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등대·포구·장터가 어우러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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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등대·포구·장터가 어우러진 풍경_포항지원 인근 여행지

2017.08.04

포항인근여행지

포항의 바다는 묘한 대비가 흥미롭다. 한반도 동쪽 끝자락에는 100년 세월의 등대가 있고, 포구 뒷골목에는 일본인 거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바다와 맞닿은 도심 죽도시장의 시끌벅적한 장터는 운하와 연결되며 포항 나들이를 넉넉하게 단장한다.

포항지원 인근여행지

포항 여행의 단아한 정취는 호미곶, 구룡포로 이어지는 길에서 듬뿍 묻어난다. 호미곶의 아침 풍경은 한갓지다. ‘상생의 손’ 위에서 갈매기들이 노닥거리고, 일출의 감동을 지우지 못한 연인들이 삼삼오오 해변을 서성거린다. 고깃배들이 무심코 지나는 바다는 거침이 없는 망망대해다. 발을 딛고 선 땅이 한반도의 동쪽 끝이라는 생각에 잠시 시큰해진다.
일상의 한가로운 풍경과 달리 호미곶은 해 뜰 무렵이면 사계절 들썩이는 곳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명소로 장엄한 해돋이에 기대어 사랑받아왔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호미곶을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한반도 동쪽 끝 명당으로 치켜세웠고, 육당 최남선은 ‘조선 10경’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등대 옆에도, 가로등에도 호랑이가 매달려 있는 이채로운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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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 구룡포의 살가운 정취
그 사연 가득한 터에 호미곶 등대가 들어서 있다. 1908년에 세워졌으니 등대의 나이는 100세를 훌쩍 넘어선다. 1903년에 불을 밝힌 인천 팔미도 등대 등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에 이름이 올라 있다. 등대 옆에는 국내 유일의 국립등대박물관이 자리해 우리나라 등대의 어제와 오늘을 가지런히 전시 중이다. 호미곶에는 해와 달의 전설이 서린 연오랑 세오녀상, 최대 규모의 가마솥, 새천년 기념관 등 구경거리가 넘실거린다.
호미곶에서 남쪽으로 내려서면 구룡포로 이어진다. 아침 경매가 끝난 뒤 한가로운 구룡포항 골목을 거닐면 비린 미역 냄새만큼이나 사연들이 진국이다. 횟집 간판이 즐비한 식당 뒷길로 들어서면 일본식 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장안동 골목은 예전 일본인들의 집단 거주지로 격자형 2층집 50여 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골목길은 일본 가옥들을 새롭게 다듬어 문화의 거리로 재단장됐다.
마을 뒤편 언덕길은 구룡포 공원으로 연결된다. 공원 언덕은 예전 구룡포항을 축항했던 일본인 수산업자 ‘도가와 야스브로’의 비석이 있던 곳이다. 언덕에 오르면 일본인 가옥들과 포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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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최대 규모 죽도시장
시내로 접어들면 포항의 바다 풍경은 제법 북적거리고 유유해진다.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관광객과 현지 주민이 뒤엉키고, 갓 잡은 수산물에서 건어물까지 좌판대에 넘쳐난다. 죽도시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 지 40여 년. 최근에는 ‘한국관광의 별’로도 선정되며 명성을 높였다. 포항역에서 걸어서 닿는 시장에는 문어골목, 젓갈골목, 떡집골목, 건어물골목, 한복골목, 혼수골목 등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죽도시장의 간판주자는 어시장이다. 파는 사람도 신명 나고, 구경 온 사람들도 어느 곳에서보다 분주하다. 고래고기는 즉석에서 쓱쓱 썰어 저울에 담아 팔고, 대게를 찌는 가마솥은 한여름 더위에도 풀풀 김을 뿜어낸다. 노래미, 광어 등 횟감은 인근 회 센터에서 곧바로 맛볼 수 있다.
죽도시장을 나서면 해변을 따라 포항운하로 연결된다. 운하를 따라 조형물들이 가지런하게 단장됐으며 운하를 오가는 유람선은 송도해수욕장까지 총 8km를 유유자적 떠다닌다.
포항이 품은 해수욕장들 역시 더위 탈출을 돕는다. 영일대 해수욕장은 카페와 해변이 어우러져 흡사 부산의 광안리를 닮은, 포항 청춘들의 아지트다. 바다 건너로는 영일만과 POSCO 불빛이 아득하다. 포항 북쪽으로는 칠포, 월포, 화진해수욕장이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다. 월포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한적한 솔숲이 탐스러우며, 최북단 화진해수욕장은 내연산 12폭포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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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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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잡은 흰 생선 살만을 고집하는 게 정석,
‘포항물회’
포항의 여름 별미로는 물회를 빼놓을 수 없다. 구룡포뿐만 아니라 포항 시내 북부시장, 죽도시장 등에서 물회는 단골로 식탁 위에 오른다. 동해안 어디서나 물회를 즐길 수 있지만 유독 ‘포항물회’라는 이름이 명성 높다.

물회는 말 그대로 ‘물에 말아 먹는 회’다. 싱싱한 횟감에 마늘, 생강, 깨소금, 김가루 등의 양념을 넣은 뒤 고추장을 섞은 냉수를 부어 먹는다. 예전에 포항 어부들이 갓 잡은 생선에 채소와 물을 부어 급하게 먹던 방식이 이후에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 향토음식으로 굳어졌다. 포항물회는 갓 잡은 흰 생선 살만을 고집하는 게 정석이다. 식당에서는 광어, 우럭, 도다리, 노래미 등 다양한 제철 생선이 횟감으로 쓰인다. 포항물회의 원조는 죽도시장이지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은 북부시장 도로변에 위치한 오대양 물회식당이다. 이곳에서는 시원한 물회에 밑반찬으로 곁들여 나오는 밥식해가 또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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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일대의 진미는 과메기다. 겨울이 제철인 과메기는 요즘은 보존기술 덕에 사시사철 맛볼 수 있다. 과메기로 쓰이는 생선도 세월에 따라 변모했다. 예전에는 청어가 주로 쓰였고 대안으로 꽁치가 애용되다가, 최근 청어 풍년으로 다시 청어 과메기가 등장했다. 푸른 빛깔에 윤기가 나는 것이 맛 좋은 과메기다. 특유의 비릿함을 다스리기 위해 김, 쪽파, 마늘, 미역, 고추 등과 곁들여 먹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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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도 대게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죽도시장을 거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곳이 있으면 대부분 대게식당이다. 영덕, 울진이 대게로 명성 높지만 포항 역시 빠지지 않는다. 대게는 쭉 뻗은 다리가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는데 찜으로, 탕으로, 회로 먹는다. ‘게 맛’을 제대로 보려면 쪄 먹어야 한다. 속이 알찬 대게의 속살은 짠맛이 아닌 단맛이 난다.

글·사진_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사진협조_포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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