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발견3] 마이클 조던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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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2

마이클조던

마이클 조던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를 보고

글. 성재준 판사(성남지원)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는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는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에서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입니다. 당시 감독이었던 필 잭슨은 1997~1998년 시즌이 조던과 불스 선수들의 마지막이 될 것을 알고 그해 시즌을 ‘라스트 댄스’라고 불렀고, 이는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의 시카고 불스에서의 일대기를 그린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라는 소식에, 이미 해지했던 넷플릭스 멤버십에 다시 가입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 ‘라스트 댄스’를 시청하였습니다.

조던이 농구 역사에 남긴 업적은 너무도 대단합니다. 조던은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라는 NBA 팀에 소속되어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3회 연속 우승,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또다시 3회 연속 우승을 하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농구를 잘하는 선수들만 모이는 NBA에서 NBA 선수로서 1번이라도 우승 경험을 해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NBA 선수들이 우승 반지를 한 번도 껴보지 못하고 코트를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조던은 탁월한 농구 실력과 함께 미디어 시대의 운을 타면서 글로벌 슈퍼스타로 도약하였고, 농구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9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심은하, 장동건 등의 청춘스타를 배출한 ‘마지막 승부’라든지 허재, 서장훈 등이 활약했던 농구대잔치, 명작 만화 ‘슬램덩크’ 출시 등이 맞물리면서 농구 인기가 절정에 달했었는데, 사실 그 인기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것은 마이클 조던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라스트 댄스’는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의 마지막 시즌인 1997~1998년 경기에 초점을 기울이면서, 중간 중간 마이클 조던과 불스가 지나왔던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요, 사실 이 ‘라스트 댄스’라는 타이틀은, 불스의 코치 필 잭슨이 불스 구단주가 1997~1998년 시즌 이후에 완전한 팀 리빌딩을 구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즌 개막 전 선수들과의 첫 미팅에서 그해 시즌의 ‘콘셉트’로 제시하였던 단어라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당시 불스 경영진과 코치·선수들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이 역대 최고의 팀으로 일컬어지는 불스 팀이 1997~1998년 우승을 끝으로 해체된 배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영진과 선수단 사이에 어떤 긴장 관계가 있었는지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불스 선수들의 힘겨운 노력 끝에 불스 구단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일궈 냈음에도 경영진은 그 결과를 ‘비즈니스’의 성과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갈등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는 듯했습 니다.
이처럼 ‘라스트 댄스’는 조던과 시카고 불스 팀의 화려한 플레이보다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불스 구단 내부에 있었던 분열, 그로 인한 뼈아픈 경기 패배 등의 시련 과정을 많이 다루고 있었습니다. 드라마틱한 마지막 시즌 우승 이후 조던과 코치를 비롯한 대부분의 불스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말로 마지막 춤을 의미하는 ‘라스트 댄스’라는 타이틀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단어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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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동안 조던을 떠올리면 유튜브에서 검색되는 조던의 화려한 승리 장면에만 익숙해져 있었는데요. 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조던이 경기 패배로 힘들어 하던 때도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중에 불스가 과거에 디트로이트 피스톤즈(Detroit Pistons)라는 속칭 ‘나쁜 놈들(bad boys)’로 불리었던 팀을 상대했던 부분이 나옵니다. 피스톤즈 선수들은 경기 중에 심판의 눈을 피해서 조던을 비롯한 불스 선수들을 문자 그대로 때리고, 차고, 거의 레슬링을 하는 것 마냥 내동댕이치는 식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불스는 1989년, 1990년 플레이오프에서 연이어 피스톤즈를 상대하였지만, 피스톤즈의 거친 플레이에 주눅이 들어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모두 패배하고 맙니다. 하지만 조던과 불스 선수들은 반드시 피스톤즈를 무너뜨리겠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훈련을 했고, 이듬해 1991년 플레이오프에서는 피스톤즈를 꺾고 구단 사상 첫 우승을 합니다. 패배를 자양분으로 삼아서 승리를 거두는 조던과 불스의 모습은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조던이 마주했던 가장 큰 시련은 1993년 조던의 정신적 지주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아버지가 강도에 의해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입니다. 이 사건으로 조던은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되고, 농구 선수로서 첫 번째 은퇴를 하게 됩니다. 조던은 이후 1년 정도 야구 선수로 활동하게 되는데(참고로 마이너리그이긴 했지만 나름 2할의 타율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이 자체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조던의 어린 시절에 조던의 아버지는 조던이 야구 선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야구 선수로의 전향을 마음먹었었다고 하네요. 이후에 농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나고 야구계의 파업 사태가 겹치면서 1995년 다시 NBA로 복귀하게 됩니다. 그리고 1996년 NBA 결승 경기에서 우승을 일궈내는데, 공교롭게도 그 우승 날이 미국의 ‘아버지의 날’이었습니다. 우승 뒤에 라커룸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조던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라스트 댄스’에서는 불세출의 3점 슛터 레지 밀러(Reggie Miller)가 이끄는 인디애나 페이서스(Indiana Pacers)와 7차전까지 가는 경기, 희대의 콤비 칼 말론(Karl Malone)과 존 스탁턴(John Stockton)이 있는 유타 재즈(Utah Jazz)와의 혈투 등 여러 플레이오프 명승부가 등장하는데, 조던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수많은 정신적 압박을 견디면서 시합을 뛰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오프 기간에 조던에게 도박 중독증이 있다거나 조던과 불스 동료 사이의 내부 갈등이 심하다는 등의 악의적인 언론 보도가 이루어져 조던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모습이나 식중독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서 경기를 뛰는 조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던이 그런 고생을 견디면서 우승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그리고 ‘라스트 댄스’에서는 조던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불스를 이끌었다는 내용도 비중 있게 다루어집니다. 조던은 훈련 때 팀 동료들을 아주 거칠게 다룬 것으로 유명했다고 하네요. 팀 동료들은 조던으로 인해 매일 매일의 훈련이 전쟁 같았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조던은 훈련 과정에서 팀원들에게 모욕적인 말을 많이 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때도 자주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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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은 팀 동료들이 자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NBA 플레이오프에서의 압력을 절대로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팀 동료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긴다’는 정신으로 무장될 수 있도록 ‘나쁜 사람’ 역할을 자처했다고 합니다.

