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즐거움] 나의 일 나의 삶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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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즐거움] 나의 일 나의 삶 2 - 선순환 고리

2019.07.04

몇 년 전에 어느 사찰의 템플스테이를 간 적이 있었다. 1박 2일 일정으로 실제 승려가 되려고 하는 수련스님들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었는데 여러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그중에서 지금도 뇌리에 깊게 새겨진 기억이 있는데 둘째 날 새벽에 108배를 한 후 그날 템플스테이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 다과를 하는 중에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본인의 고민거리를 털어놓았고 그중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 그 다과를 주도하는 스님의 말씀이 있었는데 핵심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타인에게 좋은 마음가짐으로 대하면 그것이 선순환 고리가 되어서 결국 자신과 주위에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이 넓게 퍼진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그 얘기가 유독 인상 깊게 느껴졌다.

법원에서 민원인을 상대할 때면 그때 그 기억으로 늘 좋은 태도로 민원인을 대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순환근무로 상주지원 종합민원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농업을 위주로 생활하는 곳이다 보니 민원인들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많았다. 민원업무라는 것이 아무리 도움을 주고 싶어도 법원 업무의 특성상 도울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아주 세부적인 것까지 도움 받기를 원하는 어르신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주중에는 상주에서 생활하고 주말에 대구에 있는 집에 가곤 했었는데 그날도 퇴근시간이 다 돼서 퇴근하려는데 오후 6시를 갓 넘겨서 한 어르신이 종이 한 장을 들고 종합민원실에 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본인이 예전에 재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어디서 어떤 재판을 받았는지 몰라 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속으로 ‘지금 바로 가도 퇴근시간이 겹쳐서 차가 많이 밀리는데 컴퓨터를 다시 켜고 여기저기 검색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차라리 6시가 넘었으니 지금은 안 되고 다시 오라고 할까’ 같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 민원인분은 나이도 많은데 오늘 가시면 다시 오시기가 어렵지 않을까, 집이 멀어서 오늘 마음먹고 오시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다시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 해보니 다른 관내 사건이고 그 법원을 직접 가야 해결되는 일이었다. 비록 퇴근시간은 한참 늦어졌지만 그 어르신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고, 그 일은 기억 속에 잊혀졌다. 그 후 시간이 지나 해가 바뀌고 어느덧 산책하기 좋은 봄이 왔다. 점심을 먹은 후 이어폰을 끼고 벚꽃이 만발한 길을 산책하는데 어느 어르신이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작년에 법원에 간 적이 있는데 나를 봤고 도움을 받아서 일을 수월하게 했다면서 들고 있는 비닐봉지에서 곶감을 하나 주셨다. 잠깐 동안이지만 서서 얘기를 나눴고 법원이라는 곳이 볼일이 있다 하더라도 선뜻 가기가 쉽지 않다고 자기 같은 노인들이 물어보러 가면 잘 가르쳐 주라고 하셨다. 너무나도 소소하고 일상적인 사건이었지만 최소한 그 어르신한테만은 법원이란 곳은 그리 딱딱한 곳만은 아니었지 않았을까? 전국 법원에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인이 방문하고 적지 않게 크고 작은 소동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법원이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에게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거대담론이 아닌 민원인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작은 실천이 더 큰 선순환 고리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도 민원업무에 고생하시는 모든 법원 직원분들에게 존경심을 담아 힘내시라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타인에게 좋은 마음가짐으로 대하면
그것이 선순환 고리가 되어서 결국 자신과 주위에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이 넓게 퍼진다.

너무나도 소소하고 일상적인 사건이었지만
최소한 그 어르신한테만은 법원이란 곳은
그리 딱딱한 곳만은 아니었지 않았을까?

글. 전우찬 실무관(대구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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