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글]관상 그리고 나

테마가 있는 글

[테마가 있는 글]관상 그리고 나

2018.08.01

우리는 늘 사람과의 만남이 연속되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직장에서는 민원인을, 사회에서는 여러 부류의 사람을 싫든 좋든 만나면서 살아가게끔 되어 있다. 혹자는 사람의 만남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말은 첫 모습에 의해서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3초 만에 결정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처음 시야에 들어왔던 그 사람의 모습이 무의식 중에 강렬하게 남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인상은 선하게 생겼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던 경험을 종종 하곤 한다. 실례로 인상 나쁜 사기꾼은 별로 없다. 인상이 좋아야 타인의 마음을 보다 더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인상이 좋지 않으면 같은 수법이라도 사기 작업이 더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인상이 아닌 관상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우리가 알기로 관상이란 얼굴의 생김새와 이목구비를 보고 그 사람의 성품과 재물복, 관운 등 여러 가지 운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관상을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얼굴의 생김새와 이목구비, 점, 눈썹, 오체(몸), 몸의 살, 걸음걸이, 목소리, 심지어는 혓바닥도 관상의 대상이 된다.
우리의 몸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어머니의 뱃속에서 먼저 오장육부가 생기고 오장육부의 에너지와 생김에 의해서 얼굴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의 얼굴은 부모의 생김새와 성품을 그대로 닮아 나오게 되는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생긴 대로 논다’는 속담이 있다.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법은 없다. 우리가 개천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 부모(집안)는 그런 아들을 둘 만한 인품과 자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단지 생활고 등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개천으로 보였을 뿐인 것이다.
이 속담들이 온전히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심도 있고 올바른 말이라는 사실을 나는 살아가면서 더 믿게 되었다.

관상의 여러 가지 대상 중에 몸의 살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우리 몸은 뼈와 살로 이루어졌는데 살이 없으면 뼈가 힘들어 진다. 또한 관상학 관점으로는 살이 지나치게 없으면 재물이 따르지 않다. 최근 수년간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다. 날씬하면 좋기 때문이겠지만 관상적으로는 전혀 엉뚱한 이야기가 된다. 우리 몸은 죽으면 한 줌 흙으로 남는다. 요즘은 화장 문화가 정착이 되어가서 살은 연기로 사라지고 뼈만 남지만 뼈도 결국은 흙이 된다. 흙은 만물의 어머니다. 흙이 풍요로워야 곡식, 수목 등 생명체가 자랄 수 있고 물길이 생길 수 있으며 내리는 빗물을 흡수할 수 있다. 흙이 없으면 자연이 풍요롭게 자랄 수 없다. 메마르는 것이다. 사람의 살은 흙과 같은 존재여서 살이 적으면 풍요롭지가 못하다. 어느 정도의 살이 몸에 부풀어 있어야 돈도 모이고, 마음도 풍요롭고 여유가 생긴다. 주위에 돈이 여유로운 사람을 보면 날씬한 사람은 드물다. 지나치게 마른 것은 흙이 부족하여 곡식이 잘 자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돈 많은 부자가 날씬한 경우는 대부분 없다. 그런 경우는 수명이 짧다. 허나 늘 예외는 있다. 날씬하면서도 부자인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은 기골이 강하고,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살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다이어트에 실패했거나 약간 몸집에 살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명이라고 봐도 좋다.

우리는 업무 중 늘 민원인을 접하게 된다. 민원인에 대한 좋은 응대를 위하여 법원에서는 매년 2회 정도 전문가로부터 친절교육을 실시한다. 민원인 응대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좋은 교육의 기회였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무에서도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만약 내가 민원응대 방법에 나의 방식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눈을 보라, 눈을 응시해 보라.”라고 말하고 싶다.
관상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다’ 그만큼 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눈 하나만 잘생겼어도 (동그란 눈을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님) 귀한 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민원인이 아닌 뭔가 분노해 있거나, 불만이 있는 등의 경우는 눈을 응시해 보면 그 분의 현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눈에 살기가 있는 경우(‘살기가 있는 경우’란 눈의 빛이 눈에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 발산하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민원인은 일단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고, 친절교육 받았던 것을 상기하며 응대하면 아무런 탈이 없이 지나갈 수 있다. 외모가 단정하고, 말은 다소 예의가 있어 보여도 눈에 살기가 있다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민원인과 직원이 ‘윈윈’ 하는 것으로 종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듯 관상은 단순히 외형을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에서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학문이다.

우리 지원은 가끔 축구도 하고 여러 동호회 활동이 제법 활성화되어 있다. 7월 중순경에 법원(춘천본원, 영월지원, 원주지원) 간 중요한 축구 친선대회가 있어 요즘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 퇴근 후 축구복장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향한다. 지원장님을 비롯한 판사님들, 사무과장님 그리고 일반 직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운동장에 땀을 흠뻑 적시며 서로의 체력과 실력을 다듬는다. 다소 거친 경기가 끝나면 일제히 뒤풀이 장소로 향한다. 삼겹살이며 닭갈비구이 등 여럿이 모여 먹기 좋은 음식을 선택하여 뒤풀이하는데, 나는 이 순간을 위하여 온 힘을 다해 경기장을 뛴다. 그런 까닭에 연습이 종료되면 체력이 고갈되어 지칠 대로 지친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철판 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한 점씩 먹게 되면 무엇도 부럽지 않는 만찬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소주(燒: 불사를 소, 酒: 술 주)를 한잔 곁들이면 그야말로 신선놀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연습경기를 마치고 뒤풀이할 때쯤이면 저녁 8시가 넘는다. 이때는 낮의 기운이 다 쇠해지고 밤의 기운이 가득해질 때이다. 밤의 기운이 더 강해질수록 삼겹살 등 육식의 안주와 불살라지는 소주의 궁합이 안성맞춤이 된다. 더욱이 축구로 체력을 다 발산하였으니 더 잘 어울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먹는 것에 열중하는 나는 벨포어 경의 “인간의 두뇌는 돼지의 코와 마찬가지로 먹을 것을 찾는 기관이다.”라는 말에 동의하게끔 된다. 서너 잔의 술잔이 오가다 보면 흥이 돋아서 자리이동을 해가며 서로의 정담이 제법 깊어져 가면 어느덧 만찬이 끝나가고 다음을 기약하며 굿바이.

나는 지원의 숙소에 기거하므로 숙소로 향하여 샤워를 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고 침대에 눕는다. 나는 침대에 눕는 이 순간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욕심은 사라지고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방안을 가득 메운다.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귀(貴)한 상(相)일까, 천(賤)한 상(相)일까.
글 김윤식(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정선군법원 참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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