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그곳]지식재산권의 공명정대한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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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그곳]지식재산권의 공명정대한 파수꾼_특허법원

2019.02.07

‘총성 없는 전쟁’, 특허전쟁이 전 세계에 걸쳐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급속한 기술 발전 속에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특허 관련 분쟁이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사의 기술 유출 등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보호하기 위한 소송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특허법원의 역할과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 위한 전문법원

대전광역시에 자리한 특허법원은 지식재산권(IP)의 적정한 보호를 목적으로 1998년 3월 개원해 지난해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고등법원급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은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품종보호권에 관한 심결취소소송과 민사항소사건을 관할하고 있다. 개원 당시 3개의 재판부와 기술심리관 9인 체제였던 특허법원은 현재 5개의 재판부와 23인의 기술심리조사관 체제로 성장했다. 아시아 최초의 지식재산권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은 2010년 우리나라 법원 최초로 전자소송시스템을 도입해 전자소송을 개시했다. 현재 특허법원에는 104명의 법원가족이 근무하고 있으며 법관은 조경란 법원장을 포함해 17명이 있다. 또한 주요 주제에 관한 심층연구활동으로 법관들의 재판 업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17년 국제지식재산권법 연구센터가 설치, 2인의 연구원이 근무하며 활발한 연구활동 수행 및 특허법원의 다양한 국제교류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허법원은 우리나라에서 부설 연구센터가 설치된 유일한 법원이기도 하다.

글로벌 IP 허브로서의 특허법원

특허 등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은 국경 제한 없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허법원은 이러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5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이 콘퍼런스는 전 세계 지식재산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지식재산권 소송과 관련한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로, 수준 높은 국제 학술행사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IP 전문법관과 실무가들이 교류하는 국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 열린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에서는 한국, 미국, 독일, 일본, 중국, 태국, 인도, 베트남 등 세계 8개국에서 온 판사 및 전문가들이 200여 명의 실무가와 함께 ‘Court, IP and protection’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조재연 대법관(현 법원행정처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를 ‘법원, IP 및 보호’로 정하고, 특허, 영업비밀, 디자인 분야에서 이 주제를 관통하는 심층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향후 우리 실무와 법리 발전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라고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했다.

외국어 변론이 가능한 국제재판부

특허법원은 해외 당사자 사건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국회에서 2017년 법원조직법을 개정, 외국어 변론이 가능한 국제재판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국제재판은 해외 당사자 비율이 30%가 넘는 우리나라의 특허소송 여건에서 법정에서의 언어 장벽을 낮춰 사법 접근권을 강화하고, 특허법원 등 전문법원이 글로벌 IP 허브 코트로 도약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현행법상 법정에서는 ‘국어 사용’이 원칙이지만, 국제재판부에서는 양 소송 당사자가 동의하고 법원이 허가하면 외국어 변론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다만, 국내 당사자에 대한 역차별을 없애기 위해 신청 상대방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국제재판으로 진행되지 않고, 국내 당사자에게 외국어 사용이 강제되는 것도 아니다. 재판부는 국어로 소송을 지휘하고, 판결서 역시 국문으로 작성하되, 당사자 간 다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의사소통 문제와 공개재판주의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모든 변론 과정 및 의견 진술에 대하여 법원에 소속된 통역인이 수준 높은 통역을 제공한다. 또 국문 판결서에 대한 영문 번역본도 제공해 다른 나라에서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유력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특허법원에서는 지난해 제1호 국제재판의 변론이 열려 차질 없이 진행됐다. 현재 국내 법원 중 국제재판부를 두고 있는 곳은 특허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두 곳이다.

과학콘서트와 특허소송 변론경연대회

특허법원은 일반 시민들 및 관련 직역 종사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과학콘서트는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과학기술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과학기술계와의 열린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에는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 카이스트와 함께하는 과학콘서트를 마련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중에게도 친숙한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포함하여 이상엽 교수(생명화학공학과), 오준호 교수(기계공학과)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교수들이 강연자로 나서 과학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들은 물론 미래 꿈나무인 청소년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강연을 진행했다. 소정의 요건을 갖춘 참가자에게는 특허법원과 카이스트가 인증한 수료증을 전달했다.

특허소송 변론경연대회는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분쟁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예비 법조인에게 특허소송 실무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의 지식재산권 전문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해 특허법원과 특허청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이다. 2014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 2회 대회부터는 경진 분야에 상표 부문을 추가하며 비이공계 출신 법학전문대학원생의 참여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허법원 판사들과 특허심판원 심판관들이 출제한 특허소송 및 상표소송의 각 사례형 문제에 대해 참가자들이 변론을 위한 준비서면을 작성·제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에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변론경연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중 15개 대학원에서 35개 팀이 참여, 서면심사를 통해 24개 팀(특허분야 16개 팀, 상표분야 8개 팀)이 본선 진출팀으로 선발돼 열띤 경연을 펼쳤다.

이 밖에도 특허법원 봉사활동 단체 ‘사랑나눔회’는 지역사회에 온정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사랑나눔회는 지난해 3월과 8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결연기관인 중증장애 영·유아 거주시설 ‘한걸음’과 사회복지법인 살레시오 수녀회 ‘대전나자렛집’ 등을 방문해 기증물품과 후원금을 전달했다. 조경란 특허법원장은 “특허법원은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 활동도 지속해서 펼쳐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최덕철 _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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