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에세이1] 논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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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에세이1] 논어이야기

2022.08.10

마음껏 에세이 1 I 논어(論語) 이야기

글 김준우 판사(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논어스터디

논어(論語) 이야기

子曰(자왈):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또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1. 입문(入門)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제가 작년에 근무하였던 형사합의부의 재판장이셨던 김정일 부장님께서 올해 2월 마지막 회식 때 ‘논어’의 한 구절을 읊으시며(정확히 어떤 구절이었는지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한마디 하셨습니다. “나 때는” 동기들이 모여 논어 스터디를 하였는데 그게 판사 생활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당시 기분이 매우 좋았던 저는(절대 형사합의부 해단식이라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흔쾌히 제가 그러면 당장 올해부터 시작해 보겠노라 말씀드렸습니다.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자공이 ‘군자’에 대하여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을 앞세우기보다 먼저 실천하고 나서 말이 행동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군자이다.2)
네, 군자가 아니라 소인(小人)이었던 저는 먼저 말을 앞세운 후에 뒤늦게 이를 실천하고자, 올 봄부터 논어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승당(昇堂)

먼저 대부분 잘 아시겠지만, 간단히 ‘논어’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논어(論語)’는 약 2,500여 년 전 중국 춘추시대의 유학자였던 공자가 자신의 제자들과 나눈 대화를 엮은 경전입니다. 공자 사후에 그의 제자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유교의 사서삼경3) 중 하나입니다.
논어는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편은 여러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희는 매주 목요일 점심 식사 후에 모여 각자 맡은 1장 또는 2장씩 돌아가며 발표합니다. 다행히 논어 원문을 그대로 보진 않고 이를 잘 해석해놓은 책을 참고하여 그 의미와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 및 경험담 등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발표를 맡은 장이 아니더라도 더 이야기하고픈 부분이 있으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저희 스터디의 스승(이라 쓰고 공자라 이해하시면 됩니다)이신 김정일 부장님께서 관련된 이야기, 배경지식, 다른 해석 가능성, 다른 장과의 관계 등을 알려주십니다.
저는 논어 스터디를 통해서 중국 춘추시대에 공자와 그 제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약 2,500년 후 현재 대한민국 대구의 작은 법원에서 우리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새삼 대단하였습니다. 물론 당시는 신분제 사회임과 동시에 공자는 복고주의자라 현재에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일부 있지만, 2,500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는 그의 통찰력에 감탄한 적이 많습니다. 나아가 그의 말씀 중에는 현재 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들이 재판을 하거나 업무를 하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하여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3. 입실(入室)

아래에서는 저희 스터디원들이 각자 좋아하는 논어의 장을 하나씩 꼽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먼저 정승호 판사(43기)는 제2편(위정) 제15장을 꼽았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子曰(자왈):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정승호 판사는 위 문구를 배움을 대하는 자세로 삼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감히 우리 논어 스터디에서 배운 내용을 조금 첨언하자면, 공자는 배우는 것(學)만을 강조하지 않았고 자신이 배운 것에 자기의 생각을 더하기(思)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법원 업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지만, 거기다 자신의 생각을 더하지 않으면 그것을 제대로 배웠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대법원 판례만 외워서 적용하기 보다는 거기에 나만의 생각을 더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조금 더 자신의 실력이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물론 배움 없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업무를 하는 것 역시 위태롭습니다).

