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류 그대의 이름은] 작은 외침이 불러 온 기분 좋은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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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인류 그대의 이름은] 작은 외침이 불러 온 기분 좋은 나비효과 - 이종혁 교수

2020.10.07

이종혁교수

작은 외침이 불러 온 기분 좋은 나비효과

캠페인 디벨로퍼 이.종.혁. 교수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점차 주변으로 확산된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그 시작은 미약하였을지라도 많은 이의 공감과 실천이 더해지면서 어느새 창대한 바람을 일으킨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외침, 그 시작을 터주는 캠페인 디벨로퍼인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만나 그가 말하는 소통과 변화, 그것이 가져오는 우리 사회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글. 노초롱 + 사진. 이정도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라우드(LOUD) 프로젝트
6·25전쟁 70주년을 맞은 올해,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 122,609명의 헌신을 기억하고자 한 특별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종혁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배지 달기 캠페인은 광운대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이의 공감과 호응을 얻으며 번져나갔다.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이 배지는 태극기에서 건곤감리를 제외한 중앙 태극 문양만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참전용사의 유골함을 태극기로 감싼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유해 발굴 현장에서 수습된 참전 용사의 유해를 유골함에 담은 뒤 예우를 갖춰 태극기로 감쌌을 때 보이는 태극기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는 이종혁 교수.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그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에는 ‘군복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제안했고, 이후 진행한 도로명 주소판 위에 ‘조그만 태극기 붙이기’ 운동 또한 좋은 반응을 이끈 바 있다.
2012년 공공소통연구소를 세운 이종혁 교수는 라우드(LOUD)라는 명칭 아래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라우드(LOUD)는 ‘Look over Our society, Upgrade Daily life(우리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겨 일상을 업그레이드하자)’라는 의미를 담아 만든 것으로, 우리 사회와 일상에 필요한 크고 작은 캠페인을 제안하며 실천해 나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많은 활동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물론, 법으로 제도화하고 큰 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법만으로는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법과 같은 흐름 속에서 사회 규범이 지켜질 때 조금씩 변화가 시작됩니다. 질서를 지키자, 마스크를 쓰자고 하는 사회 규범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많은 갈등이 유발되는데, 그런 가치를 잘 발현시킬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공공소통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라우드 프로젝트는 사회 규범이 잘 지켜지도록, 그래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안한다.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일깨워주거나 놓친 부분을 잡아주고, 또 불편함은 개선하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한다.

이종혁교수

지속가능한 소통을 이끄는 디자인 싱킹
1994년부터 오랫동안 PR 실무를 해온 이종혁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이는 순간 반짝 하고 마는 광고와는 분명 다른 영역이다.
“여러 정책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자문을 하면서 매번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했고, 그런 고민 속에서 내가 먼저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학생들 또한 미디어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현장 감각 없이 실용 학문을 배운다면, 가르치는 입장에서 무책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공소통연구소가 산학, 관학의 주요 베이스캠프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연구실에서 이론적으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실용적으로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디자인싱킹입니다. 디자인싱킹을 바탕으로 캠페인을 만들어나가고 있으니까요. 먼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속가능한 과제는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합니다. 일상에서 던지고 싶은 질문을 하고, 이 질문을 바탕으로 문제를 펼쳐놓고 해법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좋은 대안이 아닌, 가장 단순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간다는 것입니다.”
이종혁 교수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소통은 억지나 가식적인 것에서 탈피한다. 마치 광고를 하듯 퀄리티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평범하고 일반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다르다. 남들보다 멋지게 만들어서 자랑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꾸며진 메시지보다는 꾸미지 않은 메시지가 훨씬 더 와 닿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청바지를 오랫동안 입었을 때 자연스럽게 헤지고 찢어진 데서 멋이 나는 건데, 처음부터 일부러 색을 빼고 찢어서 빈티지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죠. 우리가 시도하는 메시지 또한 어떤 겉치레로 포장하는 것 말고 진짜 본질을 전해야 하는 겁니다.”
라우드 프로젝트가 공감을 통해 대중을 움직인 배경 또한 일상과 밀접한 데서 출발한 자연스러운 메시지가 실천을 이끌어낸 것일 터. 이를 위해 공공소통연구소는 비판적 사고를 통해 끊임없이 다르게 생각하고자 노력한다.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크리티컬 씽킹(Critical Thinking), 새로운 것을 도출하는 크리에이티브 씽킹(Creative Thinking), 함께 협력하는 콜라보레이티드 씽킹(Colla-borative Thinking)을 적용하면 훨씬 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종혁교수

공공소통연구소가 추구하는 공공의 가치
공공소통연구소는 말 그대로 공익을 추구한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때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게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서 캠페인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기 때문이다.
“‘공공커뮤니케이션’, ‘공공소통’이라고 말을 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사회에 대한 ‘착한 저항’인 셈입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되, 갈등을 유발하는 형태의 저항이 아니라 협력을 유도하는 거예요. 저희가 이 영역을 개척하며 활동한다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공성’에 ‘일상성’과 ‘창의성’을 더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착한 저항을 시도하는 이종혁 교수. 이 과정에서 좋은 콘텐츠를 가진 이들 그리고 정부, 공공기관이나 단체 등과의 협력이 이루어진다.
“공공기관이나 여러 단체와도 협력하는데, 협력의 주체 중에는 학생들도 포함되죠. 이들을 협력자로서 바라봐야지, 가르치면서 내가 하는 방식으로 무조건 따라오게 하는 건 아니거든요. 교육에서 단순히 정해진 지식만을 전달하는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교육은 적어도 미디어와 소통을 다루는 학문에는 맞지 않으니까요.”
이종혁 교수는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좋은 정책도 실질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며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진행했던 수많은 캠페인과 프로젝트, 홍보정책 자문을 거친 케이스의 숫자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많은 경험을 통해 축적한 커뮤니케이션 사례들로 하여금 역학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진행했던 태극기 배지 캠페인의 경우에도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보훈의 상징을 제안해본 건데요. 호국영웅의 헌신을 기억하고, 우리 정체성을 제고하는 의미가 전달되면서 굉장히 큰 국가 캠페인이 되었거든요. 법원과도 커뮤니케이션 영역 안에서 함께 협력하고 확대해나간다면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캠페인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스스로를 ‘캠페인 디벨로퍼’라고도 소개한 이종혁 교수. 작은 외침들이 모여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그의 믿음처럼 기분 좋은 나비효과가 끊임없이 이어지길. 그래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이종혁 교수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자 공공소통연구소 소장. 지속가능한 커뮤니케이션과 포용적 캠페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연구하며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만들어간다. 캠페인 디벨로퍼로서 ‘더 나은 사회 공동체’를 위한 라우드(www.loudproject.or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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