일례로, 당시 팀 동료인 스티브 커[Steve Kerr, 최근 3회 NBA 우승에 빛나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Golden States Warriors)의 현 감독입니다]는 훈련 도중 조던을 수비하다가 조던의 모욕적인 말을 계속 듣다가, 참다못해 조던의 가슴을 쳤는데 조던은 바로 스티브 커의 얼굴을 가격했다고 합니다(훈련이 끝난 이후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스티브 커에게 용서를 구하긴 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조던은 스티브 커가 자신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 비로소 조던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조던은 오히려 자신의 명성에 주눅이 든 선수들을 낮게 평가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던이 팀 동료들에게 인격적으로 너무 심하게 대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같은 팀 동료들의 실력을 끌어 올려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동료들이 받을 수 있는 상처에 무관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라스트 댄스’ 방영 이후 당시의 팀 동료였던 한 불스 선수는 ‘라스트 댄스’가 (팀 동료로서 조던의 모습을) 너무 편파적으로 그렸다는 비판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이클 조던이 취한 리더십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조던이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면 시카고 불스가 세계 최고의 농구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라스트 댄스’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누구든지 조던을 화나게 하면 조던은 그 사람을 반드시 농구로 묵사발을 만든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조던이 경기 전날 평소 친분이 있었던 상대방 팀 선수와 내기 골프에서 지고 놀림을 받은 것에 화가 나서, 경기 날 상대방 팀에게 혼자 63점을 쏟아 부으면서 NBA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개인 득점을 내는 식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조던의 사소해 보이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승부욕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었습니다.

‘라스트 댄스’에서는 농구팬들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귀한 영상이 많이 나오는데요. 조던과 선수들은 1997~1998년이 불스 왕조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하자, 특별히 1년간 ESPN이라는 방송사에 조던과 선수들을 근접 촬영하는 것을 허용했었는데, ‘라스트 댄스’에서의 영상의 상당 부분은 위 시기에 이루어진 촬영물이라고 합니다. 사실 ESPN에서는 1997~1998년 촬영을 마치고 바로 해당 영상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자 하였으나, 조던이 그 영상물이 짧은 다큐로 제작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제작이 중단되었었고, 20년 만에 조던의 허락을 받아 ‘라스트 댄스’가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농구계의 전설 등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인터뷰에 참여하였는데,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과 같은 사람들도 등장해 재미를 더해주기도 했습니다.

요즘 ‘라스트 댄스’는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면서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잠깐 여유가 생긴다면 ‘라스트 댄스’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농구 전설 마이클 조던과 불스의 에너지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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