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시선]세상을 바꾸는 힘, 창의력 훈련법

테마가 있는 글

2019.02.07

창의력을 선천적인 기질이라 오해하지 말자. 창의력은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강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창의력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에서 출발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식과 정보를 다양하게 엮고, 비틀 줄 아는 능력, 이것이 창의력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전문가들이 창의적인 이유

창의력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요구되는 인간의 능력이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무엇을 만드는 능력이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글쓰기, 문제 풀기, 혁신적 제도처럼 무엇인가를 실행하는 구체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창의력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휘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충분한 고급 정보의 습득이 선행되어야 한다. 높은 창의성이 주로 ‘전문가’에게서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또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려면 목표가 명확한 목적지향적인 집중이 필요하다.

창의력 높이는 탑다운식 학습법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효과적인 학습법이 있다. 이는 마치 항아리에 모래와 자갈과 큰 돌을 가능한 한 많이 넣는 방법과 유사하다. 항아리에 모래부터 담기 시작하면 자갈과 큰 돌을 넣을 공간이 부족해진다. 하지만 큰 돌부터 먼저 넣으면 큰 돌 사이에 자갈이 잘 들어가고, 모래는 자갈 사이의 조그마한 공간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다. 큰 돌은 각 학문 분야의 기본 개념이며, 자갈과 모래는 핵심 내용과 세부지식이다.

탑다운식 학습법은 앞의 비유처럼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내용을 먼저 공부하는 방법이다.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전체 그림에 대한 윤곽을 파악한 후 세부사항을 공부하는 것이다.

핵심 개념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핵심 개념은 그 분야의 모든 정보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심 정보만으로도 그 분야를 재구성해낼 수 있으며, 그 분야의 구조가 명확해진다. 둘째, 핵심 개념은 하나의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고, 심지어 핵심 단어로 표현될 수 있어 생각의 바탕이 된다. 셋째, 핵심 개념의 반복은 어느 순간 다른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학의 역사에서 지동설, 관성의 법칙, 팽창하는 우주, 불확정성원리, 광속불변원칙, 대륙이동, 진화론, 세포 공생설처럼 기본 핵심 개념들은 새로운 과학 분야의 문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그 분야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핵심 개념이라는 큰 돌을 항아리에 먼저 넣으면 자갈과 모래가 스스로 제자리를 찾는 것처럼 핵심 개념은 그 주변에 많은 여유 공간을 만들어내고 세부 지식들이 핵심개념 주변에 달라붙게 된다. 핵심 개념이 우리의 생각이 되고, 행동이 되고, 몸으로 익숙해진다면 공부와 내가 한 몸이 될 수 있다.

탑다운식 학습법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바텀업 학습법도 있다. 바텀업 학습법은 세부사항을 먼저 만나고 세부 내용에서 전체 의미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으로 학습할 경우 핵심 개념이 분산돼고 학습자가 특이한 세부 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오류를 범하기 쉬우니 유의해야 한다.

손으로 그림을 그릴 것

뇌 기억 속에는 유용한 정보가 많지만, 각각의 정보는 맥락 없이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사라질 뿐이다. 창의력의 핵심 요소는 이러한 이미지를 새롭게 연결하는 능력이다. 이미지들을 새롭고 독특하게 연결하는 일은 습관적인 생각 속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눈에 보이도록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는 행위는 대상 이미지의 시각기억을 손 운동의 절차기억으로 전환하는 행위이다. 손으로 그리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불안정하다. 인간 뇌의 형상화 능력은 방금 본 대상도 눈을 감고 기억으로 그려보면 막막해지고 일부 특징적 형태만이 뇌리에 남는 게 보통이다. 시각기억의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특징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직접 그림으로 종이에 옮겨놓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일단 종이에 옮겨진 생각은 뇌에 고정되어 있어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머릿속으로 기억할 경우 생각이 바뀌면 고정된 실체가 없어 논리적인 결합이 어렵지만, 생각이 그림으로 표현된다면 그림과 그림을 특정한 목적을 위해 논리적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창의력 훈련의 세 단계

창의력 훈련의 첫 단계는 뇌가 기억하고 있는 시각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여 고정하는 작업이다. 생각을 반복해서 그리면 그 그림을 기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과학 교과서 단원마다 많은 그림이 있다. 전자 회로, 생화학 회로, 세포, 아미노산 분자, 단백질 입체 구조, 광합성, 미토콘드리아의 호흡 과정, 태아의 발생 과정, 암석의 결정구조, 지층, 판구조론, 별 속의 핵융합 과정, 세계 지도, 역사 지도가 기억해야 할 주 대상이다. 기억된 그림들이 생각의 재료가 되어야 하고, 모듈화된 그림들을 논리적 순서에 따라 연결해야 한다. 시간 순, 장소 순으로 연결된 이미지를 결합하는 것이 바로 인간 사고의 핵심 과정인 연상 작용이다.

창의력 훈련의 둘째 단계는 이미지 연결 순서를 목적지향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미지의 새로운 연결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기억의 새롭고 독특한 연결이 바로 창의력이다.

창의력 훈련의 마지막 단계는 이미지들을 비선형으로 연결하는 훈련이다. 막연하고 우발적인 비선형 연결이 아니라 정서적 느낌을 바탕으로 끌리는 연결을 유도하는 훈련이다. 다양하게 조합 가능한 생각의 연결에서 리듬과 운율을 동반한 이미지 연결 조합을 직감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인 것이다.

창의성의 핵심은 뇌 속의 애매한 시각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해 손 운동의 절차기억으로 전환하는 훈련에 있다. 그렇게 형상화된 시각기억을 인출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반복 과정은 창의력 훈련의 핵심이 된다.

글. 박문호(뇌과학자, 자연과학세상 대표)

"테마가 있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