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발견2] 희망여행 몽골 5차 봉사단으로 보르노르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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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봉사단

희망여행 몽골 5차 봉사단으로 보르노르에 가다

글. 류준구 판사(부천지원)

2018년 5월 초 ‘희망여행 후원 물품 모집 안내’라는 메일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해당 지역 학생·주민들과 유대감을 쌓고 소통·공감하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향후 후원 내용에 반영한다는 희망여행의 활동 목표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나는 희망여행의 회원이 되었고, 2018년 10월에는 베트남 라오까이 사파 지역으로 떠나는 희망여행 베트남 1차 봉사단에도 참가하였다. 그리고 단원들과 함께 그곳 학생들, 마을주민들 앞에서 노래 공연을 했던 인연으로, 몽골 보르노르 지역으로 떠나는 이번 희망여행 5차 봉사단에서 노래 공연팀 팀장을 맡게 되었다.

2019년 7월 27일 토요일 희망여행의 사무총장 김영각 계장님, 작년 베트남 봉사활동을 함께했던 부천지원 손순희 계장님과 중학생 인서, 초등학생 재원이, 바이올리니스트 이미라 선생님, 바이올린 전공자 혜서 학생, 가수 지망 고등학생 준우, 클라리넷을 연주할 중학생 민준이 등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노래 공연팀 율동반장 도하 씨 등 그동안 단톡방에서만 이야기를 나누었던 나머지 노래 공연팀원들도 실제로 만나니 참 반가웠다. 그리고 7월 28일 일요일 새벽 1~2시(현지 시각 기준, 울란바토르 표준시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음) 즈음 우리는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7월 28일 일요일, 전세버스를 타고 울란바토르에서 약 130km 떨어진 보르노르 학교로 출발했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니 창밖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소, 말, 염소, 양뿐이었다. 포장도로가 공사 중이어서 수시로 초원 사이로 나 있는 비포장도로를 타고 가야 했는데, 연평균 강수량이 300mm에 불과하다는 몽골에 약 1주 동안 계속 내리고 있는 비로 도로가 온통 진창이었고 군데군데 움푹 파이거나 무너진 곳까지 있어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예정보다 2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게 됐지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 학생들, 주민들은 우리를 환하게 반겨 주었다. 이곳에 여러 번 활동을 왔었던 회원들과 선생님들, 주민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희망여행과 보르노르 주민들 사이의 돈독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배정받은 학교 기숙사에 도착했다. 침대는 내 몸 하나 편히 누일 정도의 크기는 되었고, 실내 공용화장실도 깨끗하게 잘되어 있었으며 그 안에는 샤워부스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기숙사 외부에는 희망여행에서 지원하여 신축하였다는 공용화장실이 깔끔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불과 수년 전 희망여행 봉사단이 보르노르에 처음 왔을 때에는 상태가 모두 매우 열악했었다는 설명에, 안전난간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조그만 철재 2층 침대들이 창문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방에 다닥다닥 붙어 있고, 창고인 줄만 알았던 곳을 세면장·샤워실로 사용하고 있던 베트남 사파 학교의 기숙사가 떠올랐다. 그곳도 우리 희망여행과의 인연을 쌓아 가면서 학생들이 편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차차 개선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교장선생님이 우리 봉사단을 위해 준비한 몽골 전통음식인 보오즈(고기찐만두)와 호쇼르(고기튀김만두)를 끓인 생우유에 소금을 약간 넣어 만든 수테차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몇 접시나 비우는 나를 옆자리의 교장선생님이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점심 식사 후에는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보르노르 학생들이 준비한 환영 공연(전통노래, 전통춤, 전통음악)을 주민들과 함께 감상하였고, 곧 이어서 마을 배구 대항전이 벌어졌다. 몽골에서는 배구가 인기 스포츠라고 한다. 보르노르 지역 각 마을에서 선발된 청년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붕붕 떠서 블로킹을 하고 스파이크를 꽂는 모습이 멋졌다. 몽골 사람들이 키가 작고 왜소할 거란 근거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만나서 몸을 부딪혀 보니, 과거 세계를 정복한 초원의 전사들의 후예라서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구 대항전 후 학교 기숙사 식당으로 가니 몽골 전통음식으로 유명한 허르헉이 차려져 있었다. 허르헉은 양고기와 채소들을 냄비에 뜨거운 돌과 함께 넣어 익히는 요리로, 귀한 손님이 방문하였을 때 대접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기름기 없이 촉촉한 살코기의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이 정말 훌륭했다. 고기 요리를 이렇게 맛있게 먹어 본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허르헉 요리에 쓰인 돌을 조물조물 오래 만져서인지(몽골사람들은 허르헉 요리에 쓰인 돌을 만지면 건강에 좋다고 믿는다고 한다), 맛있는 요리를 많이 먹어서인지 다시 힘이 솟았다.

