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틀리는 맞춤법_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조사심의관 코너

2019.02.07

얼마 전 ‘말모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조선어 사용의 금지, 창씨개명의 실시, 한국말 신문의 폐간 등 일제강점기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이 심화될 무렵 목숨을 걸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실제로 1942년 10월경부터 1943년 4월경까지 조선어학회 회원과 관련자들 33명이 검거되어 고문과 탄압을 받고, 그중 일부는 투옥된 사건,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그럼, 영화 제목인 ‘말모이’는 무슨 뜻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주시경 등이 1910년 무렵에 조선광문회에서 편찬하다 끝내지 못하였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설명을 보충하면, 최남선이 설립한 조선광문회에서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인 김두봉, 권덕규, 이규영 등이 민족주의적인 애국계몽의 수단으로 편찬한 사전으로, 1911년부터 편찬이 시작되어 원고가 마무리되었으나 출판되지 못하고, 현재 일부의 원고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현전하는 『말모이』는 표제가 “ㅁㅏㄹㅁㅗㅇㅣ”로 가로 풀어쓰기로 되어 있으며, ‘알기’·‘본문(本文)’·‘찾기’·‘자획(字劃)찾기’로 짜여 있고, 청색 원고지에 붓으로 쓴 이 원고본은 240자의 원고지로 모두 153면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주시경 선생님이 국어사전을 만들다가 끝내지 못하고 1914년 사망하자, 1921년 국내 국어학자들이 모여 <조선어연구회>를 조직하고 1929년부터 『조선어 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1931년 그 이름을 <조선어학회>로 바꾸고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하고, 1936년 『조선어 표준말 모음』을 간행하며 사전 편찬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활동을 하던 중에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타격을 받고 사전 편찬 사업을 완수하지 못하였습니다. <조선어학회>는 광복 이후 1949년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꾸고 1929년에 시작한 『조선어 사전』 편찬 사업을 이어받아 1957년 6권으로 구성된 『큰사전』을 완간하였습니다.

영화에도 일부 나오는 장면입니다만, 각 지역에서 통용되는 단어와 그 뜻을 조사하는 과정, 서로 형태가 조금씩 다른 단어들을 모아놓고 표준어를 선정하는 과정, 원고를 확정하고 교정을 거쳐 방대한 양의 사전을 출판하기까지의 과정에 녹아든 많은 이들의 정성과 노력의 양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여도 어려운 일을 일제강점기 서슬 퍼런 시절에 목숨 걸고 한 분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는 한글을 체계적이고 통일성 있게 쓰고 있는 것이겠지요.

여기에서 다소 교과서적이기는 하지만,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고 표준화하기 위해 노력하신 선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정확하게 사용하자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됩니다. 그래서 이번 조사심의관 코너에서는 자주 틀리는 맞춤법에 관해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예문은 제가 만들어 보았고, 해설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묻고답하기 답변을 참조하였습니다.

☞ ‘오랫동안’은 ‘시간상으로 썩 긴 기간 동안’을 나타내는 명사입니다. ‘오래’와 ‘동안’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합성어로,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나서 ‘오랫동안’이 된 것입니다. 관형사 ‘오랜’과 명사 ‘동안’을 활용하여 ‘오랜 동안’이 문법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는 아니지만 이미 ‘오랫동안’이 위 뜻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어 왔으므로 ‘오랫동안’이 맞는 표현입니다.

☞ ‘오랜만’은 오래간만의 준말입니다. 따라서 ‘ㄴ’받침을 사용해서 오랜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 ‘며칠’은 그 의미가 ‘그달의 몇째 되는 날’이건(예문: 오늘이 며칠이지?), ‘몇 날’(예문: 며칠 동안 비가 내렸다.)이건 모두 ‘며칠’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즉 ‘몇 일’로 쓰는 경우는 없으며, 항상 ‘며칠’로 씁니다. ‘며칠’의 경우는 ‘몇 개, 몇 사람’ 등에서의 ‘몇’과 ‘날’을 나타내는 ‘일(日)’이 결합된 ‘몇＋일’로 분석하여 그 표기가 ‘몇일’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혼동되기 쉽지만, 이 단어가 ‘몇＋일’로 분석될 수 있는 합성어라면, 그 발음이 [몃닐] → [면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면닐]이 아니라 [며칠]로 발음되므로 소리대로 적어 불규칙성을 반영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현재 표준어에서는 ‘며칠’이 맞습니다.

