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_강과 숲 호수와 공원에 머물다_서울동부지방법원 인근 여행지

테마법원

2017.10.02

가을바람이 깃들면 서울은 산책 모드로 변신한다. 서울 동부권은 한강을 축으로 걷고 싶고 놀고 싶은 여행지들이 주변에 그득하다. 숲과 골목, 호수와 공원이 어우러져 가을 나들이를 부추긴다.

한강 변을 걷거나 달리는 기분은 유쾌하다. 오래된 서울의 숨결에 다가서는 느낌이다. 예전에 섬이었던 공간, 나루터였던 포구는 이제는 그 유래만 남은 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다. 한강 변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은 개발 이전의 서울과 느리게 조우하는 듯해 애착이 간다.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는 한강변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잠실대교, 올림픽대교를 거쳐 광진교까지 향하거나, 짤막한 여정을 원하면 성수대교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예전에는 나루터였던 광진교까지는 버드나무길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숲과 동물들의 작은 향연, 서울숲
성수대교 인근에서는 서울숲이 반갑다. 성동구 서울숲은 울창한 숲과 산책로가 잘 조성돼 한강 일대의 보물 같은 곳이다. 일단 서울숲에 붙는 화려한 수식어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뉴욕에 센트럴파크, 런던에 하이드파크가 있다면 서울엔 서울숲이 있다’. 숲에는 참나무, 산벚나무 등 40여만 그루의 한국 고유종 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야생동물들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서울숲을 미로처럼 가로지르는 길에서는 가을 산책의 묘미가 더욱 무르익는다. 30여 곳의 체험공간 곳곳이 조각 작품으로 채워졌다. 거인상 등은 숨바꼭질하는 무대로 변신하고, 잔디밭에서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흩어진다. 이 밖에도 숲 전역에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나비, 곤충뿐 아니라 거북, 도롱뇽 등 흥미로운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전망 데크 옆의 ‘작은 동물의 집’에서는 기니피그들이 앙증맞게 뛰어논다. 꽃사슴 우리에서는 깊은 눈망울의 사슴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오붓한 시간이 주어진다. 서울숲까지 오가는 길은 분당선 서울숲역이 생긴 뒤로 꽤 편리해졌다.

강동구 등 서울 외곽으로 벗어날수록 한강변에는 가을향이 가득하다

서울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서울스카이 전망대

서울숲 곳곳에서 만나는 이색 조형물

최고층 건축물과 유적 사이를 거닐다
서울숲, 뚝섬에서 한강을 건너면 잠실로 연결된다. 석촌호수가 둥지를 튼 송파구 잠실 일대는 서울 동부권 관광의 메카로 변신 중이다. 잠실관광특구는 석촌호수 카페거리, 방이동 먹자골목을 거쳐 올림픽공원까지 이어진다. 먹고 놀고 걷는 행위가 편리한 동선에서 가능하다.
올해 초 개장한 롯데월드타워는 이 일대 새로운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높이(555m)의 건물로 123층까지 솟아 있다. 높이 478m의 유리바닥 서울스카이 전망대에 오르면 산봉우리에 선 듯 서울과 한강 일대가 발아래 아득하게 도열한다. 롯데월드에서 펼쳐지는 스릴 넘치는 재미 뒤로는 석촌호수의 아늑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석촌호수는 가을이면 단풍으로 단장하고, 호수 변으로는 카페거리가 밤을 밝힌다.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배를 채운 뒤 올림픽공원으로 향하면 다채로운 조각이 어우러진 녹색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몽촌호와 몽촌토성길은 상념의 길이다. 몽촌토성길은 한성 백제시대의 성곽길로 2.7km에 달한다. 길섶에서 만나는 유적과 한성백제박물관, 소마미술관 등은 나들이를 풍성하게 채워준다.
서울의 동쪽 끝인 강동구 깊숙이 들어서면 한적한 도시와 다시 조우하는 길이 나온다. 빌딩숲 대신 한강변에 갈대숲이 조성돼 고요한 가을 향이 묻어난다. 서울의 선사시대를 엿보는 강변 암사동 유적과 추억의 태권브이를 만나는 ‘브이센터’ 등은 흥미로운 반전으로 여행의 여운을 남긴다.

먹거리
TiP

‘왕십리 곱창골목
VS 건대 양꼬치골목’

날이 서늘해지면 따끈한 구이가 입에 당길 때다. 서울 동부권에는 독특한 테마를 갖춘 먹자골목들이 들어서 있다. 성동구 왕십리의 간판 메뉴는 곱창이다. 광진구 건대 앞에선 양꼬치골목이 고소한 냄새로 명함을 내민다.

왕십리 곱창골목은 곱창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황학동의 곱창집들이 재개발로 이동하면서 왕십리 곱창골목이 새롭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왕십리 곱창골목에서는 야들야들한 곱이 잔뜩 들어간 소곱창과 연탄불에 올린 돼지곱창, 채소곱창, 곱창전골 등 다양한 곱창 요리를 입맛에 따라 골라 맛볼 수 있다. 20여 년 전통의 곱창집 10여 곳이 몰려 있으며 식당마다 특유의 맛 노하우를 간직하고 있다.

건대입구역 일대는 최근 양꼬치식당이 문전성시다. 해 질 무렵이면 양꼬치를 맛보기 위해 몰려든 청춘들로 역 뒷골목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중국인 거리’로 통칭됐던 맛골목에 양꼬치식당만 수십 개가 성업 중이며 전통 중국식으로 양꼬치를 내놓는다. 소스를 살짝 바른 양꼬치를 숯불 위에 올려놓고 중국 맥주인 칭다오를 곁들여 마시면서 꼬치를 돌려가며 굽는 맛이 일품이다.

구이 대신 회를 선호한다면 송파구 가락시장을 두드려볼 일이다. 서울에서 노량진수산시장과 쌍벽을 이루는 가락시장 수산시장이 가을 입맛을 돋운다. 이곳 회센터에서는 싱싱한 제철 회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수산시장에서 회를 뜬 다음 상차림 비용을 내고 식당에서 맛을 보는 구조다. 광어, 민어 등 일반회뿐 아니라 대게, 낙지, 전어와 조개류까지 다양한 제철 해산물이 가득하다.

글·사진_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사진협조_서울시, 서울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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