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류 그대의 이름은] 도전하는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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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인류 그대의 이름은] 도전하는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 이창민

2020.02.06

이창민

도전하는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SNS 1호 작가 겸 SNS문화진흥원 이사장
이.창.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어떤 직분이나 지위에 오르면 그에 부합하는 인물이 된다는 의미지만, 실제로 자리에 따른 책임과 권한을 균형 있게 행사하지 못해 문제가 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SNS 1호 작가이자 SNS문화진흥원 이사장인 이창민 작가가 이 말을 경계하는 이유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SNS를 매개로 1만 명이 넘는 다양한 직군의 유명인사를 인터뷰하는 ‘사람 여행’을 진행해 오며 자신의 삶에 기생했던 불운을 떨쳐 내고 ‘소통의 아이콘’이라는 새롭고 독보적인 자리를 개척한 이창민 작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고 강조하는 그는 무엇도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이 말에 묵직한 힘을 얹는다.
글. 민경미 + 사진. 이정도

세상이 처음 내준 마음 혹은 자리, SNS
예전에는, 그러니까 7년 전까지만 해도 이 넓은 세상에 그의 몫으로 마련된 자리는 없어 보였다. 세상은 유독 그에게 차갑고 인색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학교에서는 왕따를, 집에서는 천재 소리를 듣던 형과 비교를 당하면서 한때 나쁜 마음마저 먹었어요. 스물넷 되던 2011년에는 간암에 걸린 아버지께 제 간의 80%가량을 기증하는 수술을 했는데, 후유증으로 몸이 붓고 기력이 없어 1년 넘게 누워 지내다시피 했죠. 더는 이렇게 지내선 안 되겠다 싶어 동네 문방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날, 인도로 돌진하는 오토바이에 부딪혀 크게 다치는 사고까지 당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불운한 캐릭터를 설정할 때 동원할 법한 서사들의 총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들은 그의 말과 행동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콤플렉스로 도드라졌다. 사람을 만나면 자세부터 움츠러들었고 웅얼거리듯 어눌하게 말했는가 하면 긴장감에 손도 떨었다.
“교통사고까지 당하고 나니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단 생각이 들어 입원해 있던 병실에서 당시의 참담함을 SNS에 올렸는데, 신기하게도 댓글이 달리더군요. 제가 입원한 병실로 찾아오는 이들도 있었고요. 개중에는 제가 올린 글이 사실인지 확인하러 온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었죠.”
SNS에 올린 게시글 하나가 결과적으로 생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놀랍게도 빈집이나 다름없던 SNS에 팔로워 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퇴원 무렵엔 무려 천 명에 육박했다. 덕분에 빈곤했던 마음이 조금은 두둑해진 이창민 작가는 처음으로 거창한 계획 하나를 세우게 된다. 죽기 전에 SNS 친구들을 모두 만나 보자는 ‘SNS 여행’이 그것이었다. 막막하기만 했던 세상에서 SNS는 그에게 처음으로 곁을 내준 틈새와도 같았다. 그는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가느다란 빛을 등대 삼아 사람들 속으로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이창민