밤새도록 내린 비는 다음 날인 7월 29일 월요일 아침에도 그치지 않았고, 전기도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정전 복구가 되어야 수돗물도 나온다고 했다. 결국 오전에는 의사선생님들의 각 진료봉사팀 활동과 한글수업팀, 팝콘팀 활동만 일단 시작되었다. 나는 간식팀에 합류하였다. 목표는 오늘 수업에 참가한 몽골 학생들 중 약 120명에게 점심 식사로 줄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팀원은 다섯 명뿐이었다. 식당 직원분들이 계셨지만 우리에겐 통역 선생님이 배정되지 않아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칼, 접시, 빵, 잼 등 기본 준비물을 갖추는 데만 수십 분이 흘렀다. 오이는 씻을 수 없어 과도로 껍질을 일일이 벗겼고, 상추는 차마 빗물에 씻을 수는 없어 마을 우물에서 떠오는 물을 기다렸다. 빵을 살짝 구울 수 있었다면 잼을 바르기 좋았을 텐데 학교 식당에는 전기 인덕션 레인지뿐이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주방에선 팝콘팀에서 빌려 온 휴대용 버너 한 개로 슬라이스 한 햄 백수십 개를 굽고 있었다. 달걀프라이는 언제 할 수 있을지, 상추는 언제 씻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학생들은 40~50분 후에 식당으로 올 예정이었다. 막막했다. 그런데 그때, 주방에 있던 식당 직원분들이 말없이 옆에 앉더니 빵 조각에 잼을 바르고, 만든 빵 조각들을 정리해 주기 시작했다. 11시 30분 무렵 드디어 전기가 들어왔고 물도 나오기 시작했다. 12시 10분 정도가 되었을 때, 우리는 깨끗하게 정리된 식당에서 학생들 약 120명에게 샌드위치를 나눠 줄 수 있었다. 간식 팀원들, 식당 직원분들, 수업을 마치고 복귀한 다른 팀원들 모두가 합심하여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낸 일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보람이 더욱 깊이 느껴졌다.

점심 식사를 마칠 무렵 교자재가 모두 도착하여 오후에는 모든 팀의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오후경에는 내가 사용할 기타도 도착했다. 십 분 정도 비를 맞으며 진창을 건너 도착한 마을 대강당은 이미 공연을 기다리는 학생들, 선생님들, 주민들로 가득했는데, 강당 크기가 어림잡아도 학교 강당의 5~6배는 되고도 남아 보였다. 지체 없이 공연을 시작했다.
준비한 노래는 한국 가요 6곡(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너의 의미, 너를 만나,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꽃송이가, 고래 사냥), 한국 동요 1곡(상어 가족), 바이올린독주 1곡(You raise me up), 그리고 몽골가요 1곡[우유바다 어머니(СYYн далай ээж минь, 수웅달아이 에지이 미인)]이었다. 우리는 열심히 노래하고 연주했다. “나랑 게를히잉 이르츠테이/ 사랑거 에지이 미인/ 델게르 사이항 할아가라/ 델히 예르턴츠 미시에즈 바인” 우리 팀원들이 간단한 건반, 기타 반주에 맞추어 ‘우유바다 어머니’의 첫 소절을 부르자, 마침내 마을회관 대강당에 모인 많은 주민의 시선이 우리에게 모였고, 부산스럽게 강당 안을 오가던 아이들의 발걸음도 멈췄다. 기분 좋은 웅성거림 후 이어진 떼창. 다행이었다. 신이 났다. 우리는 분위기를 타고, 귀여운 율동을 곁들인 ‘상어 가족’, 무대 위로 하나둘 뛰어 올라와 준 우리 희망여행 단원들까지 함께 목청 높여 부른 ‘고래 사냥’을 연이어 공연했다. 주민들의 박수가 터졌다. 이렇게 우리 노래 공연팀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그 다음 날인 7월 30일 화요일에도 우리 봉사단의 활동은 이어졌다. 슴베르 학교 방문 좌절 사건, 짜파게티 절반의 성공 사건, 몽골 청년들과의 농구 경기,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한 나무 심기 활동, 마을 노래자랑, 삼겹살 파티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봉사단원들과 몽골 학생들, 선생님들, 주민들 사이에 정이 잔뜩 쌓였고, 결국 몇몇 단원은 8월 1일 수요일 학교를 떠날 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 후 울란바토르로 돌아가는 길에, 게르에 방문하여 활쏘기 체험, 허르헉 식사를 하기도 했고 엘승 타사르해의 미니 사막에 들러 낙타를 타고 사구를 오르내리기도,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감상하기도 했다.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말을 타고 초원과 강을 건너기도 했고, 캠프파이어를 하며 앞으로의 희망여행 활동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으며, 방에 모여 앉아 개인적 고민, 목표 등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감동적인 시간도 가졌다.

올해 7월 휴정기에 몽골 6차 봉사단이, 10월 연휴에는 베트남 3차 봉사단이 각 출발할 예정이다. 법원 가족들께 시간을 내어 함께 해 보시길 강력 추천 드린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면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드넓고 깨끗한 자연을 보면서, 많이 깨닫고 더 성숙한 내가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시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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