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나의 삶2]제20회 한일 등기관 등 상호연수 한국세션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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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6

제20회 한일 등기관 등 상호연수 한국세션을 마치며

글. 김재로 등기관(대전지방법원)

▶ 들어가면서

“계장님, 이번 상호연수에 선발 되었어요~.”, “축하드려요, 방금 전자결재 송부 받았습니다.” 총무과에 근무하고 있는 후배에게 뜻밖의 소식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한일 등기관 등 상호연수에 선발 되었다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꼭 가고 싶은 과가 S대학 일본어과였다. 그냥 막연히 일본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했고, 언어를 배우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원하던 곳을 진학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 2006년 법원에 입사했다.

2007년 같이 근무하시던 소장님이 일과 후에 읍사무소에서 주최하는 영어회화 모임을 다니시는 모습을 보고, 다시 일본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일본어 책을 샀다.

그러나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업무가 끝나고 관사에서 책을 펴고 공부를 하면 늘 잠이 왔다. 가끔씩 회식도 있어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흘러 2008년, 일본어능력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일단 시험에 접수해놓으면 뭐라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작했다. 비록 3급이었지만 열심히 공부했다. 마치 다시 수험생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일요일 시험이어서 토요일에 텅 빈 사무실에 나와 듣기 평가를 하고, 문제를 풀고 긴장된 마음으로 본 첫 시험에서 3급을 취득할 수 있었다. 겨우 턱걸이였지만 기뻤다.

근무지가 바뀌고 새로운 업무도 적응해야 했고, 여러 가지 일이 겹치고, 결혼에 육아까지 하는 동안 일본어 공부는 늘 후순위였다. 알고 지내던 동기는 캐나다로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부러웠다. 기회는 똑같이 있는데 나는 그 기회마저 잡지 못하고 있었다.

육아 휴직을 마치고 한 시간 정도 출퇴근을 했는데, 이때 같이 근무했던 소장님께서 회식 중에 한일 등기관 상호연수를 다녀와서 참 즐거웠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가슴속에 잠들어 있던 일본어에 대한 열의가 다시금 불타오르는 듯했다.

그 당시 아직 서기였고 주사보 이상이 되려면 2년 이상 남았기에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어플로 일본어 회화나 단어를 들었다. 아이가 좀 커서 여유가 생기자 예전부터 다니고 싶었던 일본어 과외를 위해서 주말에 서울을 오가기도 했다. 시간이 나면 틈틈이 사이버연수원의 강의를 다운 받아 듣기도 했다.

2017년 일본어능력시험 3급, 2018년 일본어능력시험 2급, SNULT 57점을 취득했고, 그 사이 주사보로 승진했다. 대전지방법원 등기과에서 첫 등기관 업무를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일 등기관 상호연수에 지원했는데 선발됐다.

▶ 오리엔테이션

선발되고 얼마 되지 않아 교육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시행한다는 메일을 받고 교육원으로 향했다. 교육원 부동산 등기 김명수 교수님, 교무과 채성미 계장님, 부동산 1에 나, 부동산 2에 전주지방법원 박병일 사무관님, 상업등기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 손정원 계장님, 공탁에 사법연수원 정정환 사무관님, 민사집행에 서울남부지방법원 황윤미 계장님이 제20회 한일 등기관 등 상호연수의 각 분야에 선발됐다. 교육원에서는 이번 제20회 상호연수를 맞이하여 일본 법무총합연구소와 함께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함과 더불어, 그동안 일본 연수생의 선발 과정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연수생들 중 주사보 경력, 입사 기수가 제일 낮아서인지 괜스레 긴장되었다. 특히나 일본어 능력시험 2급 자격증만 있었지, 일본인과 직접 회화해본 지는 10년도 더 전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 연수-1 (과제물 도착)

한일 등기관 등 상호연수는 양국의 연수생들이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연구 과제를 정하고, 양국을 9일 정도 방문해 연구과제에 대해 토의하고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20회에서는 한국세션이 먼저 시작된 후, 일본 연수생의 연구과제 및 질문사항이 도착했다. 부동산 등기 1은 ‘부동산 등기의 진정성 담보’가 주제였다. 이번 20회 학술대회와 동일한 주제이기도 하고 부동산 등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서를 받고 열심히 책을 찾아본 것 같다. 특히나 사법정책연구원에서 그동안 많은 연구 과제를 발표했는데, 이번 주제에 관해 연구책자가 발간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늘 부동산 등기법 실무제요만 보느라 나무만 보고 숲은 볼 수가 없었는데, 주제에 관하여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면서 많이 공부하게 됐다.

▶ 연수-2 (일본연수생 도착)

4~5월 간 2차례 서면으로 연구과제에 대한 문답을 하면서 어느덧 한국세션이 곧 시작됐다. 9일간 자리를 비워야 했기에 연수에 들어가기 전 배당됐던 등기신청도 주말에 나와 전부 교합했고, 일본 연수생에게 보여줄 우리나라의 부동산 등기에 관한 자료들도 준비했다.

