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동문 설치업자 A는 원룸 주인 B로부터 위 건물 1층 출입구의 자동문 설치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마쳤는데도 잔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습니다. A는 추가로 자동문에 번호키 설치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게 되자,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을 이용하여 10일 후부터는 자동문이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도록 설정하였습니다. 자동문은 설치자가 아니면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을 해지할 수 없는 장치였습니다. 이에 따라 10일 후부터는 자동문이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고 수동으로만 여닫히게 되었습니다. A는 자동문을 파괴한 것이 아닌데도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A.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는 물질적인 파괴행위로 물건 등을 본래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물건 등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포함되고, 따라서 자동문을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고 수동으로만 개폐가 가능하게 하여 자동잠금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한 경우에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고 판시한바 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례에서, A의 행위로 위 건물 1층 출입구 자동문이 일시적으로나마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고 수동으로만 개폐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잠금장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초래되었다’는 이유로 A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흔히 다른 사람의 물건을 부수거나 깨뜨리지 않는 한 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시적으로나마 감추거나, 작동을 못하게 하였다 할지라도 그 물건을 본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경우에는 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