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즐거움] 나의 일 나의 삶 3 - 절반의 '수면교육'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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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4

저녁 여덟 시면 우리 집엔 모든 조명이 다 꺼진다. 딸아이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온 것이다.

요새 육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통잠’과 ‘수면교육’이다. 육아 블로그나 육아 카페의 글들을 보아도 부모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아이의 잠이 아닐까 한다. 보통 생후 6개월이 넘어가면 밤에도 먹지 않고 8~10시간을 쭉 잘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통잠 잔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통잠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 ‘수면교육’이다. 이를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말하는 전문가들은 적정한 수면을 통한 규칙적인 일과를 제공하여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결과적으로 부모는 육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수면 관련 육아서적에서 제시하는 수면교육에는 ‘울려서 재우기’와 ‘울리지 않고 재우기’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울려서 재우기’ 계열로 일찍 재우고 울다 지쳐 잠들게 하라는 ‘웨이스 블러스법’, 아이가 울 때 자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서 달래주라는 ‘퍼버법’이 있다. ‘울리지 않고 재우기’ 계열은 같이 자며 아이의 요구에 지체 없이 응하라는 ‘시어스법’과 ‘팬틀리법’, 아이를 재울 때 ‘쉬~’소리를 내며 안았다 눕히기를 반복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 ‘호그법’이 있다.

수면교육을 시도할 때 아이를 울려야 한다와 울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어서 이런 방식 중에 어떤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한 아이들 저마다의 기질과 각 가정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처음에 우리 부부는 호그법과 퍼버법을 접목해서 수면교육을 시작했다. ‘쉬~’소리를 들려주며 안고 있다가 잠이 들 때 즈음에 아이방에 눕히고 아이가 울면 1~2분 기다렸다가 안아주었다. 그러나 수면교육의 핵심 포인트인 ‘스스로 누워서 잠이 드는 아이’는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엄청난 목청으로 울어대는 아이를 보면서 ‘스스로 누워 잠들기’를 포기하고 잠이 드는 시간만 일정하게 맞추기로 목표를 낮추었다.

그래서 다시 정한 방식이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야 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가 지는 저녁 일곱 시 즈음부터 집안의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목욕을 한 뒤 안아서 아이를 재우는 것이다. 생후 4개월 무렵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수면교육을 했는데, 생후 19개월이 지나고 있는 요즘은 여덟 시쯤 완전히 잠이 든 아이를 침대에 눕히면 깨지 않고 아침 여섯 시 정도까지 잠을 잔다. 비록 위에서 말한 ‘스스로 누워 잠들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밤새 쭉 자는 ‘통잠’은 절반의 성공이라 말하고 싶다.

정보가 매우 부족했던 육아 초반에는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과 아이가 좀 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밤 10~11시까지 아이를 재우지 않았다. 매일 잠드는 시간이 달랐고 이런 불규칙한 수면패턴 때문에 아이와 나 모두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곤욕이 되었다. 피곤에 찌든 몸으로 아이를 대하다 보면 울음소리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육아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육아가 너무나 힘들다고 생각했을 때 수면교육에 대해 접하게 되었는데 아이와 따로 자는 첫날에 나는 울음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숙면을 취했다. 오히려 남편이 더 예민하게 아이의 방에서 나는 소리에 반응하고 새벽에 깬 아이를 다시 재웠기 때문에 엄마인 나는 몇 달 만에 잠다운 잠을 잘 수 있었다.

수면교육을 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아이가 쭉 잠을 자니 우리 부부도 밤에 푹 잘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느끼는 육아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었다는 것이다. 나의 심신이 안정되자 아이에게 더 많이 웃어주고 즐겁게 놀아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하루 중 낮잠 시간도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되었고 예측 가능한 아이의 일과표가 자리 잡히자 육아가 좀 더 수월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비록 반쪽짜리 수면교육의 성과였지만 엄마가 육아에서 여유로움을 가지면 아이의 예쁜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이렇게 안아줘야만 자는 아이인데 어린이집에서는 자기 이불 위에 누워 혼자서 잘 잔다고 한다.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과연 혼자 낮잠을 잘 수 있을까 너무나 걱정이 되었는데 이런 엄마의 마음이 무색하게 잘 적응하며 잔다고 하니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배신감도 든다.

혼자 충분히 잘 수 있는 아이인데 왜 집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하는 걸까? 따져보면 이건 우리 부부가 아이를 혼자 잘 수 없게 자초한 면이 크다.

내가 6개월 전부터 복직을 하면서 워킹맘 대열에 합류했다. 퇴근 후에 부지런히 집에 와도 저녁 일곱 시이고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가득한 채로 엄마를 격하게 반기는 아이와 짧은 시간 동안 놀아주고 목욕을 시키면 어느새 재울 시간이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같이하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재울 때만이라도 실컷 안아주겠다는 것으로 표출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우리 부부가 서로 아이를 재우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아이도 우리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최근에 눕혀서 재우기를 시도했다가 절대 혼자서는 잘 수 없다며 목을 끌어안고 온몸으로 저항하는 바람에 결국 안아서 재우고야 말았다. 아직은 혼자 자기 이르구나 하면서 여태껏 안아준 것이다.

어쩌면 수면교육 같은 건 처음부터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자랄 때는 이러한 용어나 육아방식이 없었고, 언젠가는 아이가 혼자 잠이 들 날이 올 것이다. 그렇지만 독박육아, 극한육아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가까이에 육아 조력자가 많지 않은 오늘날에는 아이가 잘 자주는 것이 부모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도 수면교육이 필요했고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의 방식대로 잘 자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

아이를 안고 곱슬곱슬한 머리카락과 작은 몸을 어루만지다 보면 이렇게 잠을 재우는 날이 무한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오늘 저녁에도 나는 수면교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아이를 안아서 재울 것이다.

비록 반쪽짜리 수면교육의 성과였지만
엄마가 육아에서 여유로움을 가지면
아이의 예쁜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글. 하유정 실무관(대전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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