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간] 새로운 한 해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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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간] 새로운 한 해를 상상하며 - 밀양지원 직원들

2021.01.09

밀양지원

새로운 한 해를 상상하며
밀양지원 직원들

“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한 아인슈타인부터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마법이 아니라 상상을 잘 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한 작가 조앤 롤링의 말을 생각해보면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상상’이 아닐까. 힘든 한 해를 보낸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한 해는 어떤 모습인지 밀양지원 직원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글. 노초롱 사진. 홍승진

하루하루 깨달은 일상의 소중함
점심시간에 맞춰 배달된 도시락을 보자 네 사람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짓는다. “밀양에 이런 도시락을 하는 데가 있어요?”라는 질문부터 “어디에서 찾았냐”는 궁금증까지. 밀양지원 가까이에는 식당이 없어 멀리 가지 않는 한, 직원들은 대부분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하니 새로운 느낌을 주는 도시락이 제법 반가운 모양이다.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것은 물론, 도시락집 상호명을 알아보고 지도에서 위치를 파악하는 등 열띤 반응을 보였다.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가 도시락을 먹기 직전에야 마스크를 벗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벗으면 제일 먼저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주수빈 실무관이 먼저 답했다.
“올해부터는 마스크 없이 다닐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나 봐요. 마스크 없이 편하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요. 친구들을 만나도 밖에서 이야기해야 하니까 어서 사람들 많은 실내 공간에서도 편안하게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주수빈 실무관이 소소하게는 커피지만, 짧게나마 떠났던 여행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말하자 박재찬 실무관도 “동기와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여행 스타일이 잘 맞아서 다시 오자고 했었는데, 그 약속이 무기한 연장이 되었네요”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최원준 사무관도 코로나19로 새삼 여러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했던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고, 여행을 가고, 운동을 하면서 보냈던 일상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많이 느낍니다. 밀양지원에 와서 직원들과도 어울리고, 밀양 8경으로 꼽히는 곳도 다 돌아보고 싶었는데, 결국 서너 군데밖에 가보지 못했어요.”
이팝나무가 활짝 피는 봄에 가야 제격이라는 위양지를 겨울에 다녀왔다는 최원준 사무관은 그래도 “아무도 없는 데서 홀로 산책하니 나름 운치가 있더라”며 코로나19 시대의 여행에 대해 덧붙였다.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거죠. 전 세계가 비자 없이 거의 통합된 시대를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국경이 선명히 그어지고, 하늘길이 다 막혔으니까요.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동서양이나 국가 간 대립이 격화되고, 반 국제화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이 현실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박이랑 판사의 말처럼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잠식한 한 해. 하릴없이 모두가 일상을 멈추고 견딘 하루하루가 지나 어느덧 새해가 찾아왔다.

밀양지원

새로운 내일에 대한 상상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밀양지원 직원들에게 놀라운 상상이 더해진 책이나 영화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주수빈 실무관은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을 꼽았다.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신비한 동물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가득 펼쳐지는 흥미로운 영화다.
이어 최원준 사무관은 영화 <인셉션>을 이야기했다.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주인공이 타인에게 원하는 생각을 심는 ‘인셉션’ 작전을 수행하게 되는 내용은 언제 봐도 놀라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한 번 봐서는 영화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워 다시 보려고 했는데, 그만 도중에 잠이 들어버렸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박이랑 판사는 조금 더 가까운 미래를 담은 책과 영화를 추천했다. “1932년에 출간 된 <멋진 신세계>에는 여러 미래 모습이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결혼이 없어진 사회를 그렸습니다. 소설에서 결혼이 종식된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배양장치와 노화방지 기술력 덕분이었어요. 즉 임신, 출산, 결혼, 가족이라는 결혼의 주요 기능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거죠. 아직까지는 법적, 윤리적 논란이 있겠지만 현재 인공자궁기술이 상당히 발전된 것을 보면 상당히 가능성 있는 미래 같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조차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결혼의 본질과 미래에 대해 1932년에 이미 꿰뚫은 놀라운 소설이라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현실성 있는 상상력이 잘 발휘된 작품이라며 유전자 조작 사회를 그린 영화 <가타카>도 빼놓지 않았다. 밀양지원 직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당분간 이어질 집콕 아이템에 차곡차곡 리스트를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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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길
그러고 보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격근무나 재택근무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법원에서도 선별적으로 재택근무나 스마트워크를 시행하고 있는데, 밀양지원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스마트워크로 연결이 돼 있어서 밀양지원 직원이 서울에 있는 법원에 출근해서 일할 수 있어요. 법원 업무도 점점 전자화되는 추세라서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도 확대될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유출의 위험 같은 보안의 문제가 있어서 이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이랑 판사의 말에 최원준 사무관은 “판사님 말씀처럼 제가 하는 업무가 공탁 등기와 관련한 업무라서 보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재택근무를 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자 박재찬 실무관도 “아직까지는 종이 서류상으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도 많은 데다 연세가 높은 민원인들은 전자 시스템을 다루기 힘들고, 위임을 맡기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원인의 사건을 접수하고 보안을 유지하는 법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코로나19가 해를 넘어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새해가 밝았으니 새해 소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대부분 비슷한 답변이 돌아온다. 주수빈 실무관과 최원준 사무관 그리고 박재찬 실무관까지 “고향으로 가서 가족, 지인들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이다. 아무래도 지난해 어려운 시국 속에서 가족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진 탓일 것이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기차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박이랑 판사의 말처럼 직원들 모두 ‘여행’에 대한 갈증을 토로했다.
지난해 잘 버틴 만큼 올해는 모두가 꿈꾸는 소망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길. 무엇보다 코로나가 없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바람은 신축년 새해,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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