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해안 절경, 달동네 산책의 앙상블_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인근 여행지

테마법원

2017.12.04

서부지원

부산은 ‘두 얼굴의 도시’다. 북적이고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고즈넉한 공간들이 긴 호흡으로 다가선다. 해안 절벽, 국내 1호 해수욕장, 삶의 향취가 묻어나는 산동네 등은 부산이 오랜 세월 보듬은

진면목들이다.

부산 동쪽이 광안리, 해운대로 들썩인다면 서쪽은 호젓하고 수더분한 공간들이 주를 이룬다. 부산의 고전적인 여행지인 태종대와 송도 해변이 서남부 바닷가에 자리하고, 산복도로변의 감천문화마을 역시 향수를 자극한다.
부산 서쪽 관광의 대표주자는 태종대다. 기암괴석이 멋스러운 태종대는 오륙도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명승지다. 태종대로 가는 길부터 기분이 들뜬다. 태종대의 관문인 영도다리는 도개교인 옛 모습을 되찾았고, 절영해안도로 역시 수려한 해변 경치로 마음을 먼저 다독인다.

다대포 해변

다대포 해변은 부산의 일몰 포인트로 손꼽히는 곳이다.

케이블카

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로 새롭게 단장된 송도해변.

‘추억의 풍경’ 태종대와 송도 해변
영도 최남단에 들어선 태종대는 파도와 바위 절벽이 빚어내는 아득한 풍광을 선사한다. 태종대는 삼국통일을 달성한 신라 태종무열왕이 절경에 취해 한동안 머물며 풍류를 즐겨 붙여진 이름이다. 숱한 시인과 묵객들 역시 절벽 해안에서 바람을 맞으며 태종대에 몸과 시심을 담았다.
영도 등대, 신선대, 국립해양박물관 등이 태종대길에서 두루 둘러볼 곳이다. 1906년 처음 불을 밝힌 영도 등대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파도와 바위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묵묵히 지켜봐 왔다. 등대는 도서관, 갤러리 등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변신했지만 옛 운치만은 변함이 없다. 순환도로를 걷거나 유람선을 타고 해상일주에 나서면 태종대의 색깔은 더욱 완연하게 다가선다. 망부석이 들어선 신선대와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풍광에는 항구 아닌 코발트색 바다의 부산이 서려 있다.
송도로 향하는 길은 추억의 해변과 조우하는 길이다.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 공식 해수욕장 1호로 등재된 곳이다. 광안리, 해운대의 명성에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100년 넘은 해수욕장의 자취는 지속되고 있다. 고래 조각상이나 거북알 조형물이 송도의 앙증맞은 상징이었다면 최근에는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파도를 가르는 케이블카가 들어서고 바다 위를 거니는 구름산책로가 생겨나 이채로운 풍광으로 단장됐다.
송도 해변 인근의 부산공동어시장 역시 진풍경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고등어의 80%가량이 거래되는 곳으로 가을이면 이곳에서 고등어 축제도 열린다.

‘한국의 마추픽추’ 감천문화마을
서쪽 부산으로 들어설수록 도시 뒤의 풍경이 친밀하게 다가선다. 최근 사하구의 명소로 사랑받는 곳은 감천문화마을이다. 산기슭을 가로지르는 산복도로와 달동네마을은 부산의 세월과 명맥을 같이한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과 근대화의 길목에 선 서민들은 산기슭 계단식 집에서 어깨를 맞대고 살았다. 그 산동네 중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곱게 단장된 파스텔 톤의 동네다. 지역 예술가들과 마을 주민이 뜻을 모아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구현해내면서 감천문화마을은 아기자기한 갤러리, 카페, 벽화 등이 들어선 색다른 공간으로 변신했다. 미로 같은 골목을 거닐다 보면 어린왕자 조각상, 등대 포토 존 등이 반기며 마을에서 공방,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주민들의 생활권 보호를 위해 일몰 뒤 마을 골목 탐방은 삼가고 있는 추세이다.
부산의 끝자락은 낙동강과 만난다. 낙동강이 강의 일생을 마치고 남해에 몸을 던지는 곳에 다대포와 을숙도가 있다. 한때 낙동강 하구의 해수욕장이었던 다대포는 갯벌 화가 진행되며 갯벌 자연 학습장으로 변모했다. 다대포는 매년 12월 31일이면 해넘이 축제가 열릴 정도로 손에 꼽히는 낙조 포인트다. 다대포에서 아미산 전망대를 거쳐 을숙도까지가 강 끝 투어 걷기 코스로 매력적인 곳이다. 갈대숲이 장관인 을숙도는 철새 도래지로 겨울 명성을 묵묵히 이어오고 있다.

겨울이면 철새가 날아드는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먹거리
TiP
“탕으로, 샤브샤브로 먹는
갈미조개!”
겨울 해변 골목에서는 뜨끈한 먹을거리가 제격이다. 바람 부는 포구에서 국물 가득 조개탕을 맛보거나 갓 구워낸 먹장어로 속을 채우면 온몸이 훈훈해진다. 갈미조개, 먹장어 등은 겨울이면 더욱 감칠맛 나는 부산의 별미들이다.

낙동강 하구언 일대는 갈미조개의 산지다. 표준어로는 명주조개지만 부산 사람들은 대부분 갈미조개라 부른다. 하구언 다리 옆 명지시장은 인근 주민들이 잡아온 갈미조개가 한데 모이는 시장이다. 이곳 식당에서 갈미조개는 탕으로 먹고, 샤브샤브로 먹고, 삼겹살과 곁들여 구워먹기도 한다. 탕으로 먹는 갈미조개탕은 타 지역에서 먹는 조개탕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미료 없이 끓여낸 탕은 깊은 맛을 내며 조갯살은 유달리 쫄깃쫄깃하다. 갈미조개탕 국물은 술 마신 뒤 속을 시원하게 풀어줘 해장에도 탁월한 효과를 지녔다.

부산에 가면 놓칠 수 없는 먹을거리가 먹장어다. 부산 곳곳에 먹장어집들이 있지만 태종대 입구나 송도 해변 역시 원조 먹장어집을 표방하며 맛자랑에 나선다. 부산 먹장어는 즉석에서 숯불로 구워먹어야 야들야들한 맛이 제대로 전해진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밴 부산 먹장어는 잔뼈가 없고 부드러워 소금을 친 참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목을 타고 술술 넘어간다. 양념장을 바르거나 상추나 깻잎에 싸먹는 것도 좋다.

부산 서민음식의 대표주자는 돼지국밥이다. 부산에만 전국적으로 소문난 10여 곳의 국밥집이 성업 중이다. 24시간 돼지 뼈를 우려낸 뽀얀 국물에 부추, 겉절이 등을 듬뿍 넣은 돼지국밥은 겨울 별미로 손색이 없다. 서구 보수대로의 신창국밥집은 30년 세월의 구수한 맛을 자랑한다. 서구 대신공원로의 밀양돼지국밥은 내장이 곁들여진 칼칼한 맛이 잘 어우러져 있다.

글·사진_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사진 협조_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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