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행] 해맑은 상상이 펼쳐지는 밀양

테마법원

2021.01.09

해맑은 상상이 펼쳐지는 밀양

해가 좋아 품질 좋은 농산물이 생산되는 땅. 그리고 맑은 심성을 지닌 사람들이 순박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도시. 밀양시가 내세우는 이미지처럼 밀양은 해가 비추는 따뜻한 곳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수수하게 정돈된 밀양에 잠시 머물다 보면 어느새 내 얼굴에도 말간 미소가 지어진다.

글. 노초롱 사진. 이정도

영남루

강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누각 영남루
옛 선인들에게도 풍류를 즐길 만한 명당은 쉬이 지나치기 어려웠나 보다. 남원에 광한루, 삼척에 죽서루 그리고 밀양에 영남루가 그 시절 낭만을 대변해 준다. 사실 영남루는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고초를 겪으면서도 이 자리를 지켜왔다. 처음 이 터에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영남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종각인 금벽루만 스러진 채 남아있자 고려 시대 공민왕 때 당시 군수가 이 절터에 누각을 지었다. 이후 조선 시대에는 화재와 함께 훼손되었다가 헌종 10년(1844)에야 다시 세워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누각 마루에 서서 시원하게 펼쳐진 밀양강의 경관을 보노라면 왜 영남루가 우리나라 최고의 누각으로 손꼽히는지 알 것 같다. 누각의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당대 최고 문인들의 글 또한 누각의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

그날의 함성이 메아리치듯 해천 항일운동 테마거리
영화 <암살>에서 약산 김원봉은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후 영화 <밀정>에서도 짤막하게나마 김원봉과 의열단에 대한 내용이 나오며 잠시 잊혔던 독립투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밀양시는 2016년 약산 김원봉 생가지를 매입하면서 항일운동거리에 전국 최초로 의열기념관을 건립했다.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충의(忠義)에 앞장선 사람’을 일컫는 의열지사(義烈志士)들의 항일독립투쟁사를 소개하고 있는 이곳에는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의열단의 강인한 호국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다. 1층에는 의열투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2층에는 의열단 창립단원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해천 주변에 자리한 독립운동가의 생가터와 항일독립투쟁 유적지 등을 알 수 있는 청동지도판이 있다. 의열기념관을 나와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를 걷다 보면 100년 전 1919년 3월 13일 영남지역 최초로 독립만세운동을 펼친 밀양인들의 숭고한 희생과 그날의 독립만세 함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표충사

원효대사가 창건한 표충사
표충사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불교와 유교가 함께 자리한 독특한 사찰이다. 신라 무열왕 원년(654)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는데, 당시 이름은 죽림사였다. 당시부터 현재까지 주변에 대나무숲이 우거진 것으로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이름이다. 그러다 흥덕왕 4년(829)에 이름이 영정사로 바뀌었고, 이후 사명대사의 8대 법손인 천유대사가 나라의 지원을 받아 표충서원을 영정사로 옮겨오고 중창하면서 절 이름을 표충사로 바꾸었다. 서원을 품으면서 표충사에는 유교와 불교가 공존하게 됐다. 사당이 자리한 만큼 현재에도 이곳에서는 일 년에 두 차례 향사를 열어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사명대사·서산대사·기허대사를 기리고 있다.
표충사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첫째가 사당 영역, 둘째가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한 영역, 셋째는 대광전 영역이다. 유교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당 영역을 지나면 여느 절과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 유교와 불교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사찰에서 새해 소망을 담아봄은 어떨는지.

호박소계곡

독특한 지형이 만든 호박소 계곡
밀양시내에서 약 30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유명한 얼음골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그냥 지나치기에는 다소 아쉬운, 호박소 계곡이 펼쳐진다. 오랜 세월 계곡물이 지나간 자리는 매끄러운 바위를 만들어냈고, 물방울이 모이는 중심부에는 움푹 파인 신비로운 계곡이 형성됐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호박소는 10여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만든 움푹 팬 못으로, 방앗간에서 쓰는 절구의 일종인 호박처럼 생겼다고 해 호박소라 불린다고 전해진다. 옛날 이 못의 깊이가 궁금했던 사람들이 돌을 매단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보았지만 끝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가뭄이 오래 이어질 때 기우제를 지내는 기우소였다고 한다. 주변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뿜어내는 호박소는 어느 계절에 가도 황홀한 느낌을 자아낸다.

돼지국밥

진한 국물이 전하는 온기 - 밀양 돼지국밥
돼지국밥이라고 하면 흔히 밀양보단 부산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밀양 또한 부산 못지않게 돼지국밥으로 이름난 곳이다. 그래서 밀양역 앞은 물론, 밀양 시장 어느 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돼지국밥집을 발견할 수 있다. 경상도 각 지역에 따라 대구식, 밀양식, 부산식 등 같은 돼지국밥이라도 각기 다른 특색을 자랑한다.
돼지고기가 듬뿍 든 돼지국밥을 한 수저 뜨고 나면 겨울 추위에 얼었던 몸이 노곤해진다. 누군가에게는 시원한 해장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고향이 느껴지는 소울 푸드로 허기진 몸과 마음을 채워주기에 더없이 충분한 맛을 전한다. 투박한 한 그릇에 그 이상 더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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