사람과 소통하며 SNS 세상을 개척하다
물론 SNS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여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SNS 친구라는 느슨한 연결고리로 청한 인터뷰는 섭외부터 난관이었다. 스토커나 사기꾼으로 오해받기도 했고, 겨우 승낙받은 인터뷰 자리에서는 대화 한 번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허무하게 돌아온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사람 앞에서 주눅 드는 버릇 때문에 인터뷰이를 대면한 자리에서 눈도 못 마주쳤어요. 한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청년 백수 이창민입니다’라고 소개한 후 겨우 고개를 들었는데, 이미 제 앞엔 아무도 없더군요.”
이후 그는 스스로 변화를 위한 미션을 부여하고 훈련을 거듭했다. 가령, 상대방 얼굴을 제대로 못 본 날은 ‘미간만 보자’ 결심했고, 말을 제대로 못했을 때는 ‘이 질문만 하자’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다. 이렇듯 굵직한 목표들 사이에 무수히 작은 눈금들을 그려 두고 인터뷰할 때마다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인터뷰이를 만나러 가는 교통비나 커피값 등은 화장품 공장이나 자동차부품 제조공장, 택배회사 등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충당했다. 대학을 중퇴하고 번듯한 직장도 없이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었으므로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도 감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인터뷰는 멈추지 않았다. 그만하고 싶은 마음보다 인터뷰를 해야 할 이유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좌뇌가 IQ라면 우뇌는 S(social)Q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다양한 직업군의 유명인사를 인터뷰하면서 소셜 지능이 높아지는 걸 느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역사와 가치관을 체득함으로써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사회와 사람에 대해 공부하게 된 거죠. 덕분에 차곡차곡 쌓인 인터뷰 내용을 휴먼 데이터로 삼아 저의 가치관과 주관을 바로 세울 수 있었고요. 이를 토대로 제 경험을 전하는 ‘사람 책’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책을 쓰는 작가로도 활동하게 되었죠.”
처음 인터뷰 여행을 시작할 때 계획에 없던 작가의 길을 선택한 데는 인터뷰에서 만난 이들의 제안과 도움이 크게 작용했다.
심리상담가 김동철 박사가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라며 맨 처음 책 쓰기를 제안했다면, 이상현 캘리그래퍼는 첫 책 『병자(幷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낸 세 권의 책 타이틀을 맡아 캘리그래피를 쓰는 것으로 든든한 응원을 보탰다. 여기에 각계 유명인사들 인터뷰로 얻은 값진 경험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해지면서 ‘SNS 작가’라는 수식어는 그와 한 몸처럼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창민

아웃사이더에서 SNS계의 스페셜리스트로
‘청년 백수’에서 ‘SNS 작가’로 새로운 정체성을 얻은 그가 SNS ‘1호’ 작가라는 상징성까지 갖추게 된 건 2014년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소통 영웅’의 자격으로 그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였다. SNS 활동을 통해 생성된 이야기들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스토리화하는 SNS 작가의 길을 열었다는 점을 들어 공식적으로 SNS 1호 작가의 타이틀을 부여한 것. 이후 그는 SNS 1호 작가의 본분에 걸맞게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은 첫 책 『병자(幷子)』에 이어 세계 최초로 증강현실 인터뷰를 삽입한 『세상을 보는 안경 세안』과 『믿어줘서 고마워』까지 총 3권의 책을 펴냈다.
“세 권의 책 모두 과거의 제가 그랬듯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불투명하고 불안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는데요. 제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SNS 친구들을 찾아 나섰듯 겁내지 말고 전화위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해요. 또 요즘 학생들 보면 스펙을 채우는 데 모든 걸 쏟아붓는데, 이제는 스펙 대신 자신만의 스토리나 콘텐츠로 기업이 원하는 가치를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스토리펙이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해요. 고졸에 아무 스펙도 없는 아웃사이더였던 제가 스스로 도전해 ‘SNS 작가’라는 스페셜리스트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힘든 현실에 갇힌 우울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만의 위로와 응원법은 비단 책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들을 통해서도 전달되고 있다. 현재 그는 본업인 작가 외에 강연, 멘토링, 코칭, 자문, 휴먼컨설팅, 마케팅, 브랜딩, 디렉팅, 인터뷰, 취재 등 명함에 나열된 것만 10가지가 넘는 분야에 몸담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제법 묵직한 역할 하나를 추가했다. 지난해 발족한 SNS문화진흥원 이사장이다. SNS 관련 직업군을 위한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고, 나아가서는 국가기구나 비영리재단으로 자리매김해 공신력을 갖는 것이 목표다.
“제가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건 사람과 책에서 얻은 지식을 행동으로 옮긴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앞으로도 SNS 작가로서의 본질은 잃지 않되 도전하고 행동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아울러 우리 사회의 중심을 지탱하는 법원 사람들도 변화가 필요할 때는 행동하는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합니다.”

이창민 작가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다양한 직군의 유명인사를 인터뷰해 세 권의 책을 낸 SNS 1호 작가이자 SNS문화진흥원 이사장으로, 2016년 ‘대한민국 인재상 청년일반부문’ 수상을 비롯해 9개의 굵직한 수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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