☞ ‘봬요’가 맞는 표현입니다. ‘뵈요’와 같이, 어간 ‘뵈-’ 뒤에 어미가 붙지 않고, 바로 보조사 ‘-요’가 붙을 수가 없습니다. 동사 ‘뵈다’의 어간 ‘뵈-’뒤에 어미 ‘-어’가 붙은 ‘뵈어’의 준말인 ‘봬’ 뒤에 ‘-요’가 붙은 것이므로, ‘봬요’와 같이 적습니다.

☞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을 ‘설거지’로 표시합니다. 동사로 표현하면 ‘설거지하다’라고 씁니다. 국립국어원 『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 해설』Ⅱ. 제3장, 제1절 고어, 제20항에서는, '설거지'를 원래부터 명사인 단일어로 보고 있습니다. 즉, ‘설겆다’를 비표준어로 삼은 것은 ‘설겆어라, 설겆으니, 설겆더니’와 같은 활용형이 쓰이지 않아 어간 ‘설겆-’을 추출해 낼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발음상 혼동으로 인하여 ‘ㄹ께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할게요’의 구성으로 ‘ㄹ게요’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ㄹ게’에 존대의 뜻을 더하는 보조사 ‘요’가 붙은 것입니다.

☞ ‘어찌 된 일. 의외의 뜻’을 나타내는 명사 ‘웬일’은 ‘웬일로 여기까지 다 왔니?/네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이게 웬일이냐?/지각 한 번 없던 그가 결석을 하다니, 웬일일까?’와 같이 쓰이므로, ‘웬일, 웬일로, 웬일이냐?, 웬일일까?, 웬일인지’와 같이 씁니다. 참고로 '왠'을 쓰는 경우는 '오늘은 왠지 기분이 안 좋다.'의 '왠지'밖에 없습니다.

☞ ‘지금 바로’의 뜻으로 쓰이는 부사 ‘금세’는 ‘금시에’가 줄어든 말입니다. 본말인 ‘금시에’의 형태를 염두에 두시면, ‘금세’의 형태를 기억하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결제’(決濟)는 ‘증권 또는 대금을 주고받아 매매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계를 끝맺는 일’을 의미하고, ‘결재’(決裁)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여 허가하거나 승인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는 이 둘의 표현이 자주 헷갈리는데, 한자를 기억해두면 구별이 쉽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어이없다’는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는 표현의 ‘어처구니없다’와 같은 뜻의 말입니다. ‘어처구니’의 뜻과 어처구니없다의 어원에 관하여는 여러 견해들이 있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내다’는 의미의 동사는 ‘닦달하다’입니다. 이 동사에는 ‘물건을 손질하고 매만지다’, ‘음식물로 쓸 것을 요리하기 좋게 다듬다(예문: 이 닭을 깨끗이 닦달해서 푹 고아 상에 올리도록 하여라)’라는 뜻도 있답니다.

☞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는 뜻의 맞는 표현은 ‘내로라하다’입니다.

☞ ‘그러든 말든’이 맞는 표현입니다. ‘-든’은 ‘-든지’의 준말입니다. ‘-든지’는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이므로, 이를 '-던(지)'로 쓰는 것은 잘못된 표기입니다.

☞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듣기 싫도록 자꾸 하다’는 뜻의 맞는 표기법은 ‘구시렁거리다’입니다. 같은 표현으로 ‘구시렁대다’도 있습니다.

☞ ‘뒤치다꺼리’가 뒤에서 일을 보살펴서 도와주는 일을 뜻하는 바른 표현입니다. 이와 달리 북한어에서는 뒤치다꺼리를 ‘뒤치닥거리’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뒤치다꺼리’를 표준어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국립국어원은 “한글 맞춤법 제5항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습니다. ‘뒤치다꺼리’는 [뒤치다꺼리]처럼 ‘꺼’가 된소리로 발음되는데, 여기서 그 앞말의 형태가 분명하지 않으므로 발음되는 대로 된소리를 그대로 쓰는 것입니다. 만약 의존 명사 ‘거리’와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거리’로 적는다면 앞말은 ‘뒤치닥’으로 상정해야 하는데, 여기서 ‘뒤치닥’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우므로, 형태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발음 나는 대로 쓴 것이라 하겠습니다.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는 ‘치다꺼리’를 공시적으로 하나의 단일 형태소로 보고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정답을 많이 맞히셨나요? 저도 글을 준비하면서 잘못 알고 있던 표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표현이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때는 맞는 표현을 찾아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저의 게으름을 반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전’과 관련된 전시를 소개해 드리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사전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2019. 3. 3.까지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말모이 원고, 한글 맞춤법 통일안, 큰사전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가는 길에 맞춤법 게임도 하면서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글. 서여정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조사심의관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