다음으로 차윤제 판사(43기)는 제가 이 글 서론에서 일부 언급하였던 제1편(학이) 제1장을 꼽았는데요, 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子曰(자왈): 學而時習之, 不亦說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有朋自遠方來, 不亦樂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人不知而不慍, 不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또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
차윤제 판사가 위 장을 꼽은 이유는 위 장이 논어가 전하는 가장 중심된 메시지라고 합니다. 제가 또 감히 조금 첨언하자면, 위 장은 공자가 이른바 ‘공자 스터디’의 첫 문하생들에게 처음으로 전하는 메시지로,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서 배움의 기쁨을 깨닫고, 멀리서 찾아온 벗과 즐겁게 의견을 교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4) 억울해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참고 기다리며 학문에 정진하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위 장에서 특히 마지막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서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특히 우리 법원에는 워낙 뛰어난 분들이 많기에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노여워하기 보다는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요?5)
당장 오늘부터 같이 살고 있는 가족 또는 같이 근무하는 직장 동료들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군자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다음으로 신재호 판사(43기) 역시 제가 서론에서 언급했던 제2편(위정) 제13장을 꼽았는데요, 그 전문은 앞서 각주 2번에서 소개한 바와 같습니다. 다만 그 해석을 저와 조금 달리 하였습니다. “자공이 ‘군자’에 대하여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자신의 말을 스스로 실행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따르게 하는 것이 군자이다.” 신재호 판사는 위 장을 꼽은 이유를, 타인에게 엄격하고 나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경계를 삼고자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논어가 재밌는 것이 같은 문구라고 하더라도 읽는 사람마다 그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재호 판사와 같이 위 장을 해석한다면, 이는 보스(boss)가 아닌 리더(leader)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도 같이 근무하는 배석판사님들 또는 직원분들께 자신도 하기 싫고, 하기 어려운 일들을 대신 시키지 않았는지 반성해봅니다. 특히 현재 재판장이신 분들, 나아가 더 큰 꿈(?)을 꾸고 계신 분들은 반드시 위 장을 마음에 담아두시길 빕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제2편(위정) 제17장을 꼽고 싶은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저희들이 다 제1, 2편에서 꼽은 이유는... 아직 제2편까지밖에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子曰(자왈): 由(유), 誨女知之乎(회여지지호)? 知之爲知之, 不知爲不知, 是知也(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야,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줄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제가 위 장을 꼽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배움에 있어서 먼저 자신이 진정으로 알지 못하는 것, 즉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어떤 부분을 더 알아야 할지(공부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자신이 모르는 부분, 나아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 즉 틀린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용기가 있어야 진정한 배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틀린 부분을 알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할 용기가 부족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법정에서 당사자 또는 변호사들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도 이를 되묻지 않고 아는 척 재판 진행을 한 적은 없는지, 제출된 서면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으면서도 자신의 생각대로 판결한 적은 없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4. 여언(與言)

저희는 이처럼 매주 목요일,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논어를 읽으면서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반성하고, 또 때로는 비판하며, 살아있다면 2,500살쯤 되었을 공자와 함께 티타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희는 현재 입문(入門)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공자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단계인 여언(與言)6)에 이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배움보다 사람됨이 먼저라는 공자의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子曰(자왈):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제자입즉효, 출즉제, 근이신, 범애증이친인). 行有餘力, 則以學文(행유여력, 즉이학문)7).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집에 들어가며 효도하고, 밖을 나가서는 우애롭게 지내고 행동거지를 삼가고, 널리 뭇사람을 사랑하며 인한 사람을 가까이 하여야 한다. 이것들을 실행하고도 힘이 남는다면, 그때 글을 배운다.

1) 김정일 부장판사, 정승호 판사, 차윤제 판사, 신재호 판사, 그리고 저입니다.
2) 제2편(위정) 제13장 “子貢問君子(자공문군자), 子曰(자왈): 先行其言, 而後從之(선행기언, 이후종지).”
3) 사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 삼경(시경, 상서, 주역)
4) 당시는 인재의 등용을 과거와 같은 시험이 아니라 천거, 즉 다른 사람의 추천을 통해 이루어지던 시기이기에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5) ‌제1편(학이) 제16장, “子曰(자왈), 不患人之不己知, 患不知人也(불환인지부기지, 환불지인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자기가 남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라.”
6) 공자는 학문의 단계를, 입문(入門) -> 승당(昇堂) -> 입실(入室) -> 여언(與言) 4단계로 구분하였습니다.
7) 논어 제1편(학이) 제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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