짐을 모두 챙겨 9일간 혼자 독박 육아를 해야 하는 아내와 처음으로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낼 아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지고 교육원으로 출발했다.

오리엔테이션 이후 처음 만나는 교수님과 연수 담당 계장님, 연수생분들과 오랜만에 재회하고 곧바로 공항으로 배웅을 나갔다.

무척 긴장되었다. 이번 연수를 대비해 오리엔테이션 이후에 사이버연수원에서 비즈니스 일본어 강의도 보고, 차에서 늘 일본어 회화를 듣고 따라 하고, 유튜브에 올라온 일본 예절에 대해서도 틈틈이 보았지만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실제로 출국장을 나와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교육원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생각과는 다르게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 연수-3 (연구토의와 견학, 문화탐방)

연수 중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본연수생 중 같은 분야의 파트너와 짝꿍이 되어, 밥도 같이 먹고 자리도 나란히 앉아 토의도 같이해야 한다. 내 파트너는 오스미 요스케 씨였다. 나이는 4살 연상이고, 도쿄법무국에서 부동산 등기관으로 업무를 하고 있었다. 첫날의 긴장감이 다소 풀어졌는지 나의 일본어도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좀 더 쉬운 단어를 선택하여 말을 하니, 상대방도 쉽게 알아듣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알아듣지 못할 때는 파파고 어플을 이용해 바로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의중을 알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부동산 제도에 관해 실무적인 부분이나 등기관 개인으로서의 고민 등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3~4일 정도 교합이 늦어지면 재촉 전화가 온다고 했더니, 일본은 9일 정도 지나면 전화가 온다고 한다. 또 민원상담을 하는데 등기신청인이 민원상담까지 받았는데, 왜 보정이 있냐고 따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전산정보센터(분당), 대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 등 법원 여러 기관을 견학하기도 했다. 특히 전산정보센터나 대법정은 지방에 근무하는 내 경우, 일본 연수생과 동일하게 처음 방문하기 때문에 신기하기도 했고, 우리 부동산 등기의 전산 처리 과정을 보고 놀래는 일본 연수생 앞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주말에는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N타워에서 열쇠를 걸었으며, 명동에서 난타 공연을 보고, 인사동을 구경했다. 지하철을 타고 교육원으로 돌아오면서 함께 사진도 찍고 빙수를 먹으며, 인간적인 정을 나눌 수 있었다.

▶ 연수-4 (제20회 한 일 등기관 등 상호연수 국제 학술 대회)

이번 한국세션에서 가장 큰 행사인 국제 학술 대회에 연수생 자격으로 참석하게 됐다. 지난 20년간의 상호 연수를 기념하여 법원공무원교육원의 주최로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학술 대회가 개최됐다. 법원공무원교육원장님을 비롯하여 교수님, 일본 법무총합연구소의 관계자분들도 모두 참석하는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너무나 좋았다.

상호연수뿐만 아니라 학술 대회까지 담당하느라 너무나도 고생하신 채성미 계장님의 노고로 마지막까지 훌륭하게 마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라고 느꼈는지. 다시 한번 수고하셨다고 박수 쳐 드리고 싶다.

▶ 연수-5 (종합발표)

연수의 마지막은 일본 연수생이 연구 자료에 대해서 발표하고, 한국 연수생의 종합 견해와 한국 측 관계자들의 질문, 일본 연수생의 답변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올해는 특별히 학술대회에 참석하신 일본의 법무총합연구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그래서인지 일본 연수생들이 준비하느라 고생했지만 더욱 뿌듯했는지도 모르겠다.

종합 발표 후, 함께 수료증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처음 서먹서먹해서 떨어져 있던 서로의 거리가 그동안 느낀 정만큼 딱 붙어있었다.

▶ 안녕~ 하반기 만남을 위하여

9일간의 정신없었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일본 연수생들을 배웅하고 나오면서 10월에 있을 일본세션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예전에는 우는 일본 연수생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일정이 남아서였을까? 우는 연수생은 없었다.

이번 한국세션을 통해 한국과 일본 연수생이 우정을 쌓았고, 애정이 더 커진 것 같았다. 서로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법원 공무원을 대표하여 연수과정에 선발된 것부터가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채워주는 과정이었고, 우리는 ‘원팀’ 이었다.

꿈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일본 세션을 위해 연구자료를 작성하던 중에 이 좋은 추억을 다른 법원가족에게도 공유하고 싶어 못 쓰는 글이지만 몇 글자 적어본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연수생으로 선발되어 개인적으로 너무나 고마웠고, 법원공무원교육원장님, 김명수 교수님, 채성미 계장님, 박병일, 정정환 사무관님, 손정원, 황윤미 계장님 부족한 막내 잘 챙겨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10월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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