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休]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도시 부천

테마법원

2020.07.02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도시
부천

경기도 중서부에 위치한 부천시는 199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진 동시에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구축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인천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으로 높은 인구 밀도를 나타내는 부천은 창의적인 예술을 꽃피우는 문화 도시로서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는 곳이다.

글. 노초롱 + 사진. 홍승진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는 한국만화박물관
지금처럼 놀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텔레비전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만화책이었다. 네모 칸 안에 빼곡히 들어찬 그림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금세 날이 저물곤 했다. 친구한테 빌려 온 만화책을 시간 내에 다 보기 위해 교과서 밑에 두고 몰래 보던 기억까지 따지고 보면 어릴 적 만화에 얽힌 추억은 한둘이 아니다.
이와 같은 아련함을 간직한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호기심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한국만화박물관은 한국 만화 100년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사라져가는 만화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만화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높이고자 2001년 개관한 이곳은 25만여 권의 만화와 더불어 자유롭게 애니메이션을 열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1, 2층의 상영관과 열람실에서 만화에 대한 추억을 상기했다면 3층부터는 본격적인 만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추억의 만화방과 골목길을 재현해 놓은 상설전시관과 다양한 만화 관련 주제를 다루는 기획전시실, 진동과 바람의 효과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입체상영관까지 두루 살펴보면 한국 만화의 역사가 머릿속에 잘 정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어 4층에서는 직접 만화가가 되어 평소 꿈꾸던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체험해볼 수 있다. 만화에서 웹툰으로 옮겨간 시대 흐름에 따라 웹툰 전시 공간을 만날 수 있는데, 미스터리 단편부터 인기작인 윤태호 작가의 <미생>까지 2000년대 이후 손꼽힌 웹툰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만화가들의 작업 도구 중 하나인 라이트 박스를 이용해 직접 만화 캐릭터를 그려볼 수 있는 만화 그리기 체험존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아기공룡 둘리부터 미생의 장그래까지 인기 있는 캐릭터와 만화 주인공을 그려보면서 만화가의 작업 과정을 체험하다 보면 어느새 만화에 푹 빠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를 배경으로 한 야구 체험 공간과, 조선 시대 왕들과 메신저를 통해 대화해볼 수 있는 체험실 등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흥미를 느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구성돼 있다.

버려진 공간을 재창조한 아트벙커 B39
지난 2018년 개관한 ‘아트벙커 B39’가 있던 자리는 원래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지난 1995년부터 하루 200t의 쓰레기를 처리하던 소각장이 어떻게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일까. 당시 환경부가 이곳 소각장에서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발표하자 시민들은 적극적인 환경 운동을 펼쳤고, 그 결과 2010년 소각장이 완전히 폐쇄됐다.
그 뒤로 흉물처럼 방치돼 있던 폐소각장은 부천시와 부천문화재단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트벙커 B39’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트벙커 B39’의 ‘B39’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돼 있는데, ‘B’는 부천의 영문 표기(Bucheon)와 소각장의 벙커(Bunker) 및 무경계(Borderless)의 이니셜을 딴 것으로, 모든 영역과 과거·미래 세대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 숫자 ‘39’는 소각장 쓰레기 저장용 벙커 높이가 지하에서 꼭대기까지 39m였다는 것과 소각장 앞 39호선 국도를 담아 함축한 것이다. 또한 ‘B39’를 빨리 발음하면 ‘비상구’라고도 들리는데, 이 또한 남다른 뜻이 숨어있다. 환경보전이야말로 기후 환경위기 시대를 맞은 지구의 마지막 비상구란 의미를 강조함과 동시에 과거 쓰레기 소각장이 배출하던 다이옥신을 상기하며 환경오염을 잊지 말자고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재탄생된 이곳은 크게 재생 공간과 존치 공간으로 나뉘어 각종 전시와 공연, 교육이 가능한 복합문화시설로 변모하는 데 성공했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2018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쓰레기 소각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국내 최초 사례라는 점과 문화재생의 롤모델로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까지도 관심을 보이는 등 선제적인 발자취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한때 혐오 시설이었던 오명을 벗고 재탄생한 ‘아트벙커 B39’. 도시재생의 선두주자로서 놀라운 변신을 꾀한 만큼 앞으로도 부천 시민들과 방문자들에게 새로운 문화 비전을 제시해나갈 것이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상동호수공원과 안중근공원
부천에 여러 공원이 있지만 그중 상동호수공원은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한다. 호수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허브마당과 들꽃마당이 자리하고 있고, 도시 속의 자연환경을 학습할 수 있는 도시텃밭과 생태논, 야외교육장도 갖춰져 있다. 다양한 체육 시설과 더불어 부천시에서 유일하게 조성된 X-게임장이 있어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기기에 좋다.
공원 전체를 감싸는 둘레길 사이로 부천시의 크고 작은 축제와 문화 공연이 열리는 상동호수공원은 도심 속 생태적 가치를 높이며 시민들의 휴식처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편, 1994년 부천 시민들의 여가 및 야외 활동을 장려하고, 쉼터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건립한 중동공원은 2009년 중국 하얼빈에서 반입된 안중근 의사의 동상을 옮겨오면서 명칭을 안중근공원으로 변경했다. 그럼으로써 단순한 공원이 아닌 역사적 의미를 담은 체험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공원에는 안중근 의사의 동상뿐만 아니라 그의 기개가 담긴 어록을 새긴 유묵과 생애를 소개한 조형물, 유언 비석 등이 자리하고 있어 안중근 의사의 기상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또한 한쪽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자 시민들의 모금으로 건립된 기립비도 역사적 의미를 더하고 있다. 때문에 여느 공원들과는 다르게 입구에서부터 곳곳을 지나칠 때마다 묵직한 상념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한국만화박물관과 아트벙커 B39, 안중근공원으로 살펴 본 부천은 급격한 도시화 이면에 잠시 뒤로 잊힌 것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으며, 다시 주목받을 수 있도록 재탄생시켰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창의적인 문화 도시로서 다채로운 축제를 열어가는 부천시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까닭이다.

부천지원 직원들이 추천하는

부천의 명소 바로 이곳!

부천의 랜드마크 ‘한국만화박물관’
2001년 개관한 최초의 만화 전문 박물관인 한국만화박물관은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구성되어 상설/기획전시관, 만화도서관, 교육실, 만화영화상영관, 수장고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현재 <고바우 영감>, <엄마 찾아 삼만리> 등 5~60년대 대표적인 작가들의 육필원고 8만여 점과 <코주부 삼국지>를 비롯한 만화 단행본, 희귀 잡지 및 작가 소장품 등 2만여 점이 보관된 만화도시 부천의 랜드마크로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 김원진 실무관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 ‘아인스월드’
아인스월드는 건축물 테마파크로, 전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영국 버킹엄 궁전, 프랑스 에펠탑,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호주 오페라 하우스 등이 전시되어 있고, 건축물 앞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한 데이트 장소로 꼽힙니다. - 김현주 행정관

가족, 연인과 함께하기 좋은 ‘상동호수공원’
상동호수공원은 ‘자연과 함께 문화를 만들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민참여공원’을 기치로 내걸고 커뮤니티대강당, 전통농경문화센터, 생태논, 정원 및 생태텃밭 등의 장소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및 전문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가족, 연인과 함께하기 좋은 곳입니다. - 홍문기 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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