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심의관코너] 짜파 = Chapa? Jiapa!

조사심의관 코너

2021.04.07

짜파 = Chapa? Jjapa!

글. 한지형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들어가며

작년 초 우리 영화 ‘기생충’이 해외 영화제를 휩쓸면서 여주인공이 맛있게 먹은 “짜파○○”도 유명해졌습니다. 그 이름을 가진 별도의 제품이 새로 출시될 정도로 외국에서도 인기가 높다기에 “짜파○○”의 영어 이름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제품 용기나 광고를 보면 “짜파”를 “Chapa”로 표기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차파]로 발음해야 할 것 같아 약간 어색합니다. 언론에서는 “Jjapa”로 표기하기도 하고 두 가지를 병기하기도 합니다. 정해진 규칙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오늘 조사심의관 코너는 영문 표기 이야기입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국어를 영어로 표기할 때에도 지켜야 할 어문 규범이 있습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과 마찬가지로 국어기본법에 규정된 ‘어문규범’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서 ‘로마자’란 “영어를 표기하는 데 쓰는 문자”를 의미하고(표준국어대사전) 그 표기의 기본 원칙은 “국어의 표준 발음법에 따라 적는 것”입니다(「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제1장 제1항).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모음과 자음의 표기법을 한 번에 죽 훑어볼 수 있도록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ㅉ’은 ‘jj’, ‘ㅍ’은 ‘p’, ‘ㅏ’는 ‘a’이고(제2장 제1항, 제2항), 고유 명사의 첫 글자는 대문자로 적어야 하니(제3장 제3항) “짜파”는 “Jjapa”로 표기하는 것이 우리 어문규범에는 맞습니다.

발음을 잘 해야...

받침이 두 개의 자음으로 이루어져 있거나 이어지는 자음 또는 모음에 따라 음이 변하는 경우에는 정확한 발음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제3장 표기상의 유의점 부분을 참고하거나 「표준어 규정」 제2부 표준어 발음법 부분을 찾아보면 됩니다. ‘백마’는 자음 사이에서 동화 작용이 일어나는 경우로 [뱅마]와 같이 발음되니(제18항) ‘Baengma’로 표기하여야 하고 ‘신라’는 [실라]로 발음되므로(제20항) ‘Silla’로 표기하여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기본적인 규범을 알아도, 외국에 메일을 보내거나 영문 명함을 만들 때, 해외 사이트에 가입 신청을 하면서 꽤 많은 단어를 영문으로 표기하려다 보면 고민될 때가 없지 않습니다. 표준어 발음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것은 사람의 이름을 표기할 때에는 음운 변화를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행정 구역을 표기할 때에도 ‘시, 도’ 등 행정 구역 단위 앞에 붙임표(-)를 사용하고 그 앞뒤 음운 변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도로명 주소법에 따른 ‘-대로’, ‘-로’, ‘-길(번길)’은 각각 ‘-daero’, ‘-ro’, ‘gil(beon-gil)’로 표기합니다.

여전히 아리송한 일도 있습니다. ‘종로’는 위에서 ‘Jongno’로 표기하여야 한다고 해 두었는데, ‘Jong-ro’로 표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 확인해 보니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은 ‘Jongno 3(sma)-ga’이고 ‘종로구’는 ‘Jongno-gu’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행정 구역으로서 ‘종로’를 나타낼 때에는 ‘Jongno’가 맞는 모양입니다.2)
한편 인명의 경우 그동안 써 온 표기를 쓸 수 있다고 하여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니(제7항), 이 또한 다행입니다. 예를 들어 ‘정’의 경우 위 표기법상으로는 ‘Jeong’으로 표기하여야겠지만 ‘Jung’으로 표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문규범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판례 중에도 위 표기법과 다르게 표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1호가 정한 ‘여권의 영문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예가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

조사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저자명 영문 표기를 확인하여야 할 때도 많습니다. 「사법」지와 같은 학술지의 경우 영문 저자명과 영문 초록을 필수적으로 싣고 있고, 연간 두 차례 발간되는 영문저널인 「Supreme Court Law Journal」에도 당연히 영문 저자명이 수록되기 때문입니다. 저자들께서 보내 주시는 영문 저자명 표기 방식은 꽤 다양한데,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써야 하고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은 허용됩니다.

이에 따르면 이름과 성의 순서로 표기하는 경우[Gildong Hong], 성 뒤에 쉼표를 사용하는 경우[Hong, Gil-Dong], 이름을 음절별로 띄어 쓰는 경우[Hong Gil Dong]는 모두 어문규범상 적확한 표기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위와 같은 어문규범에도 불구하고 이름과 성의 순서를 표기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2년 런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단의 성명 로마자 표기를 통일한 데 이어 2013년 공무원들에게 성명의 로마자 표기를 할 때 ‘성 이름’ 순서로 표기하도록 권장하면서 이러한 경우는 많이 없어졌습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로 세계 언론(AP 통신 등)에서 이미 한국인의 성명을 ‘성 이름’ 순서로 일관되게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각국의 언어문화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 국제 표준이라고 하니 어문규범대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다만 법원도서관에서는 영문 저자명을 표기할 때 성 뒤에 쉼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Hong, Gil-Dong]. 이는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널리 쓰이는 학술지의 인용 지침 중 하나인 시카고 양식(Chicago Manual of Style Guide)3)이나 미국 심리학회 양식(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Style Guide)의 참고문헌 저자 표기 방식을 참고한 것입니다.4) 문화체육관광부의 권장안에서도 ‘특수한 용도(학술논문, 검색 등)나 특정 맥락에서 평상시 순서와 달라진 예외적 표기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성 뒤에 콤마를 사용하기도[Hong, Gildong]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나리

마치며

글로벌 시대입니다. 지식재산권 분야, 특히 상표권 관련 사건에서도 심심치 않게 로마자 표기가 재판의 자료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판례나 논문이 언제 외국에서 활용될지 모릅니다. 법원도서관에서 영문판례집과 영문저널을 발간하면서 국문을 영문으로 표기할 때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이유입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영화 미나리가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영화 미나리는 외신 등에서 ‘Minari’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미나’는 크게 어렵지 않고 ‘ㄹ’은 모음 앞에서는 ‘r’로 적어야 하니(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l’로 적어야 합니다) 우리 어문 규범에도 잘 맞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Minari!”가 여러 차례 외쳐지기를 소망합니다.

1) 이 장의 조항을 의미합니다.
2) 2020. 7. 15. 제정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문화체육관광부 훈령 제427호)」에서도 도로명 주소에서의 ‘-로’는 ‘-ro’라고 표기하되 행정 구역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3) 참고로, 이에 기반을 둔 법률 인용 지침서가 이른바 마룬북(The Maroonbook)으로 불리우는 시카고 대학 법률인용지침서(The University of Chicago Manual of Legal Citation)입니다.
4) 미국 심리학회 양식(APA 스타일)에서는 성(Last name)을 먼저 쓰고 쉼표를 찍은 뒤 이름(First name)을 쓰도록 하고 있는데 쉼표 뒤의 이름은 약자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Hong, G.]. 다만 한국 저자명은 [Hong, Gildong]으로 표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APA Style Guide for Korean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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