 코리아 2019」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저서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생긴 이러한 트렌드를 이렇게 표현했다. ‘나나랜드’란 표현은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에서 차용한 신조어다. <라라랜드>가 꿈꾸는 이들의 도시라면, 나나랜드는 진정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정착한 기회의 땅과 같은 개념이다. 나나랜드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 기준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며, 나나랜드에 사는 ‘나나랜더’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역시 ‘나’의 기준이라 믿는다.

‘나’답게 산다는 것

캐나다 출신의 모델 위니 할로우는 피부 색소가 결핍되는 백반증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도전, 슈퍼모델>이라는 모델 선발 프로그램에 당당히 도전해, 남들이 모델로서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부르는 백반증을 이겨내고 글로벌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모델은 날씬해야 한다는 편견을 부순 사람도 있다. 미국의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은 175cm에 80kg으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마른 모델은 아니지만, 친근하고 건강미 넘치는 몸매로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당당함을 통해 많은 모델이 꿈꾸는 글로벌 모델 에이전시 ‘발헬미나’에서 입지를 다졌다.

위 사례들은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의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는 나나랜드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나나랜더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를 이룬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이 성인이 되어 현재의 트렌드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는 뜻에서 새천년 세대로 불리기도 하며, 미국 타임지는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이들을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가 만든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작은 사치 즐기는 그들

나나랜더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나’라고 믿기 때문에 소비에서도 나름의 특징을 드러낸다. 기성품보다는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나나랜더를 잡기 위한 광고도 등장했다. 한 명품 브랜드는 고르지 않은 치아 배열을 가진 모델을 립스틱 광고 모델로 등장시켜, 일반적으로 정형화된 미의 기준과 상반되는 파격적인 광고를 제작했다.

이들은 목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만족감이 높은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소비 패턴을 보인다. ‘스몰 럭셔리’란 명품 자동차, 의류, 가방을 구매하는 대신 이와 같은 만족감을 얻기 위해 비교적 저가의 명품을 사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명품 립스틱, 명품 소형 가전, 고가의 식료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콘서트, 전시회, 원데이 클래스 등의 여가생활과 자기계발, 건강관리처럼 만족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험을 우선시한다. IT가 친숙한 나나랜더는 오프라인 구매보다는 온라인과 모바일 구매를 선호하며, SNS의 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나나랜드’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트렌드의 출현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때 타인에 대한 진정한 배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나랜드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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